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미다스의 노예들(the minions of midas)’ 시즌1을 보고.. (스포주의)



스페인의 거대 미디어 그룹 회장 빅토르에게 기묘한 협박 편지가 온다. 발신자는 미다스의 노예들. 본인들에게 거액을 입금하지 않으면 아무나 한 명씩 죽이겠다고 한다. 장난인 줄 알고 무시했는데 정말로 그들이 예고한 시각과 장소에서 무고한 시민이 죽는다. 빅토르는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가 시작되지만 그들은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빅토르가 입금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무차별적인 살인이 벌어지고 빅토르는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에 양심의 가책을 받고 괴로워한다. 여기까지는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괴로워하던 빅토르가 갑자기 한 밤중의 인적 없는 공원에 가더니 조깅하는 시민을 총으로 쏴죽이고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돌변해버리는 순간 몰입도가 확 떨어져 버렸다. 이후 신문사 폐쇄나 그룹 합병 등 본인이 반대하던 일들을 연이어 찬성해버리는데 미다스의 노예들은 뜬금없이 빅토르를 칭찬하고는 그가 본인들을 만날 준비가 된 것 같다며 기사 딸린 차를 보낸다. 미다스의 노예들이 빅토르에게 묻지마 살인을 요구한 적은 없기에 이해할 수 없는 전개였다. 당연히 빅토르는 그들이 요구한 돈도 입금 하지 않은 상태다.

 

굳이 오픈 마인드로 이해해보자면 누군가 빅토르가 양심적인 인간 행세를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양심을 버리게 만든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대대적이고 거추장스러운 방법을 써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빅토르가 미다스의 노예들을 만나러 가면서 끝나는 걸 보니 시즌2가 있나본데 별로 안 궁금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협박에서 살인까지의 전개가 납득이 안 간다. 그래도 빅토르가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흥미진진했다. 스페인이 은근 스릴러 강국이다. 그러고 보니 종이의 집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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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를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라메딕 앙헬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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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 박신혜, 김성령, 이엘의 ‘콜(the call)’을 보고..


극장이나 여타 국산 OTT에서 한국영화를 볼 땐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넷플릭스에서 한국영화를 볼 때면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에 돈 댄 사람과 단체의 이름이 오프닝부터 줄줄이 뜨는 거다. 그 어떤 나라의 영화에서도 돈 댄 사람들 이름이 줄줄이 뜨는 경우는 못 본 것 같고 생각해보면 초호화 블록버스터 영화에 수백억 댄 사람들도 굳이 이름을 안 올리는데 어째서인지 한국만 이런다.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을 군소리 없이 뿌리기로 유명한 넷플릭스도 그냥 로고나 잠깐 점멸하고 말지 않나이젠 한국에서만 장사하는 것도 아니니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당장 이 영화만 해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하는데 오프닝에 돈 댄 사람이나 단체 이름부터 줄줄이 뜨는 걸 보는 순간 왜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류의 타임슬립(?)물은 한 두 편 본 게 아닌데 매번 볼 때마다 정신이 산만해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름의 법칙을 순순히 납득하고 보려 해도 말이 안 되는 구석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과거의 특정 사건을 바꿀 때마다 미래가 거의 실시간으로 바뀌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게 다 바뀌는데 정작 주인공 두 사람의 기억만 바뀌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흉악한 사건이 벌어졌던 집이 20년 넘게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아무리 오픈 마인드로 보려 해도 딴지의 여지가 무한하다.


특히나 이 영화에선 서태지도 한 몫 했다. 2020년에 살고 있는 스물여덟살 박신혜가 1999년에 살고 있는 스물여덟살 전종서와 전화로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떠는데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한다는 말을 안 해주는 건 전종서가 미워서 그랬다 치자. 하지만 전종서가 서태지의 열혈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서태지가 2000년대에 컴백해서 발표하는 신곡까지 들려주면서 정작 서태지가 1997년에 미국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은 왜 말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서태지 등장은 득보단 실이 많은 것 같다. 외국에선 서태지가 누군지도 모를 것이고..


전종서 짱 멋있다. 버닝 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JTBC 드라마 ‘사생활’ 마지막회를 보고..


