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헤어샵에 만족도가 100%까지는 아니어도 언제나 별 기복 없이 90%쯤은 유지해주시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계셨는데 말도 없이 샵을 먼 곳으로 옮기셨다. 지난 1~2년간 안심하고 머리를 맡겨 왔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멘붕이 왔다. 동네 샵에서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기억을 돌이켜보니 내 머리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 먼 곳까지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딱히 어느 선생님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두 달 가까이 버티고 또 버티다 더 이상은 답답해 못 버티겠어서 같은 샵에서 그나마 경력이 좀 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아.. 만족도가 60% 이하여서 다음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 주변에서도 묘한 표정으로 킥킥대며 너 머리 어디서 짤랐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내가 딱히 까다로운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저기 추천도 받았지만 신뢰가 안 간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해 드릴까요?” 물어볼 때 남자 커트를 딱히 어떻게 해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별 특별한 주문을 안 하는 편이데 그래서 대체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까? 사진이라도 들고 가서 디테일하게 주문해야 하나? 내 두상이 사진 속 모델과 다른데도? 아니면 남자 커트 하나에 2만원 이상 하는 비싼 샵을 가야 하는 걸까? 만족도 90%의 그 디자이너 선생님께선 내가 별 말 안 해도 니가 원하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고 그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후딱 머리를 다듬어 주셨고 그래서 더 만족도가 높은 거였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 선생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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