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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5일 일요일

'절대 BL이 되는 세계 VS 절대 BL이 되고 싶지않은 남자' 시즌1-2 👍




자신이 BL만화 속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모브 캐릭터 주인공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메인 캐릭터가 되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주인공에게 느닷없이 꽃미남이 접근하고 연애 플래그가 설 조짐이 보이면 그걸 회피하려 애쓴다의 반복이 이야기의 전부지만 자신이 BL 만화 속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설정이 참신하고 이연희 닮은 여장남자로 유명한 이데가미 바쿠가 잠깐 나와서 신기했다. 그냥 예쁘장한 일반인인줄 알았는데 연기도 제법 해서 놀랐다. 다양한 BL 클리쉐 비틀기가 유쾌했고 일본에선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미남으로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시즌3에선 과연 B가 L하는 운명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p.s. 이데가미 바쿠

2023년 8월 4일 금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리키시’를 보고.. 👍👍


끝내준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재밌었고 당연히 8부까지 빈지워치했다. 이야기는 매우 심플하다. 덩치 크고 싸움만 잘하는 양아치 고등학생이 피나는 노력 끝에 정상급의 스모 선수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일본 소년 만화 스토리고 우정, 노력, 승리라는 ‘소년 점프’의 3대 키워드에도 매우 충실하다. 뻔하고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손에 땀을 쥐고 본 건 정말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모 이야기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으랏차차 스모부’ 이후로 처음인데 거의 그 수준으로 잘 만들었다.


프로덕션 퀄리티는 물론이고 배우들이 말 그대로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 스모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몸부터 스모 선수여야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진짜 스모 선수들을 캐스팅해서 연기를 시킨 것 같은 수준이었다. 일본 드라마랑 영화가 한 물 갔네 어쩌네 해도 청춘 쪽은 역시 일본이 제대로고 제작비만 충분하면 만듦새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일본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올드함이다. 특히나 성상품화 쪽은 여전히 90년대 이전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치히로상’을 보면서도 전직 성노동자 출신 여성이 노숙자 할아버지를 목욕시켜주는 장면 등에서 깜짝 놀라곤 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런 순간이 종종 있었다.


p.s. 으랏차차 스모부 드라마 버전


2023년 2월 5일 일요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 잊었으니까’를 보고..



단골바와 카페에서 글 쓰는 걸 즐기는 어느 추리 소설가의 여자 친구가 조촐하지만 떠들썩한 연말 파티 도중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중년의 추리 소설가는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후 더 이상 연락이 없는 그녀에게 따로 연락을 한다든가 집 앞에 찾아가지 않고 평소처럼 글을 쓰며 살아가지만 그 후로도 몇 주가 지나도록 여자 친구로부터는 연락이 없고 대신 여자 친구의 언니가 찾아와 동생을 찾아내라고 한다.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는 여자 친구의 전 직장인 유치원과 집을 찾아가서 단서를 찾지만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실종은 아니어서 경찰이나 탐정에게 의뢰해도 소용이 없다.

보통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이쯤되면 일이 점점 커지며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고 소설가에게도 위기가 닥쳐야 하는데 이 작품에선 그런 극적인 사건은 벌어지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소설가의 인생에 등장했다 퇴장하길 반복하고 심지어는 사라졌던 여자 친구마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오지만 평범하기 그지 없는 온천 여행을 마지막으로 안녕이란 말만 남기고 떠나가버린다. 그래도 소설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평소처럼 단골바와 카페와 가끔은 호텔을 전전하며 그저 추리 소설을 쓰고 또 쓸 뿐이다.

