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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디즈니+ 영화 '출구는 없다(no exit)'를 보고..





디즈니+ 스릴러 영화. 재활 센터에서 도망 나온 주인공이 폭설로 인해 고속도로가 폐쇄되자 휴게소로 피난을 왔는데 주차장 미니밴 안에 밧줄로 묶여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구해주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 장소 이야기. 아군인줄 알았는데 적군이고 훈남인줄 알았는데 악당이고 악당인줄 알았는데 찐따였고 믿었던 경찰은 허당이고 등등 등장인물들의 실체가 들통날 때마다 흥미진진 소름이 돋는다. 깔끔하고 영리하게 잘 만들었고 원작 소설도 궁금하다.


2023년 11월 12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데이비드 핀처의 '더 킬러(the killer)'를 보고..


#더킬러 👍 순전히 본인의 실수로 요인 암살에 실패한 살인 청부업자가 그로 인한 페널티를 거부하고 복수에 나선다. 이런류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데이비드 핀처라는 감독의 이름값에 걸맞는 걸작이라거나 시대에 화두를 던지는 문제작 같은 건 아니고 넷플릭스의 아낌 없는 지원 속에 적당히 힘 빼고 만든 듯한 웰메이드 소품. 특히나 디테일과 로케이션이 예술이지만 막판에 잠깐 출연한 틸다 스윈턴은 실망스러웠다. 죽음을 앞두고 잔뜩 폼 잡고 내뱉은 농담이 한국에서 88년도에 유행했던 저속한 아재 개그랑 똑같아서 어이가 없었다.

2023년 4월 9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벤젠스(vengeance)'를 보고..



주인공은 뉴욕에 거주하는 팟캐스트 작가다. 자신의 신분을 상승 시켜줄 대박 아이템에 굶주려 있다. 그런 그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그의 여자 친구가 죽었고 자신의 그녀의 오빠라며 장례식에 오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예전에 잠깐 만났던 그녀가 죽은 것이다. 그는 그녀의 사망 소식에서 대박 아이템의 냄새를 맡는다. 이른바 ‘죽은 백인 여자’는 범죄 팟캐스트 분야에선 흥행 보증 수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고향인 텍사스로 가서 오빠를 만나는데 오빠는 그녀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며 범인에게 복수하자고 한다. 

주인공은 직접적인 복수보다는 팟캐스트를 통해 법과 사회의 응징을 받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오빠와 가족들을 만난 후 대박을 확신한 주인공은 자신이 속한 팟캐스트 업체의 편집자에게 전화해 빵빵한 지원을 받아가며 유족들과 그녀의 주변인들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뉴욕에서 왔다고 무시당하고 놀림당하고 텍사스 부심에 가득 찬 현지인들로부터 험한 꼴도 겪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취재를 이어간다. 주인공이 취재한 녹음 파일을 전송받아 팟캐스트를 완성한 뉴욕의 편집자는 걸작이 탄생했다며 더 이상의 취재는 필요없으니 뉴욕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주인공은 대박 팟캐스트 작가가 될 일만 남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주인공은 그녀의 죽음이 살인이 아니라 사고였다는 사실을 그녀의 할머니의 실언을 통해 알게 되고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은 유족들과 관계가 악화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린 동생 덕분에 그녀의 유품인 핸드폰의 비번을 풀게 되고 문자 전송 내역을 통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 주인공은 그를 찾아가 직접 처단해 버린다. 오빠가 주인공을 동생의 애인이라고 착각하고 전화를 한 이유는 동생이 죽기 직전에 비밀리에 만나고 있던 사람의 정체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주인공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팟캐스트를 통한 공론화로 법과 사회의 응징을 받게 하는 대신 직접적인 복수를 선택한 주인공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던 취재 파일 역시 모조리 삭제해버린다. 

미국 저예산 영화 특유의 날 것의 느낌이 괜찮았고 이야기도 중반까지 독특하게 잘 나갔는데 막판에 삼천포로 빠지며 그저 그런 B급 영화로 추락해버렸다. 텍사스 풍광이 아깝다.

2023년 1월 1일 일요일

고담, 아일랜드, 더 글로리, 약한영웅,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어니언, 사일런트, 카지노, 아바타


