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싶어하는 작품 관련해서 뭣 좀 물어보려고 대박 영화사 직원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의 통화라 반가운 척 하고 아쉬운 소리해가며 뭣 좀 물어봤더니 후배는 얼마 전에 대박 영화사 관두고 딴 일 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왜 남들 다 부러워하는 대박 영화사를 관뒀냐고 물어보니 대박 영화를 만들긴 했지만 쪽박 영화가 더 많아 회사 분위기는 점점 안 좋아지고 도저히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서 관뒀다고 했다.
아니 대박 영화를 만든 대박 영화사 직원이 회사 사정 어렵다고 딴 일 하면 쪽박 영화사 직원들은 벌써 다 때려쳐야겠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는 순간, 알고 지내던 쪽박 영화사 직원들 뿐만 아니라 몇몇 대박 영화사 직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영화사 관두고 딴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후배는 나의 실없는 우스개 소리에 전혀 반응이 없더니 지금 뭣 좀 하느라 바쁘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맞다. 그랬었다. 요즘 내 생각만 하느라 남들 뭐 하는지 별 관심이 없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젠 정말 몇 명 남지 않은 것 같다. 전에 다니던 망해가는 영화사의 대표님은 회사 관두고 1~2년 내로 이 바닥에서 뭐든 하지 못하면 앞으로 월급 받으면서 영화하기는 힘들테니 그냥 딴 일 찾는게 나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월급 받으면서 영화하는 시절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 월급을 주면서 영화해야 되나?
갑자기 이런 어려운 시기에 사무실 유지하며 영화사 간판 걸어놓고 있는 우리 대표님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만 사무실에서 대표님 얼굴 보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데 낮에는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내고 계신 걸까?
덧글
ArborDay 2008/03/03 19:35 # 삭제 답글
월급을 주면서 (때로는 다음 달로 미루면서) 영화를 해보면 대표님이 낮에 어디서 뭘하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요? ^^땅콩샌드 2008/03/03 20:18 # 삭제 답글
애드맨님의 [대표님]은 언제나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돈(직원 월급) 구하러 다니시는 지도......
- 땅콩샌드님 말에 대략 공감....
- ArborDay님 // 너무 궁금해서 못 참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냥 물어보는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ㅋ;;
땅콩샌드님 // 훌륭한 분입니다 ^^
정시퇴근님 // 아아...
비타민님 // 그럼요!! - 오옷, 대표님이 어디서 뭐하고 계실 지 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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