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3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를 보고..


포스터와 예고편만 봤을 땐 본편에선 남자 감독과 여자 감독의 차이를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었는데 막상 영화들을 쭉 보고 며칠이 지나니 그런 것 보다는 그냥 아주 오래 전에 종종 다니던 대학 영화과 졸업 영화제에 다녀 온 기분이다.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도 컸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아이유가 나오고 SNS상에선 나름 화제성 순위가 높은 감독들의 영화여서인지 뭔가 긴가민가 최첨단 유행의 힙한 영상물을 본 것 같기도 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건 아이유나 감독들의 이름값보다는 영화 시작 전에 뚜둥하고 뜬 넷플릭스 로고 탓인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커먼 배경에 빨갛게 뜨는 넷플릭스 로고만 봐도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작품이 뭔가 달라 보이는 넷플릭스 버프에 씌인 것이다. 가장 실망이 컸던 건 이경미의 ‘러브세트’고 의외로 좋았던 건 김종관의 ‘밤을 걷다’. 분위기가 근사했다. 임필성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예상대로고 전고은의 ‘키스가 죄’는 나로선 이해 불가다. 배우나 투자사가 아니라 감독이 전면에 드러나는 영화를 오랜만에 보고 새삼 느낀 건데 역시 영화는 감독 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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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0일 수요일

넷플릭스로 OCN 드라마 '빙의'를 보고..


끝내준다. 이런 OCN 장르물은 처음 봤다. 내가 OCN 장르물의 역사를 쫙 꿰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런 OCN 장르물은 없었을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봐 왔던 OCN 장르물 중 최고다. 너무 내 스타일이다. 예고만 봤을 땐 이런 드라마인 줄 몰랐다. 그냥 귀신이랑 형사 나오는 흔한 OCN 장르물인 줄 알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조건 지켜야 하는 OCN 나름의 공식이랄까 법칙 같은 게 있어서 이런 OCN 장르물이 가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빙의’도 OCN 장르물이므로 그런 법칙들을 지키긴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걸 지키긴 지키는데 끊임없이 비틀고 변주하고 막판에 김을 뺀다는 것이다. 보통 OCN 장르물이 진지해지거나 비장해지거나 울리거나 무서워져야 할 타이밍에 ‘빙의’는 그러려다 말고 말장난을 하거나 웃기려 들고 툭하면 삼천포로 빠진다. 심지어는 주인공도 바뀌었다. 바뀐 건 아닌데 바뀐 거나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런 드라마가 어딨나? 이 정도면 가벼운 메타 장르물이라고 봐도 될 듯 하다. 개인적으론 너무 좋아서 매 순간 오열하며 봤는데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개그들이 빵 터지는 류가 아니라 취향을 심하게 타는 썩소나 피식 또는 실소 류라는 것이다. 그 흔한 꽃미남이 한 명도 안 나오고 여주인 고준희도 지나치게 예쁘다. 설상가상 그 예쁜 고준희가 평범 이하 남자를 지고지순 사랑해준다. 그래서일까? 10회 시청률이 1.7%이고 현재 추세로 보아선 향후 2%대 돌파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나는 너무 좋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드라마가 가능했는지 어이가 없어서 작가 프로필을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전작들이 영화 쪽이다. 역시나다. 격하게 응원한다! 앞으로도 작가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시고 부디 남은 6회 안에 역전 만루 홈런 날려주심 좋겠다.

2019년 4월 7일 일요일

넷플릭스로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를 보고..



간만에 끝까지 본 정통 로맨틱 코미디였다. 장르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고 시대상도 적당히 반영되어 있고 스토리와 때깔이 아기자기하고 남자 주인공마저 멋있어서 이 정도면 시청률도 잘 나왔을 것 같아 무심코 확인해봤는데 3프로로 시작해 1프로로 끝났다. 최근에 끝까지 본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4프로로 시작해 7프로로 끝난 걸 생각하면 여러모로 의외다.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장르적 완성도는 ‘로맨스는 별책부록’보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시청률은 반대여서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여자 주인공 캐릭터 때문인 것 같다. 