첫회와 마지막회가 괜찮다. 중간은 산만하고 루즈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뭐가 어떻게 진행됐는 지도 기억이 안 난다. 막 쫓고 쫓기고 운전하고 통화하는 장면들만 떠오른다. 개혁보수당(이하 개보당) 네이밍이나 전직 비리 대통령 설정이나 GK그룹의 상속 이슈나 혁신비전실의 존재나 개보당 후보가 당선된 엔딩 등등을 보면 꽤 오래 준비한 기획 같긴 하지만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16부작은 무리였고 짧고 굵게 8부작 정도면 딱 적절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은데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빌런 설정도 에러다. 고작 중간 관리자격인 김실장이 최종 빌런이라면 장장 16부작에 걸쳐서 펼쳐진 이 모든 난리 부르스들이 너무 허탈하지 않나? 막판에 이정환이 두 회장님들 앞으로 조르르 달려가 김실장의 실체를 고자질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나왔다. 우리 어진 임금님은 잘못이 없고 그 밑에 있는 신하들이 문제라는 결론은 이 드라마의 주제 의식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현철의 폴더폰에 대한 집착도 이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폰을 찾겠다고 난리였던 이유가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사진 때문인 건데 그 사진들이 계속 그 폰 안에만 저장되어 있다고 여기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팩트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 이제는 팩트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설령 누군가 불법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팩트로 드러난다 해도 이건 다 거짓말이라고 퉁치거나 검찰, 사법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우기고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대충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경표와 서현, 김영민과 김효진의 케미가 근사했고 기존의 다른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면면과 로케 장소들도 나쁘지 않았기에 시청률 2.5%로 시작해 1.5%로 막을 내린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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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사생활’ 1~6회를 보고..


2020년 11월 26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러드샷(blood shot)’을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오리지널 드라마에 비해 허접한 게 많아 어지간하면 안 보는데 빈 디젤이 나와서 봤다


그는 미군 특수 부대원인데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아내와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 정체불명의 적에게 납치되어 아내와 함께 살해당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기억만 없고 몸은 멀쩡하다.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혈액 속에 수많은 나노봇을 주입하는 최첨단 프로젝트 블러드샷을 통해 슈퍼 히어로로 부활했다. 하지만 제2의 인생에 적응은 쉽지 않다. 그를 도우려 보이는 여자 동료와 술을 마시던 중 아내와 함께 살해당했던 기억과 원수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 복수를 위해 출동한다. 그리고 슈퍼 파워를 이용해 복수에 성공한다. 그의 슈퍼 파워는 엄청난 힘과 치유력이다. 하지만 또 다시 기억은 지워지고 새로운 인물이 아내의 원수로 기억 속에 저장된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조작된 기억. 설마 했는데 죽은 줄 알았던 아내는 아주 오래 전에 그를 떠나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그를 부활시킨 조직이 기억 조작을 통해 그를 킬러로 만든 것이다. 그는 천재 해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우롱한 조직을 파멸 시키고 유일한 그의 편이었던 여자 동료와 함께 새 출발을 한다. 해피엔딩.


얼마 전에 방영된 OCN드라마 루갈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확실히 미국에서 돈을 들여 제대로 만들어서인지 조잡하거나 허접한 구석이 없어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며 볼 수 있었다.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15만 일본 독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베스트셀러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읽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먼저 보고 여러모로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많아 에세이를 읽으면 이해가 될까 해서 읽었는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고 오히려 늘기까지 했다. 드라마는 에세이를 거의 판박이 수준으로 옮긴 거였다. 에세이에 적힌 문장의 토씨 하나 까지 빼놓지 않고 드라마의 나레이션으로 옮겼을 정도로 굉장히 원작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는데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주의 시골 친척 할머니가 마을 청년들의 성교육 담당이었다는 부분이다. 이건 사실이든 아니든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아닌가? 에세이에도 이 부분이 있는데 내가 놓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각색이 허용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작가가 에세이에는 적지 않았는데 드라마화 제안이 오자 그 부분도 마침 생각나서 제작진에게 이야기 해 준 걸까? 드라마와 원작 에세이를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여주가 다른 남자와는 잘 되는데 남편과만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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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드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라메딕 앙헬(El practicante)’를 보고.. (스포주의)


