2023년 3월 21일 화요일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기무라 타쿠야

 


우연히 케이블에서 기무라 타쿠야의 히어로 스페셜을 보았다.


거대 조직 속에서 활약하는 비범한 개인을 주로 다루는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 그대로여서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만약 기무라 타쿠야가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이었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상상해보았다.


물론 기무라 타쿠야가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이라면 첫출근과 동시에 매니지먼트에서 신인 연기자로 스카웃해가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설정일 뿐이니 외모는 빼고 상상해보자.


망해가는 영화사의 아침은 예전과는 다르게 분주함 없이 조용하다. 촬영중이거나 개봉직전의 영화가 없으니 급하게 해야할 일은 없고 돈이 없으니 새로 아이템을 개발할 여유도 없다. 비즈니스적으로 뭔가를 기대하고 찾아올 손님도 없고 청소 아줌마도 청소를 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차분하다. 이 한가한 와중에 신입 사원을 뽑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새로 온다니 모두가 신경은 쓰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기무라 타쿠야가 살인사건이라고는 거의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한적한 훗카이도의 한 마을로 전근온다는 히어로 스페셜의 설정과 제법 비슷하다.


전직원이 출근 완료. 모두들 어떤 사람이 올지 궁금해하는 와중에 크리스마스 전에는 반드시 남자 친구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는 여직원이라면 궁금증 더하기 일말의 기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후줄근한 차림의 기무라 타쿠야 등장.


궁금증 더하기 일말의 기대가 있는 여직원은 그의 후줄근한 스타일과 그가 중학교를 졸업한 후 검정고시를 거쳐 망해가는 영화사에 들어왔다는 경력을 듣고는 바로 실망한다.


곧 기무라 타쿠야는 기획팀에 배치되어 원작 발굴 개발 업무를 맡게 된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아이템을 발굴한다.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아이템이지만 본인은 확신과 믿음을 갖고 일을 추진하려 한다. 작품 개발을 위해 작가를 만나러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영화사로 부르기도 하며 동분서주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일본 검찰청과는 달리 망해가는 신생 영화사에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돈으로 하기에는 월급이 얼마 되지 않고 그나마 제때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의욕에 가득찬 기획팀 신입 직원 기무라 타쿠야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포자기 넋 놓고 있을 리가 없다. 작가들에게 곧 돈이 나온다고 사기를 쳐서라도 일을 진행하려하다 누군가에게 그건 사기의 일종이라고 주의를 받고 반성한다.


히어로의 기무라 타쿠야는 하찮아 보이는 여성들의 속옷도난 사건이나 닭도난 사건을 조사하다 거물 정치인을 잡아들이는 대박을 낚지만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 기무라 타쿠야는 뭐 해보기도 전에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기무라 타쿠야은 본인이 직접 원작자가 되는 수 밖에는 답이 없다는 걸 깨닫고 팔릴만한 시나리오를 쓰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후 서울시 공무원 시험 합격률보다 낮다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러 고시원에 들어간다. (2007년 시나리오 매매 확률 1.13%

얼마 뒤 연락이 두절된다. 그리고 잊혀진다.


히어로의 기무라 타쿠야와는 달리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인 기무라 타쿠야에게 다음회는 없다. 스페셜도 없다. 극장판도 없다.



덧글

  •  Lucida 2007/10/22 00:15 # 답글

    마츠 다카코는 어째, 아줌마가 된 거 같네요. 기무다쿠의 눈빛도 부담스럽고...^^ 그나저나 망해가는 영화사는 망해가는 ing도 기네요. 이것도 나름의 저력이겠죠~;;
  •  애드맨 2007/10/22 00:21 # 답글

    거의 ending입니다. 아직 첫글 올리고 두달도 안됐어요.ㅎ
  •  달콤베이비 2007/10/22 00:25 # 답글

    현실에서 영화사가 망한더 하더라도 여기선 해피앤딩으로 끝내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인터렉티브 가능한가요?
  •  애드맨 2007/10/22 00:49 # 답글

    달콤베이비님 // 요즘 해피한 영화사가 몇 안되서 거짓말하면 금방 들통날 것 같지만 노력은 해 볼께요.
  •  달콤베이비 2007/10/22 00:54 # 답글

    영화사는 망하더래도 주인공만은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애드맨 2007/10/22 00:55 # 답글

    달콤베이비님 // 님 덕분에 꼭 성공할것 같습니다.
  •  마리 2007/10/22 11:16 # 삭제 답글

    대학시절 꿈 속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었던 기무라 타쿠야가...어째 이리 보니 이렇게 머리가 큰 것일까요...
  •  오사쯔 2007/10/22 11:20 # 삭제 답글

    네 맞아요. 꼭 성공하실거예요....그사이 팬이 무척 많이 늘었을겁니다.@@
  •  netphobia 2007/10/22 12:30 # 답글

    하...하핫 -_-; 점점 애드맨님 글읽기가 무서워져요.
    오늘 3고 나와서 회사에 넘기고 반응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획실 직원들 눈치 살피면서 담배나 한대 피고 올래요...;;
  •  애드맨 2007/10/22 12:39 # 답글

    Lucida님, 마리님 // 그러고보니 마츠 다카코는 아줌마, 기무라는 머리 큰애 같군요. 세월이 무섭습니다.
    오사쯔님 // 덕담 감사합니다^^
    netphobia님 // 막장의 넋두리니 그냥 웃어넘겨주세요 ㅎㅎ
  •  아카식 2007/10/22 12:43 # 답글

    넋두리가 너무 애들픕니다 흑흑..

    시나리오 매매율 1%대에서 눈물.
  •  애드맨 2007/10/22 13:01 # 답글

    아카식님 // 잘쓴 시나리오라면 확률은 의미 없죠. 눈물을 거두시길^^
  •  마력덩어리 2007/10/22 13:17 # 답글

    개봉했을때 봤어야 되는건데~~어찌어찌 하다보니 또 놓쳤네요
    여긴 영화비 너무 비싸요~~
    한국에 있을땐
    영화 많이 봤던거 같은데
  •  강냉강냉 2007/10/22 14:18 # 답글

    역시 현실은 9회말 역전 홈런스러운 반전 해피엔딩은 없군요....
    이글루스 공감에 눈물을 흘리며 추천합니다.
  •  애드맨 2007/10/22 21:34 # 답글

    마력덩어리님 // 부러워요~
    강냉강냉님 // 추천 감사합니다.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 당황했습니다.
  •  remedios 2007/10/22 23:11 # 답글

    링크 신고합니다..
  •  잠본이 2007/10/22 23:18 # 답글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기타등등이 현대 한국에 태어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좌절스런 우스개가 떠오르는군요. (...) 세상은 정녕 칙칙하기만 한 걸까요 OTL
  •  애드맨 2007/10/22 23:33 # 답글

    remedios님 //감사합니다.
    잠본이님 // 칙칙하다뇨. 이번 겨울엔 이상 폭설 때문에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이 높아진다는..ㅋ
  •  hytch 2007/10/23 00:43 # 답글

    뭔가 확 와닿네요-
    링크 훔쳐갑니다 ^^;;
  •  로라 2007/10/27 02:34 # 답글

    우연히 와봤는데 덧글까지 남기게 되네요 꼭 책을 보는 것 같아요 시리즈물..
  •  라엘 2007/10/27 14:55 # 답글

    슬픈 이야기로군요... 남일이 아니네요. 꼭 우리 회사를 보는 것 같은...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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