일단 ‘일뜨청’ 여주는 나이가 너무 어리다. 이쪽 장르 메인 시청 층의 연령대가 잘은 모르지만 20대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론 최소 30대 중반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20대 열정 만렙 취준생 김유정보다는 30대 경력 단절 이혼 여성 이나영에 감정 이입이 더 쉬울 것이다. 응원하고 싶은 대상도 당연히 이나영 승이다. 여주의 직장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스포츠 관련 회사 직원보다는 잘 나가는 출판사 ‘기획팀’ 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남주의 재력이다. 재벌은 아니지만 재벌에 가까운 ‘일뜨청’ 남주가 인세 받는 스타 작가이자 출판사 편집장 ‘로별’ 남주보다 훨씬 부자지만 이젠 남주의 재벌 설정은 좀 식상하기도 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나 싶다. ‘일뜨청’ 여주가 30대 경력 단절 이혼 여성이었다면 1%로 끝나진 않았을 듯.


2019년 4월 6일 토요일

넷플릭스로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보고..




원빈 아내 이나영의 오랜만의 컴백작이어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바람이나 이상향을 꼼꼼하고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설정 북 같은 걸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16화까지 다 봤는데 요약하자면 이런 거다. 나는 아이가 있는 유부녀지만 하필이면 남편이 파렴치하고 이기적이고 못 생겼고 무능력하고 돈도 없고 나보다 나이도 많은 나쁜 놈인데 편리하게도 아이는 조기 유학을 떠나 있어서 초반에만 잠깐 나오다 말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떠나는 바람에 한국엔 나 혼자여서 남편 대신 나를 지고지순 좋아해 주고 챙겨주는 잘 생기고 능력 있고 돈도 많고 오직 나만이 치유해줄 수 있는 독특한 트라우마를 가진 키가 180cm이상인 연하남이 이왕이면 냉미남 온미남 구색 갖춰 최소 둘 이상 있으면 좋겠고, 나는 독립적인 성격이라 바라지도 않는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둘이 나를 더 챙겨주겠다고 싸워주면 좋겠고, 나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연하남 소유의 인테리어가 근사한 그림 같은 2층 양옥집에서 연하남과 알콩달콩 동거를 하고 있으면 좋겠고, 더 이상 민폐 끼치기 싫어서 원룸이라도 얻어서 나가려고 하면 자길 떠나지 말라고 붙잡아 주면 좋겠고, 연하남에게 좋은 차가 있어서 나의 출퇴근을 챙겨주고 오밤중에라도 어디 갈 곳이 생기면 나 혼자 택시타고 갈 수도 있지만 굳이 데려다주겠다고 무리해서라도 따라나서 주고 가끔은 기분 전환 드라이브도 시켜주면 좋겠고, 연하남의 배려 덕분에 굳이 일은 안 해도 되지만 마냥 놀 수는 없으니 인테리어가 근사한 출판사 같은 곳에서 크리에이티브한 ‘기획’ 일을 하면 좋겠고, 처음엔 다들 나의 겉모습과 스펙만 보고 무시하지만 꾹 참고 캔디처럼 씩씩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끔은 부당하게 나의 공로도 빼앗겨가며 일하다가 사내 공모전 같은 곳에 별 기대 없이 익명으로 응모했는데 덜컥 일등을 차지하는 바람에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를 무시했던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면 좋겠다! 극중 이나영은 정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었을 것 같다.

2019년 4월 4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의 예고편과 포스터를 보고..




