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에서 합격 통보 전화가 왔다.
다음 주부터 CJ엔터테인먼트에 정직원으로 출근하라는 것이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마이너 언저리 변두리 지지부진 흐지부지 지리멸렬 영화 인생이 막을 내리고 꿈에도 그리던 당당한 메이저 영화인으로서의 새로운 영화 인생이 시작된다.
강남 한 복판에 있다는 소문이 있는 C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면 가장 먼저 나를 무시하고 괄시했던 지인들에게 이 기쁘고도 배아플 소식을 알려줘야겠다. 니가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발굴해서 시나리오를 개발한다해도 너는 출신이 변두리 마이너 영화인이라서 메이저 영화인이 되기는 힘들거라고 조언해주셨던 그 당시에는 잘 나갈 뻔 했으나 지금까지 못 나가고 있는 A모 감독님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 CJ엔터테인먼트에 합격했으니 요즘 감독님이 개발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으면 어디 한번 들고 와 보라고 CJ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전화로 전화해봐야겠다.
당장 다음날 A모 감독님이 쭈뼛 쭈뼛 시나리오를 들고 C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오면 믹스 커피 한 잔 타주고 일이 있어 오래 얘기 못해 죄송하다고 집에 보낸 후 대략 한달쯤 후에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꼼꼼히 검토해봤는데 작품이 너무 마이너해서 우리 CJ엔터테인먼트와는 궁합이 맞지 않아 진행하기 힘들게 됐다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해드릴 것이다. 아마도 바빠서 A모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시간은 없겠지만 보나마나 마이너일테니 굳이 검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나도 메이저 영화인이 됐으니 재능을 검증받은 메이저 영화인들의 시나리오만 검토할 생각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정직원 합격통보를 받고 한 시간 쯤 후에 내 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뜬금없이 봉준호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봉준호 감독님이 요즘 괴물의 차기작으로 마더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보고 본인과 공동 연출을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갑작스런 제안에 좀 당황스러워서 아니 저는 아직 연출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고 경력이라고는 망해가는 영화사 몇 군데를 다녔을 뿐인데 어떻게 감독님과 공동 연출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람 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정중하게 사양했더니 그럼 몇 일간 시간을 줄테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전화해달라고 하셨다. 마더는 올 가을 촬영 예정이라니 빨리 답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CJ엔터테인먼트 정직원과 봉준호 감독님과의 공동 연출 크레딧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된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다. 드디어 100억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룸싸롱인지 단란주점인지 아가씨들 노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대표님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앞으론 우리도 주눅들지 말고 벤티지 홀딩스처럼 당당하게 영화 잡지들과 인터뷰도 해가면서 영화할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하신다. 100억 펀드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차마 CJ엔터테인먼트 정직원이 됐으니 퇴사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표님과는 씁쓸한 기억들 만큼이나 흐뭇한 기억들도 많았는데 괜히 상처주고 싶지는 않다. 만약 100억 펀드가 사실이라면 대표님 뒤에 줄을 서야 될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대표님이 만우절이라고 장난 치는 것 같다.
우리 대표님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다.
덧글
Cloud 2008/04/01 02:11 # 삭제 답글
오늘이 4월1일이 아니거나 위의 글들이 오늘 씌여진게 아니었다면 정말 기분좋은 글이었을 것 같아요ㅜㅜ 2008/04/01 03:02 # 삭제 답글
저는 왜 슬플까요...- 만우절 농담이 이렇게 슬플 수 있다니 ㅜㅜ
님 좀 짱이듯... - 진담인줄 알고 들어왔더니. 만우절 농담인가 보군요.. 이런.. 웃어야 하는 상황이 맞는거죠??
- 아 첫줄 읽다가...
- 움찔했내요..
- 흠.... 마지막에 알려주셔서.. 넘어가다가 말았습니다...ㅠㅠ;;
- 와아 축하해요라고 쓰려다가 윗분들 리플보고 알았습니다.
..........충격적인 만우절이네요. - 특집 포스팅이 제목부터 간지가 좔좔~
- ...;;;
- 아... 메인에 오르신거 보고 축하해드리려고 냅따 달려왔습니다만...
오늘이 그날이군요... T_T - 오늘은 4월 1일이죠...
- 안녕하세요. 글이 너무 재미있어 무료한 회사생활의 한줄기 빛처럼 두고두고 읽고픈 마음에 저도 모르게 링크 추가하기를 눌러버렸습... 신고합니다~ ^^;
- 간만에 덧글 남기네요. ^^
낼도 이포스팅 비스무레한게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당~ - 적어도 첫째는 사실이 되길 빕니다.
- ...오늘 만우절이었군요.
- 우와왕! 취업! 봉준호 100억 펀드!!! 축하합니다!
하고 댓글 달려다....아....4월 1일.......... 풀썩~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April fool's day... 갑자기 슬퍼지네요.
현실이 되기를 마음 속으로 기도합니다. 우리, 힘내자구요~~!! - 그래도 취업은 사실이겠지요?????
만우절이지만 하나쯤은 진실이어도 상관 없어요. - 너무 가슴아픈 만우절 농담입니다... ㅠㅠ
그동안 틈틈이 놀러와서 구경했는데 이제서야 링크신고해요~ ^^; - 역시 멋지심!!
- ㅜ_ㅜ 마음아픈 만우절 포스팅이군요.
- 뭐여;; 나만 속은겨?? ;;
- "아무래도 대표님이 만우절이라고 장난 치는 것 같다." <==== 압권입니다...!!
- 헉... 역시 애드맨님 센스가....
언젠가는 이 글의 내용이 진짜가 될 날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 댓글 다시는 분들 속구만 사셨는가 봅니다..
윗 글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허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축하바랍니다..
에헴.. - 축하합니다 근데 김지운 감독은 왜 빠졌나요? 봉준호나 김지운에 익숙해져서리 ㅋㅋ
- 그날이 오길 ^^
- .
- 진심으로 축하해주려다가..생각해보니 만우절이군요;;;;;
- 이쯤되면 거의 예술의 경지군요. 대단하십니다.
- 저도 윗분들 처럼 축하 메세지를 드리려고 신나서 읽다보니 만우절 생각이............
정말이였음 좋겠습니다! - 애드맨님 살람해요 ㅋㅋㅋ
- 잠깐만요. 뭐라구요?
- 알렉스랑 봉준호까지 등장했네요. 역시 애드맨님의 블로그는 초인기절정! ^ㅅ^
- 아..진짜 메인에서 보고 축하해드릴려고 클릭했는데..
페이지 뜨는 걸 기다리는 사이 오늘 날짜가 생각났습니다..
..혹 오늘이 만우절임을 고려한 고도의 낚시? - 애드맨님 죄송한데요 봉준호 감독님 전화번호좀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정말정말로 부탇드립니다. - 저,,급한데요
부탁한가지 드리겠습니다.
혹시 봉준호 감독님 연락처나 관련된 아이디등 알고 계신다면
꼭좀 알려주십시요,,,,,
부탁입니다.ㅠ0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