작년 12월 중순 쯤인가? 넷플릭스에서 ‘고담’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1월 2일이라는 걸 알고는 그 전까지는 볼 생각이 전혀 없다가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1월 2일까지 시즌5 마지막회까지 달려보려고 여가 시간 거의 전부를 ‘고담’ 감상에 몰빵하느라 다른 작품들은 거의 감상하지 못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월 1일 현재스코어 ‘고담’은 시즌4 초반을 달리고 있는데 내일까지 시즌5 완주는 불가능할 것 같다. 배트맨 이야기인줄 알고 본 건데 배트맨 이야기가 아니어도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쇼러너가 영국인 같은데 내 취향은 확실히 영국 쪽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암튼 시즌5 완주엔 실패했지만 꼬마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순간까지는 목격했으니 미련은 없다. 그렇게 배트맨으로 완성되어가는 이야기겠지. 나중에 ‘더 배트맨’이나 볼까 한다. ‘고담’을 보고 나서인지 예전보다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담’에서 하차한 후 뭐부터 볼까 고민하다 일단은 ‘아일랜드’와 ‘더 글로리’를 보기 시작했는데 ‘아일랜드’는 1회를 다 보긴 했지만 계속 볼 지는 모르겠고 ‘더 글로리’는 1회 중반까지 보다가 일단 쉬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교복 입고 막 욕하면서 또래들 괴롭히는 장면은 보고 있기가 힘들다. 뭔 이야기든 상관없고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식상하다. 주변엔 호평이 많아서 어떻게든 이 고비만 넘기면 ‘약한영웅’처럼 마지막 회까지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재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대략 1주일에 걸쳐 다 봤는데 전편보다 너무 못해서 실망스럽다. 그래도 미국 신흥 부자들 스케일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아 ‘카지노’가 있구나. 술 도박 얘기라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맛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편씩 공개는 지나치게 감질난다. 

일본 드라마의 희망 사일런트는 기대가 컸는데 2회까지가 최고였다. 확실히 작가가 어려서인지 긴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하더라.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도 크다. 당분간은 ‘카지노’, ‘아일랜드’, ‘더 글로리’를 볼 것 같다. ‘아바타: 물의 도시’를 보러 간만에 용아맥이나 남돌비 극장에 갈까 했는데 지나치게 길고 이야기도 영 별로라는 반응이 대다수라 극장 관람은 패스하기로 했다.

2022년 10월 16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올드피플(OLD PEOPLE)'을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어지간하면 믿고 거르는 편인데노인들이 갑자기 살인행각을 벌인다 설정이 황동혁 감독의젊은 이들이 노인 부양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 사회에서 노인들을 제거하려 하는 노인 사냥이야기인 ‘K.O.Club’이나 일명실버배틀이라고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사회에 부담이 되자지정된 지구 내의 70 이상의 노인들끼리 30 동안 서로 죽이도록 해서,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천수를 다할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츠츠이 야스타카의인구조절구역이랑 비슷한 맥락인 같아서 혹시나 뭔가 다른 게 있나 하고 봤지만 역시나였다.

영화가 설정만 있다.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노인 요양원에 거주 중인 아니 방치 중인 노인들이 갑자기 요양원을 탈출해 인근 마을의 젊은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며 시작하는데 막판엔 노인들 명이 뜬금없이 개과천선하더니 다른 노인의 살인 행각을 막고 자기가 살려낸 젊은 이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며 끝난다

노인들의 범행 동기는 딱히 없고 영화 속엔 단지너희들도 언젠간 늙으니 노인에게 해라 무슨 속의 구절 같은 것만 보여지는데 이것만으로 영화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바보 같고 얄팍하지만 특이한 구석은 있는 전형적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다. 이야기가 깊고 풍부해지려면 모름지기 숙성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싸게 만들어야 하면 어쩔 없는 같다.



2022년 8월 8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carter)'를 보고..



하드코어 헨리를 베이스로 남북분단 배경에 깔고 좀비 코드 넣고 막판에 매드맥스찍은 것만으론 별 감흥이 없을 뻔했는데 오프닝에 주원의 이스턴 프라미스를 연상시키는 목욕탕 알몸 격투씬이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괜찮았을까? 같은 남자로서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됐다. 삼각팬티도 아니고 끈 팬티 같은 것만 걸치고 너무나 거칠고 활발한 액션을 펼치길래 설마 이스턴 프라미스처럼 완전 노출까지 감행한 건가 싶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액션씬들을 즐길 수 있어 심심하진 않았다만 우리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이상의 성취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작정하고 킬링타임이어서인지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거의 없어서 1.5배속 시청에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는데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외세를 물리치자는 이야기가 아닌 점이 의외였고 BGM으로 국악이 흘러 나올 땐 마치 종이의 집한국판 오프닝에서 BTS가 언급될 때만큼이나 뜬금없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프레이(prey)’를 보고..



인디언 소녀와 프레데터의 싸움이다

우락부락한 남자들은 물론이고 야생의 맹수들도 가볍게 제압하는 외계 전사 프레데터를 오빠들처럼 전사가 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한 인디언 소녀가 최첨단 무기도 없이 어떻게 이길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억지스럽다. 프레데터는 칼이나 화살이 안 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인 사냥꾼들의 총알도 안 먹히고 심지어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도 셀프 치료가 되는데 이걸 저 소녀가 어떻게 이기나

하지만 이기는데 아마 이 억지스러움이 이 영화가 극장으로 가지 못하고 온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로 풀린 이유일 것이다. 소녀가 프레데터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덫으로 유인해 끝장을 본다는 엔딩인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프레데터가 소녀를 먼저 끝장낼 수 있는 기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프레데터를 끝장내는 최후의 한 방도 딱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구 생명체를 상대로 한 프레데터의 활약이 은근히 아기자기하고 볼 만했다. 프레데터의 최첨단 무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2022년 6월 24일 금요일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을 보고..



