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8일 화요일

김호연 작가의 '김호연의 작업실'을 읽고..



얼마 전에 어떤 PD불편한 편의점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순간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아 그냥 들어는 봤다고 대답해주었다. 제대로 얘기하려면 김호연 작가의 2013년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암튼 그 PD불편한 편의점이 요새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이 정도라면 비록 자신은 아직 소설을 써 본 적은 없지만 작가님들과 회의를 한 경험이 많으니 한 번 써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불편한 편의점을 다 읽은 후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평소 생각해 둔 아이템을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설을 쓴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소설을 쓰고 싶은 건지 아니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지부터 분명히 하시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으신 거라면.. 어쩌구 저쩌구 오지랖을 떨고 싶었으나 꾹 참고 그저 대단하시다고 감탄하며 그렇다면 김호연의 작업실이라는 김호연의 사적인 소설 작업 일지가 새로 나올 예정이고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라는 작법 노하우를 다룬 책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유해드렸다.

과연 그 PD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2013년 겨울에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자마자 그 생각을 했었다. 나도 한 번 써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이 2023228일인데 아직도 나도 한 번 써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나도 망원동 브라더스같은 거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하면서 10년이 지난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씩 왜 10년이 지나도록 한 편도 못 쓰고 있는 건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그랬는데 김호연의 작업실을 읽어보니 답이 나왔다.

나는 김호연 작가와는 달리 작업실이라는 공간과 ‘2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써보면 재밌겠다는 아이템은 종종 떠오르고 정리도 하고 끄적이기도 했지만 그걸 제대로 된 작품으로 쓰는 데에는 블로그에 올릴 글만큼도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때는 매일 매일 조금씩 쓰다보면 언젠가는 완성이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조금씩 꾸준히 쓴 것도 있긴 한데 그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쓰다 보니 이러다 영원히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치 제논의 역설과도 같은 상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작업실과 시간이 답이었다. ‘매일 매일 조금씩이나 주말에만 틈틈이같은 나이브한 정신 상태로는 절대로 결승점을 통과해 소설을 완성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완성한다고 한들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태국, 대만,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과 러시아, 튀르키예, 불가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브라질 등 11개 언어권 13개국에 수출되고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하퍼콜린스에 판매되거나 메이저 문단의 아이돌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고.


2023년 2월 15일 수요일

HBO 오리지널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를 보고..



하와이의 호화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한 장소 이야기라 큰 기대는 없었다.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웃기지만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슬랩스틱 코미디 정도일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반만 맞았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건 맞고 그들이 웃기기도 하고 슬랩스틱 코미디도 하지만 캐릭터들은 평면적이지 않고 그들이 벌이는 일들도 웃기지만은 않는다. 제국주의, 빈부격차, 남녀평등, 젠더 이슈 등등 동시대의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한 장소에 담은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들을 엮고 풀어나가는 스토리의 밀도가 높아 지루할 틈이 없고 전개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이 펼쳐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건 짧다면 짧은 시즌1 6개의 에피소드만으로 이 모든 캐릭터들의 전사, 희노애락 그리고 흥망성쇄를 아낌없이 보여준 것만으로도 모자라 사춘기 소년의 가슴 뭉쿨한 성장 스토리까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다만 머레이 바틀렛의 엔딩이 억지스럽긴 했지만 시즌1의 마무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배경의 시즌2도 나왔던데 시즌1을 거의 하드캐리한 것이나 다름없는 머레이 바틀렛이 없어서 시즌1만큼의 재미는 없을까봐 걱정은 된다.


2023년 2월 5일 일요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 잊었으니까’를 보고..



단골바와 카페에서 글 쓰는 걸 즐기는 어느 추리 소설가의 여자 친구가 조촐하지만 떠들썩한 연말 파티 도중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중년의 추리 소설가는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후 더 이상 연락이 없는 그녀에게 따로 연락을 한다든가 집 앞에 찾아가지 않고 평소처럼 글을 쓰며 살아가지만 그 후로도 몇 주가 지나도록 여자 친구로부터는 연락이 없고 대신 여자 친구의 언니가 찾아와 동생을 찾아내라고 한다.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는 여자 친구의 전 직장인 유치원과 집을 찾아가서 단서를 찾지만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실종은 아니어서 경찰이나 탐정에게 의뢰해도 소용이 없다.

보통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이쯤되면 일이 점점 커지며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고 소설가에게도 위기가 닥쳐야 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극적인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소설가의 인생에 등장했다 퇴장하길 반복하고 심지어는 사라졌던 여자 친구마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오지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온천 여행을 마지막으로 안녕이란 말만 남기고 떠나가버린다. 그래도 소설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처럼 단골바와 카페와 가끔은 호텔을 전전하며 그저 추리 소설을 쓰고 또 쓸 뿐이다.

작가는 2년 여간 이 모든 일을 겪으며 틈틈이 에세이도 연재했는데 그게 바로 ‘모두 잊었으니까’고 이렇게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것이고 에세이를 마치는 글은 다음과 같다.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안 돼서 내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담당 편집자도 친구도 아주 가까운 사람도. 그들과의 추억을 다시 읽어 보니 잊힐 것만 같은 일들 뿐이었다. 써 놓길 잘 했다.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도 현실이라 믿었던 일도 조만간 우리는 모두 잊을 테니까.”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16mm 필름 룩을 보자마자 바로 이거지 싶었는데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주옥같은 회별 ost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며 잠시 스쳐 지나간 인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까지! 아베 히로시의 연기는 적절했고 쿠도 칸쿠로와 차라도 반가웠다. 1월에 보고 걸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걸작이든 졸작이든 조만간 잊을 테니까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해 둔다.

한국 드라마 영화 시청률 박스오피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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