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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15만 일본 독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베스트셀러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읽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먼저 보고 여러모로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많아 에세이를 읽으면 이해가 될까 해서 읽었는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고 오히려 늘기까지 했다. 드라마는 에세이를 거의 판박이 수준으로 옮긴 거였다. 에세이에 적힌 문장의 토씨 하나 까지 빼놓지 않고 드라마의 나레이션으로 옮겼을 정도로 굉장히 원작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는데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주의 시골 친척 할머니가 마을 청년들의 성교육 담당이었다는 부분이다. 이건 사실이든 아니든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아닌가? 에세이에도 이 부분이 있는데 내가 놓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각색이 허용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작가가 에세이에는 적지 않았는데 드라마화 제안이 오자 그 부분도 마침 생각나서 제작진에게 이야기 해 준 걸까? 드라마와 원작 에세이를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여주가 다른 남자와는 잘 되는데 남편과만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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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드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보고..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김호연 작가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고..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작가의 20년간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등 글만 써서 먹고 살아온 생존기다. 한국에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는 목차만 봐도 느낌이 온다. 이 산문집에는 생존기 외에도 작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비법과 공모전 합격 노하우 등 요긴한 정보도 들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귀인을 만나는 법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 스토리와 소설은 모르겠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정말 중요한 건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 시나리오만 써서 먹고 살아온 분들은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극소수인데 그 분들에게는 업계 입문 초창기에 귀인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쓰는 건 기본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는 시나리오로 먹고 살 수 없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결국엔 귀인을 만나야 한다. 키맨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본인이 잘 쓰고 능력이 있어도 귀인을 못 만나면 시나리오로는 먹고 살 수 없다. 공모전 당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모전에 당선돼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귀인이라면 보통 데뷔시켜준 사람을 일컫는데 그가 꼭 제작자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구라도 귀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만인의 귀인이 나에게도 귀인이라는 법은 없다는 게 귀인을 만나는 일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귀인이 아니라 양아치 사기꾼 도둑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인이 될 수 있다. 나름 귀인을 만나는 법에 대한 노하우랄까 감 같은 걸 깨우쳤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간혹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사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려던 주변의 작가 지망생들은 지금은 대부분 생존해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든 뭐든 글은 그냥 블로그에 낙서처럼 끄적일 때가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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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정치 이야기


정치랑 종교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이에선 정치 이야기는 종종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정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던 사이에서 처음으로 정치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당황스럽거나 역시나 이 사람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엊그제 만난 아무개는 전자였다.


새로 구상 중인 작품의 빌런을 흘러간 정권의 누군가를 모델로 구상 중이라길래 나는 별 생각 없이 이젠 시대가 바뀌었고 지금부터 작품 준비를 시작하는 거라면 그 작품이 빛을 보는 건 최소 3년 뒤가 될 테니까 그 작품에서의 빌런이라면 오래 전에 지나가버린 정권의 누군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지나가버린 지 얼마 안 되는 정권의 누군가가 낫지 않겠냐고 아이디어를 던졌는데 내 이야기를 듣던 아무개의 표정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더하기 배신감? 그러면서 왜 그 놈들이 진정한 빌런인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며 무미건조했던 자리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서로의 당황스러움이 진정될 때쯤 어색하게 자리가 마무리됐다.


예전에도 친하다고 생각하던 또 다른 아무개와의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가 한동안 안 보게 된 적이 있는데 어째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이가 정치 이야기 따위에 좌지우지 되어선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 어떻게든 각자의 성장 배경까지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시켜 보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당황스러움은 더욱 커져만 갔던 기억이 난다. 참 똘똘한 녀석이었는데..


2020년 11월 3일 화요일

100%의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나려면?


동네 헤어샵에 만족도가 100%까지는 아니어도 언제나 별 기복 없이 90%쯤은 유지해주시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계셨는데 말도 없이 샵을 먼 곳으로 옮기셨다. 지난 1~2년간 안심하고 머리를 맡겨 왔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멘붕이 왔다. 동네 샵에서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기억을 돌이켜보니 내 머리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 먼 곳까지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딱히 어느 선생님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두 달 가까이 버티고 또 버티다 더 이상은 답답해 못 버티겠어서 같은 샵에서 그나마 경력이 좀 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아.. 만족도가 60% 이하여서 다음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주변에서도 묘한 표정으로 킥킥대며 너 머리 어디서 짤랐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내가 딱히 까다로운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저기 추천도 받았지만 신뢰가 안 간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해 드릴까요?” 물어볼 때 남자 커트를 딱히 어떻게 해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별 특별한 주문을 안 하는 편이데 그래서 대체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까? 사진이라도 들고 가서 디테일하게 주문해야 하나? 내 두상이 사진 속 모델과 다른데도? 아니면 남자 커트 하나에 2만원 이상 하는 비싼 샵을 가야 하는 걸까? 만족도 90%의 그 디자이너 선생님께선 내가 별 말 안 해도 니가 원하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고 그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후딱 머리를 다듬어 주셨고 그래서 더 만족도가 높은 거였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 선생님 생각이 난다.


