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8일 화요일

훌루 오리지널 드라마 ‘크리머리: 더 라스트맨(Creamerie)’을 보고..



야 이거 재밌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 상의 모든 남자들이 전염병에 걸려 멸종되고 여자들만 사는 세상이 된다. 남자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천국은 아니다. 언뜻 보면 유토피아 같기도 하지만 남자의 정자를 독점한 웰니스라는 단체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며 비굴하게 살아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여자들만 모여 있으니 정말 심심하고 지루해 보였다. 암튼 주인공은 시골에서 목장을 하는 세 친구인데 그녀들 앞에 지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남자가 나타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웰니스 측으로부터 임신 기회를 얻지 못하던 주인공이 그 남자 덕분에 기회를 얻게 되고 이를 눈치챈 웰니스는 그녀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뻔하고 거칠 수 있는 설정이지만 주인공 삼인조의 연기 디테일이 훌륭하고 페미니즘을 주 소재로 삼은 유머 코드도 신선했다. 6부작이고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 한 편 호흡이다. 시즌1은 본색이 드러난 웰니스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을 암시하며 끝난다. 시즌2를 염두에 둔 결말이지만 과연 굳이 더 할 이야기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p.s. 웨이브로 봤다. 요즘 넷플릭스는 볼 거 없고 웨이브에 재밌는 거 많다. 특히 HBO시리즈들.

2022년 2월 6일 일요일

‘덱스터: 뉴블러드’ 시즌9를 보고..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어떻게 끝날지 궁금했는데 기대만큼 극적인 엔딩은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에 걸맞는 엔딩은 확실히 아니고 덱스터의 이름값에 걸맞지도 않았다. 이럴 거면 굳이 왜 다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지난 시즌에 마이애미를 떠난 항구의 도살자 덱스터는 이름을 바꾸고 산간 오지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아들에게서 자신과 같은 어둠을 발견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고민 끝에 아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자신처럼 키우기로 결심 한다. 여기까진 앞으론 덱스터가 팀으로 활동하게 되는 줄 알았다. 한편, 동네엔 가출 소녀 연쇄 살인범이 살고 있는데 덱스터에게 딱 걸려 처단 당한다. 간만에 거사를 마친 덱스터는 아들과 함께 허둥지둥 마을을 떠나려는데 덱스터가 항구의 도살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서장 때문에 유치장에 갇히고 서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탈출을 시도하던 도중 이를 제지하던 무고한 경찰(아들의 레슬링 코치)을 죽여 버린다. 아들은 덱스터가 자신이 믿고 따르던 코치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덱스터에게 선물 받은 총으로 덱스터를 사살하고 서장의 배려 하에 마을을 떠난다. 

시즌10이 나온다면 죽은 줄 알았던 덱스터가 사실은 죽지 않았다거나 덱스터 대신 덱스터의 아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해야 할 텐데 둘 다 그리 궁금하지 않다. 박수칠 때 떠난 후 왜 돌아왔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웠다.


TV조선 드라마 '엉클'을 보고..



8부까지는 최고였다. 2021년 잘하면 2022년까지 통틀어 최고의 드라마로 꼽을 만 했다. 어릴 때 삼촌 생각도 나고 막 울고 웃고 박수치며 봤다. 괜히 시청률이 그것도 공중파도 아닌 TV조선에서 2프로에서 10프로까지 뛴 게 아니다. 마냥 싸이코패스 같은 악역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에 이유가 있고 납득이 됐다. 

아쉬운 점이라면 끝판왕인줄 알았던 맘블리 리더 박선영을 응징한 9부 이후부터다. 박선영에 이어 등장한 진짜 끝판왕인 강토머니 회장이자 지후의 친할머니를 응징하기까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고 뜬금없는 촛불시위에 PPL 범벅이 이어지다 억지 신파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막판엔 또 해피엔딩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도 하강 곡선으로 마무리됐고 특히 15, 16부는 과연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허술 덜컹거렸다. 이는 한드 특유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한데 꼭 뒤로 갈수록 허술해지다가 PPL이 많아지며 닥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린다. 생각해보면 16부 내내 탄탄하고 엔딩까지 훌륭한 드라마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미드나 일드 같은 외국 드라마는 아무리 재밌어도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는데 ‘엉클’이 간만에 그 뭔가를 채워주었다. 트로트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건데 TV조선이 기획력이 좋은 것 같다. 한국 시청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2022년 2월 2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아카이브81(Archive81)’을 보고..



오컬트 장르의 최첨단이자 종합선물세트. 화면 속에서 귀신이 기어 나오는 건 ‘링’, 멀쩡해 보이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알고 보니 컬트 종교에 빠져있는 건 ‘로즈마리 베이비’, 고립된 공간에서 미쳐가는 남자 주인공은 ‘샤이닝’, 스너프 필름은 '무언의 목격자' 등등 걸작 호러 영화들이 들어있어 반갑다. 영상 복원이 직업인 주인공이 다루는 비디오 테잎, 필름, 카메라 등등의 디테일도 매력적이다. 막판엔 타임슬립까지 나온다. 