응급 구조대원 앙헬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쓸 수 없게 된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는 앙헬을 떠날 조짐이 보인다. 앙헬은 안 그래도 인성이 별로였는데 교통사고를 당하고 여자 친구에 대한 집착이 의처증 수준으로 심해진다. 헌신적으로 앙헬을 위해주는 여자 친구에게 못 되게 굴고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을 거라 의심해 핸드폰에 감시 어플까지 설치한다. 결국 여자 친구에게 감시 어플을 설치한 걸 들켜 이별을 당한다. 여자 친구는 앙헬을 떠나 하필이면 앙헬의 동료를 만나고 그 사실을 안 앙헬은 분노 끝에 여자 친구에게 약물을 투여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집에 감금한다. 여자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앙헬에게 학대를 당하지만 외부와는 연락이 두절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연락이 두절 된 그녀를 찾아 헤매다 앙헬의 집까지 찾아오고 앙헬은 그를 죽여 버린다. 그리고 앙헬의 집에 여자가 있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웃 역시 차례로 살해한다. 하지만 앙헬이 살인 행각을 벌이는 틈을 타 여자는 도주를 시도하고 그 와중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져 앙헬은 계단 밑으로 추락해 온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얼마 뒤 여자는 앙헬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와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영화는 끝난다


여자는 자원봉사를 빙자해 앙헬에게 당한 감금과 학대를 되갚아줄 심산 같다. 엔딩에서 여자가 앙헬을 찾아온 게 이해가 안 됐다. 굳이 다시 찾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찝찝한 뒷맛이 전형적인 스페인 스릴러였다. ‘나의 집으로슬립 타이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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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the occupant)’를 보고.. (스포주의)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the occupant)’를 보고.. (스포주의)


중년의 가장 하비에르는 잘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짤리고 잘 살고 있던 호화로운 아파트에서도 쫓겨난다.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주로 나이 탓에 번번히 실패하고 생활비가 없어 아끼던 차도 팔아버린다. 새로 이사한 집은 허름해서 마음에 안 든다. 아들의 학교도 비싼 사립에서 저렴한 공립으로 옮겨야 하고 아들이 비만이라 운동을 시키려 하지만 하비에르를 따르지 않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아파트에 갔다가 숨겨둔 열쇠를 발견하고 남 몰래 집에 들어가 본다. 이젠 남의 집이지만 내 집처럼 편안하다


비밀리에 조사해보니 새 주인 부부에겐 문제가 많다. 남편 토마스는 알콜 중독 치료 중이고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장인의 회사라 스트레스가 많다. 하비에르는 토마스가 다니는 알콜 중독자 모임에 들어가 그와 친해진다. 저녁 식사에도 초대받아 토마스의 아내와 딸과도 친해진다. 하비에르는 점점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집이라 믿고 토마스를 걸림돌로 여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아파트 관리인. 그는 하비에르가 토마스 집에 몰래 드나들었던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해 주는 조건으로 토마스 딸의 속옷을 훔쳐달라 명령한다. 하비에르는 소아성애증 관리인을 죽여 입을 영원히 막아버리고 토마스도 죽인 후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다행히 토마스의 아내는 하비에르를 좋아한다. 딸도 마찬가지. 하비에르는 토마스의 딸이 우상으로 여기는 운동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게 해 주었다(광고회사 중역 시절 연줄을 이용해서). 마침내 하비에르는 능력 있는 장인의 빽으로 광고 회사 중역으로 재취업에도 성공한다. 전처가 찾아와 니 비밀을 알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적당히 돈을 쥐여주고 입을 막는다. 하비에르는 전처가 신고 못 할 걸 알고 있다. 돈 줄이 끊기는 걸 원치 않을테니까.


스페인 스릴러가 은근히 스릴 넘친다. 예전 슬립 타이트도 스릴 넘쳤다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김호연 작가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고..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작가의 20년간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등 글만 써서 먹고 살아온 생존기다. 한국에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는 목차만 봐도 느낌이 온다. 이 산문집에는 생존기 외에도 작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비법과 공모전 합격 노하우 등 요긴한 정보도 들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귀인을 만나는 법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 스토리와 소설은 모르겠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정말 중요한 건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 시나리오만 써서 먹고 살아온 분들은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극소수인데 그 분들에게는 업계 입문 초창기에 귀인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쓰는 건 기본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는 시나리오로 먹고 살 수 없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결국엔 귀인을 만나야 한다. 키맨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본인이 잘 쓰고 능력이 있어도 귀인을 못 만나면 시나리오로는 먹고 살 수 없다. 공모전 당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모전에 당선돼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귀인이라면 보통 데뷔시켜준 사람을 일컫는데 그가 꼭 제작자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구라도 귀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만인의 귀인이 나에게도 귀인이라는 법은 없다는 게 귀인을 만나는 일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귀인이 아니라 양아치 사기꾼 도둑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인이 될 수 있다. 나름 귀인을 만나는 법에 대한 노하우랄까 감 같은 걸 깨우쳤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간혹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사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려던 주변의 작가 지망생들은 지금은 대부분 생존해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든 뭐든 글은 그냥 블로그에 낙서처럼 끄적일 때가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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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2020년 11월 9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을 보고.. (스포주의)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스포일러가 될까?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란 불쌍하지만 아름다운 소녀가 알고 보니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 고아원의 청소부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된 후 세계 최고의 체스 강국인 소련에 건너가 소련 최고의 체스 선수들까지 제압한 후 미국과 소련을 통틀어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는 이야기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봐서 이 모든 게 다 실화인 줄 알고 역시 현실은 소설보다 드라마틱해! 감탄하며 손에 땀을 쥐고 봤는데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실화가 아니라서 김이 샜다. 