2020년 10월 29일 목요일

늙는다는 것


내가 늙는 건 잘 모르겠는데 일정한 텀을 두고 어쩌다 한 번씩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질 때면 나도 그렇겠구나 실감이 난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 그 때 그 분은 요즘 뭐 하시나 문득 생각나서 계정을 검색해보면 프로필만 딱 봐도 첫 기억과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도 검색해서 나오면 다행인데 온라인 활동을 오래 전에 중단한 분도 있고 아예 계정이 사라진 분도 있어 근황을 영영 알 길이 없을 땐 은근히 서글퍼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든 이 계정을 유지는 하고 있어야겠다 각오를 다지곤 한다. 당장 나만 해도 블로그를 처음 만든 게 2007년이니.. 2007년에 태어난 친구들이 지금은 중1인가? 늙는다는 게 이런건가 서글퍼지려다가도 뭐 마냥 서글픈 것만은 아니고 의외로 장점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릴 땐 꿈도 많고 욕심도 많아 나중에 크면 뭐가 되어야 할까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이젠 그런 게 없고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게 되니 열폭도 없고 홀가분하다. 한 때 유지하려 노력했던 슈퍼파워블로거라는 타이틀에도 더 이상은 관심이 없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주차가 무리), 천만 감독(코로나;), 근육질 몸짱(부질없다) 등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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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7일 화요일

글 잘 쓰는 법?


에세이든 소설이든 시든 그게 무슨 글이든 마감이 없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글을 스스로 알아서 잘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야 잘 쓸 수 있다고 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꾸준히 써야 잘 쓸 수 있다고도 하는데 내 경험으로 봐선 글을 잘 쓰기 이전에 뭐라도 쓰려면 일단은 글을 쓰고 싶어져야 한다. 잘 쓰고 말고는 그 다음이다. 아무 생각 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도 30분 정도 지나면 저절로 A4 한 장 정도가 뚝딱 나온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초능력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있는 것 같긴 하다. 한 때 글을 잘 써보고 싶어서 시중에 나온 어지간한 작법 책은 거의 다 읽고(끊은 지 3년 쯤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규칙적으로 꾸준히 써 보려고도 했는데(포기한 지 3년 쯤 됐다) 잘 쓰고 말고를 떠나 뭐라도 쓰게 되려면 쓰고 싶은 글이 머릿속에 어렴풋이라도 떠오르고 오랜 시간 입 안에서 맴돌다 언젠가부터 혼잣말처럼 튀어 나오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어야 했다. 어휘력이나 맞춤법은 그닥 중요치 않은 것 같다. 띄어쓰기도마찬가지. 글을 막 잘 쓰려는 생각도 없어야 한다. 잘 쓰려고 노력하면 마무리가 어려워진다. 멋진 마무리에 대한 고민도 버리는 게 좋다. 뭐라도 쓰고 싶어서 쓴 글은 그만 쓰고 싶을 때 끝내면 된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오늘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들이나 미처 답을 찾지 못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보통 새벽 2~3시쯤 잠이 들거나 밤을 새기도 하는데 어제는 11시쯤 확 자 버렸다. 어차피 밤늦게 허둥지둥 뭔가 시작해봤자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밤 잠 설치며 생각을 해 봤자 답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네 다 포기하고 눈을 감고 드러누워 버리자 예상 외로 순순히 잠이 들었고 나이 때문인지 새벽 3시쯤 눈이 번쩍 떠졌는데 뜬금없이 방 한 가득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재활용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 분리수거함에 잘 분류해서 버렸고 이왕 밖에 나온 김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새벽 조깅이라도 하면 어떨까 해서 동네 한 바퀴를 달려보기로 했다. 큰 길로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다시 집에 들어갈까 했지만 간만에 비도 좀 맞아보고 싶어서 계속 달렸는데 촉촉하고 시원하고 이상하게 상쾌해서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마스크를 안 쓰고 있어서였다.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달려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론 처음이니 최소 반년쯤? 속이 다 시원했다. 3km쯤 달린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를 달리고 왔더니 이렇게 저절로 글도 써진다. 이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