신기한 건 재밌을 만한 건 다 들어가 있는데도 지루하다는 거다. 영상 복원을 직업으로 하는 평범하고 지루한 남자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거대 기업 회장에게 아날로그 테잎을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을 의뢰받고 외딴 산 속의 고립된 저택으로 이동할 때까지는 흥미진진했다. 이제 저 멋있는 저택이 주인공을 어떻게 미치게 만들지가 궁금했는데 이야기가 좀 진행되겠다 싶을 때마다 복원 작업 중인 아날로그 테잎에 저장된 과거 이야기가 나와 흐름이 뚝뚝 끊겼다. 그냥 과거만 나오는 게 아니라 과거의 과거도 나온다. 영화 속 영화 같은 설정이나 블레어 위치 같은 페이크 다큐를 싫어하면 절대 못 견딘다. 대충 알겠으니까 스킵하고 싶어도 정확히 모르고 지나가면 엔딩을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그럴 수도 없다.

이를 악물고 중반부의 지루함을 견뎌내기만 한다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엔딩을 즐길 수 있지만 어지간히 참을성이 강하거나 필름 매체에 대한 향수가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새로울 건 하나도 없고 중반까진 1.5배속이 아니고선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루했지만 차별화된 디테일이 매력적이었고 어떻게든 끝까지 보게 만들었으며 엔딩에 여운까지 있었으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2021년 12월 24일 금요일

앤잇굿 선정 2021년 한국 드라마 베스트10












2020년부터 한국영화 베스트10 선정이 무의미해져서 올해는 한국 드라마로 해봤다. 드라마는 휘발성이 강해 불과 한 달 전 드라마도 아주 오래 전 드라마 같아 베스트10 선정의 긴장감이 영화보다는 덜하지만 그냥 해 봤다. '오징어 게임'은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테고 골라놓고 보니 대부분은 화제성과 시청률이 높거나 기존 한드와의 차별성이 있거나인데 '너를 닮은 사람'은 둘 다 아니지만 신현빈의 초반 포스 때문에 선정했다. 신현빈은 '구경이'의 김혜준과 함께 올해의 여배우 원 투 펀치다. 둘 다 그냥 얼굴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엉클'은 촛불시위 빼곤 다 좋았다. 부디 내년에는 '앤잇굿 선정 2022년 한국영화 베스트10' 놀이가 유의미해지면 좋겠다.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JTBC 오리지널 드라마 '구경이'를 보고..


2021년 최고의 드라마는 아닐 수 있어도 2021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확실하다. 작가가 한드 업계 출신이 아닌 한예종 출신의 신인에다 팀이어서인지 기존의 한드와는 결이 다르고, 감독은 기존의 한드 업계 출신인 듯하지만 최대한 기존의 한드와는 다르게 연출하려고 노력한 티가 팍팍 나고 실제로도 다르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한드 중에서도 간혹 외국의 무슨 드라마의 한국판 같은을 추구하는 드라마가 있긴 했지만 구경이수준의 성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라마가 영화에 비해 유독 휘발성이 강한 편이지만 이 정도면 가히 레퍼런스가 되어 두고두고 회자될 법도 하다. 작감배 모두 최선을 다 한 덕분이겠지만 작가들이 대단하다. 이쪽 장르의 이해도와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능력이 기존 한드 작가 중에서는 거의 탑인 듯싶다. 우리끼리만 좋아하는 매니아용 작품이 될 우려가 큰 기획이었고 시청률만 보아서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특정 계층과 성별의 매니아들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된 게 어딘가. 탁월한 선구안의 이영애는 두말할 것도 없고 김혜준도 대단했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재밌는 배우가 흔치 않은데 김혜준이 그걸 해냈다. 빨리 시즌2 보고 싶다.


2021년 11월 17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YOU)’ 시즌3를 보고..



예상대로 시즌1보다 별로다. 시즌2보다도 별로였는지는 모르겠다. 희안하게 시즌2는 보긴 했는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즌3가 아주 별로인 건 아니다. 그럭저럭 볼 만은 했다. 시즌3의 전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시즌3 에피소드2의 제목이기도 한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이다.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시즌3는 그 영화의 드라마 버전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 나쁘진 않다


다만 시즌1보다 별로인 이유는 조가 더 이상 로맨틱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즌1의 조는 비록 스토커긴 하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로맨틱하게 봐줄 여지가 있었는데 시즌3의 조는 유부남에 애 아빠가 총각 때랑 똑같은 행동을 하니까 로맨틱하긴 커녕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아내를 피해 한밤의 마트 주차장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는 그냥 위험한 중년 남자에게 어떻게 매력을 느끼겠는가


결국엔 진정한 사랑을 방해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아내인 도끼 부인과는 안전 이별(?)에 성공하고 아이도 이웃집 게이 커플에게 맡기고 홀가분하게 ‘YOU’를 찾아 파리로 떠난 걸 보니 시즌4를 계획 중인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시즌1보다는 별로일 것 같다시즌1의 설레임은 다신 없을 것 같아 그저 아쉬울 뿐이다. 벡이 그립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