작가는 2년 여간 이 모든 일을 겪으며 틈틈이 에세이도 연재했는데 그게 바로 ‘모두 잊었으니까’고 이렇게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것이고 에세이를 마치는 글은 다음과 같다.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안 돼서 내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담당 편집자도 친구도 아주 가까운 사람도. 그들과의 추억을 다시 읽어 보니 잊힐 것만 같은 일들 뿐이었다. 써 놓길 잘 했다.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도 현실이라 믿었던 일도 조만간 우리는 모두 잊을 테니까.”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16mm 필름 룩을 보자마자 바로 이거지 싶었는데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주옥같은 회별 ost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며 잠시 스쳐 지나간 인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까지! 아베 히로시의 연기는 적절했고 쿠도 칸쿠로와 차라도 반가웠다. 1월에 보고 걸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걸작이든 졸작이든 조만간 잊을 테니까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해 둔다.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후지tv 일드 '사일런트' 2회를 보고..




1회를 보고 2회가 웨이브에 올라오길 기다리는 일주일 내내 1회가 너무 훌륭해서 반갑고 감사하면서도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기로 큰 마음 먹고 결정했는데 2화가 허접하면 또 다시 마음 두고 따라갈 드라마를 무한 검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찾다 보면 언젠간 나오긴 하겠지만 1회 만에 눈시울을 붉어지는 ‘러브레터’같은 드라마는 찾으려 한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어서 2회가 제발 실망스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러브레터’는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2시간으로 끝나는 영화다. ‘사일런트’는 최소 10부작 이상의 드라마인데다 주인공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만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나서 지지고 볶아야 하므로 ‘러브레터’같은 전개는 2회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작가는 과연 무슨 이야기로 10회를 끌고 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1회의 명장면을 반복 시청하고 유튜브에서 ‘러브레터’ 명장면도 간만에 찾아보며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2회를 봤는데 아니 이게 왠 걸?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완벽한 기우였다. 1회가 ‘러브레터’였다면 2회는 ‘롱베케이션’이라고나 할까?

2회 중후반쯤 남녀 주인공이 차분히 카페에서 만나 8년 전의 오해를 정리하고 폭풍 오열로 감정을 정리하더니 엔딩 직전에 드라마가 갑자기 ‘롱베케이션’으로 바뀌어 버리는 게 아닌가. 90년대 일본 영화계의 어떤 정점에 ‘러브레터’가 있다면 일드엔 ‘롱베케이션’이 있다. 1회엔 ‘러브레터’ 2회엔 ‘롱베케이션’의 원투펀치를 연이어 맞고 나니 다음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올 겨울은 ‘사일런트’와 함께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93년 생이던데 불과 2회 만에 90년대 걸작 일영과 일드를 소환해 재해석과 변주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대성하겠다.

관련 포스팅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일드 '사일런트' 1회를 보고..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추천 링크를 따라 들어가 아무런 기대 없이 예고편을 보고 있는데 착하게 생긴 여주인공이 전철에서 내리는 어떤 애매하게 잘 생긴 남자를 향해 아련함과 그리움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사쿠라군!” 할 때 느낌이 왔다. 

바로 이거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겠구나! 어쩌면 헤어나올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나.. 본편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함과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한 번 예고편을 찬찬히 훑어 봤는데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영상 몇 컷만 보고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다. 그래서 바로 본편을 찾아 보려고 했는데 몇 주 뒤에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는 달력에 첫 방송 날짜를 체크해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방금 전에 1회를 봤는데 역시나!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내 예상이 적중했다.

‘러브레터’의 드라마 버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니 감독 또는 작가가 이와이 슌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드라마가 총체적으로 ‘러브레터’스러운 거다. 만약 이와이 슌지의 신작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이와이 슌지의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가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고 영화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와이 슌지 키드였던 것이다.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 일드만이 할 수 있는 걸 이 정도로 잘 해 낼 수 있는 작가가 나왔다니 일드의 미래가 갑자기 밝게 느껴진다.