아 끝내준다!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OTT에 워낙에 볼 게 많아 극장에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기억 조차 가물가물한데 탑건은 개봉하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뭔가에 홀린듯 극장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고편이 전부일 수 있고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진리 아닌 진리도 있고 비행기 전투 장면은 박진감 넘칠지 몰라도 이야기는 별 게 있을 리가 없을 듯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래도 탑건이니 보러 갔다.

그런데 이건 진짜 끝내준다. 바로 이게 영화와 극장의 존재 이유다. 종종 과거의 걸작 영화를 방구석에서 감상하고 있노라면 이 좋은 걸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동시대의 관객들과 함께 감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는데 바로 이게 그 걸작이다. 지금 극장에서 못 보고 나중에 방구석 티비나 스마트폰으로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고편은 빙산의 일각이었고 전편만큼이나 좋은 속편이었고 비행기 장면은 박진감 넘친다는 표현 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어처구니 없게 각본도 웰메이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듣고 있는 O.S.T.는 또 어떻고 ㅠㅠ 

톰 크루즈 최고! 난세에 영웅 난다고 방구석에서 애니메이션으로나 보면 딱일 CG 범벅 영상물들로 점령당한 극장가에 진짜 영화를 들고 나타나주셨다. 그래 이게 영화지! 난 또 보러 간다. 돈 심슨 & 토니 스콧 포에버!




2022년 4월 21일 목요일

넷플릭스 대폭락의 날



하루 만에 35%라니.. 넷플릭스 주가가 영원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리라 믿진 않았지만 이 정도의 폭락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처럼 좋았던 나날들은 영영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일단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라이벌 OTT 서비스가 너무 많아졌고 설상가상 볼 만한 콘텐츠도 점점 뜸해지고 있다.

볼 만한 콘텐츠라는 건 어찌됐건 신작이어야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속도가 헤비 유저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의 시청 속도조차 따라가지 못하므로 굳이 구독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볼만한 신작이 나왔다는 입소문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들려오면 그 때만 한 두 달 구독하고 해지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넷플릭스가 알고리즘으로 유명했지만 그 어떤 알고리즘으로 취향 저격 작품을 추천한다 해도 남들이 다 재밌다고 하는 신작의 유혹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디즈니나 HBO에 볼 만한 콘텐츠가 올라왔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진 않는다. 한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이유가 충분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그 정도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그저 돈을 댈 뿐이고 만드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그들이 넷플릭스에서만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현상이다.

코로나의 끝이 보이며 전반적인 OTT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든 것 같고 요즘엔 차라리 창고에서 개봉 대기 중인 극장 개봉용 영화가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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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2일 화요일

M. 나이트 샤말란의 '올드(old)'를 보고..



어느 호화로운 리조트가 있는 아름다운 섬에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해변이 있다. 1시간에 2년이 흐른다. 설상가상 이 해변에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다. 꼼짝없이 갇힌 채 늙어 죽어야 한다. 리조트 측의 음모로 인해 해변에 갇힌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노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절망하다 죽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꼭 이 영화가 아니어도 현실 세계에서 비슷한 일을 겪고 있기에 그렇게까지 공포스럽진 않았다.

현실이 더 오싹하다. 당장 내가 처음 앤잇굿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시작한 게 2007년인데 지금이 2022년 하고도 4월이다. 15일이 아니라 15년 전이다. 일 년에 서너 번 만나는 내 또래의 지인들을 볼 때도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걸 절감한다. 가끔 만나는 사이일수록 그 사이에 업데이트된 노화 포인트가 더 잘 캐치된다. 이젠 뭘 입었건 발랐건 썼건 그냥 찐 중년으로 보인다. 스냅백 써도 소용없다. 예전부터 쭉 보아온 배우들의 간만의 복귀작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관리를 잘했다 하더라도 노화가 숨겨지지 않는다. 간혹 3,40대 배우가 고등학생 역할을 맡는 경우엔 교실 씬에서 진짜 10대 배우들과 나란히 앉아 있을 때가 있는데 딱 꼬집어서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고는 말못하겠는데 피부의 경화나 처짐이나 탄력이나 자세나 걸음걸이 등등이 그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냥 관리 열심히 하고 있는 중년일 뿐

이 영화에선 중년이 된 어린 남매가 늙어 죽기 전에 극적으로 해변을 탈출해 초고속 노화의 저주에서 벗어나지만 현실에선 그럴 수도 없다. 늘씬 탱탱했던 배우들의 허벅지가 새다리처럼 가늘어져 후들거리는 장면이 잊히질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하체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2022년 4월 8일 금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를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분명히 기억 나는 건 주인공의 운전기사인 미사키의 운전 실력에 대한 묘사다.