록키는 실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봐도 김이 새지 않았는데 이건 왜 그랬을까? 체스라는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극 중에서 아무리 자기들끼리 이건 천재적인 묘수 신의 한 수라고 감탄해봤자 딱히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화였다면 게임에 대해선 잘 몰라도 주인공의 활약에 감동을 받겠는데 이게 다 꾸며낸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니 그저 허탈할 뿐이다. 청소부 할아버지와 새 엄마가 참 매력적이었는데; 그래도 보는 동안은 행복했다. 보기 드물게 웰메이드고 여배우인 안야 테일러 조이도 굉장했기 때문이다. 여배우를 처음 딱 보자마자 감탄한 건 킬링 이브의 조디 코머 이후 처음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96년생이고 조디 코머가 93년생이던데 90년대생이 오긴 왔나보다. 실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봐서 다행이다.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정치 이야기


정치랑 종교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이에선 정치 이야기는 종종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정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던 사이에서 처음으로 정치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당황스럽거나 역시나 이 사람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엊그제 만난 아무개는 전자였다.


새로 구상 중인 작품의 빌런을 흘러간 정권의 누군가를 모델로 구상 중이라길래 나는 별 생각 없이 이젠 시대가 바뀌었고 지금부터 작품 준비를 시작하는 거라면 그 작품이 빛을 보는 건 최소 3년 뒤가 될 테니까 그 작품에서의 빌런이라면 오래 전에 지나가버린 정권의 누군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지나가버린 지 얼마 안 되는 정권의 누군가가 낫지 않겠냐고 아이디어를 던졌는데 내 이야기를 듣던 아무개의 표정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더하기 배신감? 그러면서 왜 그 놈들이 진정한 빌런인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며 무미건조했던 자리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서로의 당황스러움이 진정될 때쯤 어색하게 자리가 마무리됐다.


예전에도 친하다고 생각하던 또 다른 아무개와의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가 한동안 안 보게 된 적이 있는데 어째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이가 정치 이야기 따위에 좌지우지 되어선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 어떻게든 각자의 성장 배경까지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시켜 보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당황스러움은 더욱 커져만 갔던 기억이 난다. 참 똘똘한 녀석이었는데..


2020년 11월 3일 화요일

100%의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나려면?


동네 헤어샵에 만족도가 100%까지는 아니어도 언제나 별 기복 없이 90%쯤은 유지해주시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계셨는데 말도 없이 샵을 먼 곳으로 옮기셨다. 지난 1~2년간 안심하고 머리를 맡겨 왔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멘붕이 왔다. 동네 샵에서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기억을 돌이켜보니 내 머리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 먼 곳까지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딱히 어느 선생님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두 달 가까이 버티고 또 버티다 더 이상은 답답해 못 버티겠어서 같은 샵에서 그나마 경력이 좀 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아.. 만족도가 60% 이하여서 다음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주변에서도 묘한 표정으로 킥킥대며 너 머리 어디서 짤랐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내가 딱히 까다로운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저기 추천도 받았지만 신뢰가 안 간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해 드릴까요?” 물어볼 때 남자 커트를 딱히 어떻게 해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별 특별한 주문을 안 하는 편이데 그래서 대체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까? 사진이라도 들고 가서 디테일하게 주문해야 하나? 내 두상이 사진 속 모델과 다른데도? 아니면 남자 커트 하나에 2만원 이상 하는 비싼 샵을 가야 하는 걸까? 만족도 90%의 그 디자이너 선생님께선 내가 별 말 안 해도 니가 원하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고 그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후딱 머리를 다듬어 주셨고 그래서 더 만족도가 높은 거였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 선생님 생각이 난다.


한국 드라마 영화 시청률 박스오피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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