비교의 대상일 순 없지만 어쩌면 연인의 죽음보다 더 안타깝고 슬픈 건 이유를 알 수 없거나 납득할 수 없는 이별 통보일 것이다. 죽은 연인은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린 연인(?)에 대한 감정은 그보단 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연인으로부터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 받고는 오랜 시간 힘들어했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이제 그를 다시 만나면 잘 지냈냐고 반갑게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는 여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그와 재회하면서 1부가 끝난다. 드라마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심지어 1회만에!

아주 오래 전 영화과 1학년 겨울에 ‘러브레터’를 보고 난 이후 수천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봤지만 아직도 ‘러브레터’를 잊지 못하고 있고 언젠가 ‘러브레터’같지만 ‘러브레터’보다 더 ‘러브레터’스러운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 하면 바로 이 작품이 그 작품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선 내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일드지만 언젠가부터 힘이 빠져버려 포기해버리려고 한 적도 많았으나 포기하지 않길 잘 했다.




2022년 2월 6일 일요일

TV조선 드라마 '엉클'을 보고..



8부까지는 최고였다. 2021년 잘하면 2022년까지 통틀어 최고의 드라마로 꼽을 만 했다. 어릴 때 삼촌 생각도 나고 막 울고 웃고 박수치며 봤다. 괜히 시청률이 그것도 공중파도 아닌 TV조선에서 2프로에서 10프로까지 뛴 게 아니다. 마냥 싸이코패스 같은 악역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에 이유가 있고 납득이 됐다. 

아쉬운 점이라면 끝판왕인줄 알았던 맘블리 리더 박선영을 응징한 9부 이후부터다. 박선영에 이어 등장한 진짜 끝판왕인 강토머니 회장이자 지후의 친할머니를 응징하기까지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고 뜬금없는 촛불시위에 PPL 범벅이 이어지다 억지 신파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막판엔 또 해피엔딩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도 하강 곡선으로 마무리됐고 특히 15, 16부는 과연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허술 덜컹거렸다. 이는 한드 특유의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한데 꼭 뒤로 갈수록 허술해지다가 PPL이 많아지며 닥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린다. 생각해보면 16부 내내 탄탄하고 엔딩까지 훌륭한 드라마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미드나 일드 같은 외국 드라마는 아무리 재밌어도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는데 ‘엉클’이 간만에 그 뭔가를 채워주었다. 트로트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건데 TV조선이 기획력이 좋은 것 같다. 한국 시청자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기무라 타쿠야의 TBS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グランメゾン☆東京)’를 보고..



일드는 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가 최고였고 그 중심엔 기무라 타쿠야가 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각잡고 본 것도 한드보다 그 때 그 시절의 일드가 먼저였다. 내 마음 속의 기무라 타쿠야는 잘 생기고 스타일 좋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파일럿, 검사, 카레이서, 헤어스타일리스트, 아이스하키, 피아니스트 등등 못 하는 게 없는 멋쟁이 동네 형 같은 존재였고 최근까지도 그랬는데 얼마 전에 그랑 메종 도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영원히 멋진 형일 것만 같았던 바로 그 기무라 타쿠야가 늙은 것이다. 아무리 어리게 봐주려 해도 50대 밑으로는 무리였다. 웃픈 건 외모는 분명 50대고 늙어서인지 체구도 작아졌는데 하는 행동은 90년대 그 때 그 시절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거였다. 여전히 독불장군에 독고다이 아웃사이더여서 고난을 겪고 주변의 오해도 사지만 끝까지 신념을 버리지 않다가 결국엔 승리하는 멋쟁이 동네 형 기무라 타쿠야.. 상대 여배우도 비슷했다. 외모는 분명 50대인데 기무라 타쿠야와 티격태격하는 모양새는 그 때 그 시절 20대 여배우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일본 사회의 고령화 때문인걸까? 50대지만 20대 소녀(?)가 가질만한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힘으로 노력하다가 우연히 기무라 타쿠야를 만나 발끈! 파르르! 티격태격! 옥신각신! 막판엔 훈계도 하면서 결국엔 꿈을 이룬다. 다만 이번엔 두 사람 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막 물불 가리지 않는 맹목적인 사랑을 나누진 않는다. 사랑은 적당한 선에서 각자 알아서 자제하고 일에 전념한다. 삼각관계가 있긴 하지만 심각해지려다 만다ㅋ 남자나 여자나 섭남이나 더 이상 사랑 따위엔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할 만큼 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랑 메종 도쿄2019년 드라마여서인지 2020년 도쿄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작정하고 만든 티가 역력했고 도쿄 올림픽만 성공시키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이 묻어있는 드라마였다. 코로나로 인해 도쿄 올림픽이 무기한 연기된 2020년 하반기인 이 시점에 보면 묘하게 서글픈 구석이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일과 사랑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일드가 가장 잘 하는 걸 이쪽 장르의 달인인 기무라 타쿠야(이번엔 프랑스 요리 천재로 나온다)를 통해 이보다 더 잘 해 낼 수 없는 완성도로 만들어낸 걸작이다. 20년 전 일드를 보는 기분에 묘한 향수에 젖었고 본의 아니게 기무라 타쿠야의 노화 정도를 체크하며 나 자신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2020년 8월 3일 월요일