홋카이도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눈길 운전에 단련되어 운전을 잘하게 됐다는 설정인데 하루키가 워낙에 묘사를 잘해서 글로만 읽는데도 미사키의 운전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도 미사키의 뛰어난 운전 실력이 어떻게 영상화됐을까였다. 순전히 미사키의 운전 실력을 감상하고 싶어서 본 건데 딱히 미사키가 운전을 잘하는 것 같지 않아서 실망했다. ‘분노의 질주제이슨 본이나 라이언 고슬링의 드라이브에 나올 법한 자동차 추격 씬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무미건조했다(딱 일본영화스러웠다). 딴짓 안 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구나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운전 잘하는 걸 영상에 담는 건 어려운 도전 같긴 하다. 실제로 남의 차를 탔을 때 기사가 운전을 잘한다고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다. 40대 후반쯤으로 추정되는 택시 기사님이었는데 진짜 막히는 도로였음에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무리하지 않고 앞 차들을 추월하면서 그 흔한 급제동 한번 없는 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날 택시 뒷좌석에서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기사님의 운전 실력이 범상치 않음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내려놓고 기사님의 운전 실력을 감상했던 기억이 났다.


2022년 2월 9일 수요일

이동진의 드라마 리뷰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고..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영화 비평가인 이동진이 드라마 리뷰를 시작한 걸 보니 한국영화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동진 본인도 드라마를 본 게 20년 만이라고 하던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극장가의 신작 한국영화 실종 상태가 2020년부터 벌써 3년차로 접어들고 있으니 전업 한국영화 비평가로서는 대안을 찾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명색이 한국영화 비평가인데 연극이나 뮤지컬 리뷰는 뜬금없고 대안이랄 게 드라마 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주말이나 일일 드라마는 감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고 OTT 드라마가 영화랑 비슷한 결이 있어 시도한 것 같은데 아마 지속 가능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길다. 영화는 끽해야 두 시간이면 한 편 다 보고 별점을 줄 수 있지만 드라마는 끝까지 다 보려면 최소 하루에서 일주일은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OTT에 전편이 올라온 드라마가 전편 감상에 하루에서 일주일이 걸리는 거고 매주 2회씩 방송하는 16부작 드라마의 경우엔 종방까지 보통 3개월이다. 별점 평가 하나에 3개월이 걸리는 것이고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보면 16부 완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기존의 드라마 비평가나 연예 기자들은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보고 리뷰하는 게 아니라 첫방 보고 기사를 쓰거나 실시간으로 본방 사수를 하며 다음 날 아침에 줄거리 요약이나 감상문 정도를 올리는 것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영화 같은 드라마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D.P’, ‘지금 우리 학교는’, ‘오징어 게임등은 드라마라기보다는 러닝타임 긴 영화에 가까워 기존의 작업 방식으로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그 외 대다수 드라마들은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간 뭔가 번지수를 잘못 짚은 느낌이 들 것이다빨리 코로나가 끝나는 수 밖에 없겠다.

p.s.



2021년 7월 21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는 어떻게 슈퍼히어로가 되었는가'를 보고..



청소년들 사이에 코로 흡입하면 초능력이 생기는 약물이 유행하고 때문에 연쇄 화재 사건이 발생한다. 화염을 쏘는 초능력이 생기게 하는 약물 탓이다. 주인공인 남자 형사는 약물 유통상을 수사하는데 동시에 초능력자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희생자들에겐 혈액이 빠졌나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하고 초능력자의 혈액을 빼내 약을 만드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사의 실마리가 잡힐 때쯤 그들은 증거 인멸을 위해 오히려 경찰서를 공격하는데 남자 형사의 동료 형사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바로 주인공의 초능력이 깨어난다. 알고 보니 그는 초능력자인데 과거 초능력을 사용해 사건을 해결하다 사고를 치고 초능력을 봉인해둔 상태였다. 남주는 동료 초능력자들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에선 초능력자들로만 구성된 팀을 결성한다


시즌1 1 또는 파일럿 같은 영화인데 시즌으로의 발전은 어려워보인다. 캐릭터에 매력이 없고 세계관도 식상하다. 이건 프랑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고 스페인의 '히어로는 없다', 영국의 '프릭스: 오브 어스', 미국의 '블러드샷'등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이런 식의 시도를 종종 하고 있는데 아직 시즌으로 발전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없었던 같다. 마블과 디씨가 괜히 마블과 디씨인 아닌듯.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