맨 처음 예고편만 봤을 땐 솔직히 ‘러브세트’와 ‘키스가죄’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뭐 깜찍하네~ 귀엽네~ 웹드라마 같네~ 정도? 하지만 ‘썩지않게 아주오래’와 ‘밤을 걷다’는 아니었다. 치명 도발 섹시 몽환 퇴폐 등등.. 머릿속에서 영화에 대한 온갖 극적인 상상의 나래가 마구 마구 펼쳐졌다. 아이유가 나른한 목소리로 “넌 처음부터 특별했고 비밀이 많았어. 파도에 몸을 맡기니까 내가 설탕이 된 것 같았어. 더 자유롭고 영원했으면 좋겠어.”, “꿈도 죽음도 정처가 없네. 가는 데 없이 잊혀질 거야.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라고 읊조리는데 어찌 무덤덤할 수가 있겠는가. 뭔가 대단한 영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예고편을 보고 별 생각 없이 트위터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접한 반응들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여자 감독 영화 두 편에 대해선 벌써부터 극찬 세례가 쏟아지면서 보고 싶다고 난리인데 반해 남자 감독 영화 두 편에 대해선 벌써부터 빻았다 구리다 여자를 대상화 했다고 난리다. 예고편만 보고도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상상도 못했다. 트위터를 열심히 해서 나름 여자 관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남인가보다. 하지만 단지 내가 남자라서 이런 건지 영 어리둥절했는데 얼마 뒤에 공개된 포스터를 보니 트위터의 반응들이 대충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확실히 남자 감독들 영화의 포스터 속 아이유는 여자 감독들 영화의 포스터 속 아이유에 비해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짜 사람이라기보다는 기존에 봐 왔던 그 어떤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의 캐릭터에 가까워 보인다. 막 유령 같기도 하고.

2019년 4월 2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승리한 패배자들'을 보고..



나는 루저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감독을 꿈꿨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싼 돈 내고 영화학과까지 갔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갖는 데 실패했다. 언젠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실패를 인정한 순간 가장 크게 변한 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영화. 뭘 봐도 재미가 없고 시큰둥했다. 마지막으로 내 돈 내고 극장에서 본 한국영화가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한창 꿈 많던 영화학도 시절에는 진짜 많이 봤다. 거의 극장에서 살았고 영화제도 자주 다녔다. 암튼 그래서 더 넷플릭스에 빠졌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이 다큐를 보게 된 건데.. 잘 봤다. 역시 넷플릭스다. 위로가 됐다. 이걸 보고 나니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갖는 데 실패한 게 실패가 아니라 영화를 싫어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멀리하고 안 보게 된 게 진짜 실패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실패자로 알려진 선수들의 인생 여정을 쭉 보고 있노라니 정상에 올랐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특정 종목 특정 대회의 우승에 온 인생을 바쳤음에도 결국엔 실패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해서 그 종목을 즐기고 주위 사람들을 돕고 세상에 도움이 되려 노력하는 실패자들이 그렇게 멋있고 좋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들이 진짜 승리자다. 어차피 영원한 1등은 없다. 누구 말 마따마 1907년 대회 우승자를 지금 누가 기억하겠는가?

2019년 4월 1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하이웨이 맨’을 보고..



넷플릭스 메인에서 케빈 코스트너와 우디 해럴슨의 투샷 예고편을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케빈 코스트너와 우디 해럴슨이 서로의 몸에 총알이 몇 개 박혀 있냐는 대화를 나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니.. 게다가 보니 앤드 클라이드를 추적하는 경찰 비스무리한 남자 둘의 이야기여서 내가 좋아하는 미국 시골의 고속도로도 원 없이 나올 분위기였다. 어지간하면 실망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지만 이래저래 이건 안 볼 수 없었다. 막상 보니 예고편에 나온 캐스팅, 로케이션, 미술, 의상 등등은 다 좋았는데 이야기가 아쉬웠다. 너무 평이했다. 말 그대로 정의로운 남자 둘이 나쁜 놈들 쫓아가서 잡는 이야기고 반전이나 예상외의 뭔가는 전혀 없었다. 굳이 건진 게 있다면 미국도 저 시대는 범죄자들이 몇 년이나 활개치고 돌아다닐 정도로 허술 했구나 정도? 이야기가 너무 단순해서 실망스러웠지만 끝없이 펼쳐진 미국 지평선 감상은 원 없이 했으니 됐다.

한국 드라마 영화 시청률 박스오피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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