도라마코리아에서 '소설왕'을 보고..





오랜만에 완주한 일드. 주인공이 무명 소설가인데 초등학교 친구였던 무명 편집자와 힘을 합쳐 일본 최고의 소설왕이 되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그러던 중 소설가는 편집자와 자주 가는 바의 여점원과 눈이 맞아 임신을 시키고 여점원은 집필 활동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라져주네 마네 트러블을 일으킨다. 주인공이 겪고 있던 모든 문제들이 애초에 소설을 잘 썼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것들인데 중반 정도에 주인공이 정말로 주변의 조언과 응원에 용기를 얻어서 소설을 잘 쓰게 되고 그 소설이 영화화가 결정되고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르며 말 그대로 소설을 잘 쓰게 되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하지만 출판사는 출판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딴 회사에 매각과 동시에 폐지가 결정되고 친구 편집자는 백수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소설가는 편집자에게 다음 작품도 같이 만들자며 프러포즈를 하고 편집자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불화를 겪고 있던 아버지와도 화해를 하지만 결국 나오키상은 불발된다. 나오키상을 못 받으면 절필하겠다던 주인공은 독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다시 집필을 시작하고 소설은 나오키상은 못 받았지만 대박이 나서 문예부의 폐지는 취소가 되고 몇 년 뒤 주인공은 드디어 나오키상을 받는다. 어느 작가 지망생의 백일몽 같은 이야기였다.


2019년 9월 12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드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보고..



과격하고 적나라한 제목과는 달리 오프닝은 소소하고 사랑스럽다. 지방에서 상경한 수수한 여대생이 같은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남자 선배와 만나 사랑을 키워나간다. 이와이 순지의 ‘4월 이야기’의 드라마 버전 같은데 왜 저런 제목을? 의아했는데 답은 금방 나온다. 남자 선배의 그것이 정말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입학식 전에 만나 연애를 시작했는데 졸업하고 결혼할 때까지도 안 들어가고 결혼 후에도 안 들어간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 건 지 궁금해서 시청을 중단하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자전적 에세이가 원작이라고 한다. 실화라는 걸 알고 보니 더 안타까웠다.

여자는 스스로를 하자 있는 불량품으로 여기는데 그런 자신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남편에게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남편이 월급의 대부분을 여자를 사는데 탕진하는 매춘업소 단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여자는 화를 내기는커녕 자기가 남편에게 못해주는 걸 대신 해 주는 매춘업소 여자들에게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해하며 남편의 취미생활을 눈감아준다. 생불이 따로 없다. 그리고 드라마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공감 불가능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다.

