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8일 화요일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손익분기점

 


올해 한국 영화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는 한국영화의 평균 수익률이 지난해 -22.9%에서 올해 -62.1%로 급락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영화 한편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지난해 50억 1900만원에서 64억 7500만으로 늘어났지만 총매출은 38억 6800만원에서 24억 56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총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 손익분기점은 지난해 132만명에서 196만명으로 늘어났다.


연구소측은 올해 9월말까지 개봉한 한국영화 81편 가운데 겨우 5편만이 손익을 맞춘 것으로 추정했다.


2007년 한국영화 대쪽박 기사를 접하니 씁쓸하면서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사실 작년부터 내 마음 한구석에는 남들 다 열심히 일하고 인생을 즐기고 있는데 나만 왜 이러구 살아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있었다. 그러나 영상산업정책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나와 우리 망해가는 영화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영화사가 망했고 작년과 달리 요즘은 잘난 사람 잘난대로 놀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놀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다. 이 현상은 꼭 영화판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명문대 나온 엄마 친구 아들도 놀고 있다고 한다.


나만 혼자 놈팡이 백수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불행 중 다행이다. 하향평준화로 인한 건설적이지 못한 안도감이지만 일단 작년부터 나를 괴롭히던 자괴감은 거의 사라졌다.


워렌버핏은 주식투자를 야구에 비유했다. 투수가 던지는 볼은 투자대상 종목으로 비유된다. 투자자는 볼(종목)을 선택해 적절한 시점에 스윙(매수)하면서 타점(매매차익)을 낸다. 따라서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서 완벽한 볼이 올 때까지 오랜 기간동안 기다릴 수 있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이거다 싶은 느낌이 오는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안하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나쁜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그냥 좋은 작품을 기다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참여한 영화 한 두편만이 아니라 내 영화 인생 전체의 손익분기점을 계산해봤는데 영화일을 하기 위해 투자한 총비용에서 영화일을 하면서 벌어들인 금액을 빼보니 아직 손익분기점에 한참 모자란다.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일로 벌어들인 돈이 영화일 하면서 번 돈보다 많다는 황당한 손익계산서를 보고 있자니 나보고 영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고3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하지만 고3 담임 선생님 말을 따랐다면 영화일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으로만 남아 있을테니 후회는 없다.


이 모든 일이 내가 못난 탓이지만 영화일을 하기 위해 투자했던 비용 중 반드시 지출해야 되는 줄 알았던 영화학과 등록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학문과 실무 교육 사이에서의 혼란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각종 외부행사로 인한 잦은 휴강을 생각하면 역시 등록금은 아깝다. 영화학과가 더 많아졌다고 하는데 요즘은 뭘 가르치고 있을까?

덧글

  •  심리 2007/11/20 20:34 # 답글

    9시 뉴스에서까지 백수의 보편화를 논하고 88만원 세대가 화두가 된 시대니까요. 우리 영화 중흥이라는 말도 실속을 따져보면 허상인 면이......

    그런데 영화학과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네요. 뭐라뭐라 해도 학교 수업은 역시 충실해야 해요.
    오늘날의 어려움이 언젠가는 극복이 되겠지요? 꽃 피는 봄이 오길. 개인의 인생에나, 우리 나라 전체나.
    '강철로 된 무지개'라는 이육사 님의 싯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  Azreal 2007/11/20 20:44 # 답글

    야구에선 볼이 네개면 진루할 수 있지만 현실은 볼만 오백만개정도 날아와도 1루로 걸어가기엔 꿈도 못꾸죠-_-;;;; 물론 아웃도 되지 않지만, 오백만개 들어오는거 다 기다리자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아픈게 참;;;
  •  애드맨 2007/11/20 23:51 # 답글

    심리님 // 영화를 처음 할때 저는 25만원 세대였습니다.
    Azreal님 // 배고파요.
  •  마리 2007/11/21 12:04 # 삭제 답글

    예전에 대학원 영화학과 시험 봤다 떨어진 적이 있는데...차라리 다행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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