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9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벤젠스(vengeance)'를 보고..



주인공은 뉴욕에 거주하는 팟캐스트 작가다. 자신의 신분을 상승 시켜줄 대박 아이템에 굶주려 있다. 그런 그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그의 여자 친구가 죽었고 자신의 그녀의 오빠라며 장례식에 오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예전에 잠깐 만났던 그녀가 죽은 것이다. 그는 그녀의 사망 소식에서 대박 아이템의 냄새를 맡는다. 이른바 ‘죽은 백인 여자’는 범죄 팟캐스트 분야에선 흥행 보증 수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고향인 텍사스로 가서 오빠를 만나는데 오빠는 그녀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며 범인에게 복수하자고 한다. 

주인공은 직접적인 복수보다는 팟캐스트를 통해 법과 사회의 응징을 받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오빠와 가족들을 만난 후 대박을 확신한 주인공은 자신이 속한 팟캐스트 업체의 편집자에게 전화해 빵빵한 지원을 받아가며 유족들과 그녀의 주변인들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뉴욕에서 왔다고 무시당하고 놀림당하고 텍사스 부심에 가득 찬 현지인들로부터 험한 꼴도 겪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취재를 이어간다. 주인공이 취재한 녹음 파일을 전송받아 팟캐스트를 완성한 뉴욕의 편집자는 걸작이 탄생했다며 더 이상의 취재는 필요없으니 뉴욕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주인공은 대박 팟캐스트 작가가 될 일만 남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주인공은 그녀의 죽음이 살인이 아니라 사고였다는 사실을 그녀의 할머니의 실언을 통해 알게 되고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은 유족들과 관계가 악화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린 동생 덕분에 그녀의 유품인 핸드폰의 비번을 풀게 되고 문자 전송 내역을 통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 주인공은 그를 찾아가 직접 처단해 버린다. 오빠가 주인공을 동생의 애인이라고 착각하고 전화를 한 이유는 동생이 죽기 직전에 비밀리에 만나고 있던 사람의 정체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주인공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팟캐스트를 통한 공론화로 법과 사회의 응징을 받게 하는 대신 직접적인 복수를 선택한 주인공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던 취재 파일 역시 모조리 삭제해버린다. 

미국 저예산 영화 특유의 날 것의 느낌이 괜찮았고 이야기도 중반까지 독특하게 잘 나갔는데 막판에 삼천포로 빠지며 그저 그런 B급 영화로 추락해버렸다. 텍사스 풍광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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