첫사랑인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남자 경험이 없는 줄 알았던 여자는 알고 보니 남편을 만나기 전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와 원나잇 경험이 있었고 남편이 매춘업소 단골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본인도 인터넷에서 아무 남자나 만나 몸을 제공하는데 놀랍게도 다른 남자들의 그것은 잘만 들어간다.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는 게 아니라 남편의 그것‘만’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는 인터넷에서 모르는 남자들을 만나 계속해서 몸을 제공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큰 상처를 받고는 집을 나가 버린다. 이후 여자는 친척 할머니의 장례식 참석 차 고향에 내려가는데 여자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시골이라 놀 거리가 없어 전교생이 모두 섹스로 얽혀 있었다는 걸 회상하고 돌아가신 친척 할머니는 마을 청년들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일을 담당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라마의 분위기가 ‘4월 이야기’로 시작해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를 잠깐 찍고는 갑작스레 ‘도쿄 데카당스’로 빠지더니 급기야 ‘나라야마 부시코’로 마무리 되는가 했는데 막판엔 또 부부가 뜬금없이 화해하고는 아이를 낳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양가 부모까지 동원해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엔 우리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하며 마무리 된다.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으로는 ‘남편의 그것만 들어가지 않아’가 드라마의 내용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018년 6월 10일 일요일

아재’s 러브 7회



초반엔 재밌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힘이 떨어지는 감이 있었는데 마지막 회는 그냥 장난이었다. 6회까지 보고 4부작이면 딱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다마키와의 이별 후 부장과 동거까지는 그럭 저럭이었는데 부장의 청혼부터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그래도 마지막 회고 유종의 미라는 게 있는데 이 정도까지 대충 만들었을 줄은 몰랐다대본은 엉성하고 만듦새는 실소가 나왔다그 중에서도 압권은 부장의 청혼 씬이었는데 시간이 없었든 뭐든 진짜 대충 장난같이 만든 티가 팍팍 났다그러나 생각해보면 이해는 된다초중반의 썸을 탈 때까지는 BL을 명랑하게 그릴 수 있었겠으나 결혼까지 명랑하게 다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현실적인 문제를 싹 지워버리고 마냥 명랑하게 그릴 수도 있었겠으나 그러다 보면 공감이 가지 않을 것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더 이상 명랑할 수가 없다그래서 선택한 게 현실적인 문제를 살짝만 터치해주다 마는 것이었던 듯하다공감 반 명랑 반막 진지해지려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자 사실은 장난이었어라고 실없는 미소를 짓는 듯한 엔딩이었다.

관련 포스팅

2018년 6월 6일 수요일

아재’s 러브 1~6회




트위터에서 웬 중후한 아저씨가 부하 직원으로 추정되는 훈남에게 애정을 고백하는 짤방을 보고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서 봤는데 올해 최고였다아직 최종회인 7회를 못 봤지만 이미 내 마음속에선 최근 몇 년 간 본 일드 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통틀어서도 베스트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침체되어 있던 로코계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걸작이라 자신할 수 있다작가가 누군지는 몰라도 로맨스는 물론이고 BL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마치 BL의 대중화를 목표로 기타가와 에리코와 코노하라 나리세가 공동으로 각본을 썼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최고였다

캐릭터들도 어쩜 그렇게 하나 같이 톡톡 튀고 개성이 넘칠 수가 없었는데 개인적으론 그 중에서도 세가와 마이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BL 장르의 특성상 여자 캐릭터들은 방구석의 작디작은 관엽식물’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만 세가와 마이코는 달랐다배우 개인의 역량으로 캐릭터의 한계를 돌파해버린 것이다시종일관 엑스트라처럼 배경에 묻혀 있다가 슬그머니 대사 몇 마디만 치고 빠지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차고 넘쳤다씬스틸러 그 자체였다다 좋았는데 2016년에 단막극으로 만들었던 걸 2018년에 7부작으로 늘여서인지 초반의 기세가 회를 거듭할수록 약해지는 감이 있었다. 7부도 좀 길고 4부 정도면 딱 좋았을 것 같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