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9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umbrella academy)' 시즌1을 보고..





러시아의 괴짜 재벌이 전 세계를 돌며 같은 날에 희한한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수집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초능력을 훈련시켜 슈퍼 히어로로 만든 다음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단체를 결성 후 악당들을 무찌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며 폭압적인 아버지(괴짜 재벌)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뿔뿔이 흩어져 살아오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다. 시간 여행 능력자 넘버 파이브가 뚝딱 나타나 며칠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들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하는데 멸망의 원인이 바로 아무 능력도 없는 줄 알았던 바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냐를 막으려 하지만 막판에 실패하고 지구는 멸망하고 전 인류의 사망 직전 넘버 파이브이 시간 여행 능력을 이용해 모두가 손을 잡고 과거로 이동하며 시즌1이 끝난다. 드라마라기보다는 긴 영화를 본 기분이다. 90분은 너무 짧고 2시간 반짜리 영화로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스타트는 몇 달 전에 한 것 같은데 초반이 너무 지루해서 몇 번을 달리다 말았는지 모르겠다. 헤이즐, 차차 그리고 도넛 가게 할머니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풀려 나가는 지가 제일 궁금하다. 시즌제에 적합한 설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시즌2가 나왔으니 한 번 달려봐야겠다.


2020년 8월 6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주온: 저주의 집’을 보고..





아주 오래 전에 비디오판을 봤고 극장판도 여러 가지 버전을 두루두루 봤는데 정확히 어느 버전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같이 불길하고 으스스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어떤 버전이든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집이 있고 그 집을 우연히 방문한 사람들이 차례로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가 메인인데 이야기가 무섭다기보다는 불길하고 으스스한 분위기 연출이 압권이다. 넷플릭스 버전 주온도 메인 스토리는 비슷하다. 다른 건 우연히 그 집에 들른 희생자들의 사연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 집에 나쁜 짓을 하러 들른 고등학생들이 십여년에 걸쳐 몰락해가는 과정이다. 남학생은 몰락에 몰락을 거듭하다 장기까지 팔고 약물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좁은 욕조 안에서 생을 마감하고 여학생도 불행의 끝을 달린다. 처절하기 그지 없다. 아무튼 그 집에 얽힌 모든 사람들이 누가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끝도 없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야밤에 혼자서 감상하면 제대로 우울해질 수 있다. 다 좋았는데 CG가 어설펐고 특히 아기 CG는 실소가 나왔다. 화질 나쁜 비디오판 버전이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일본이 다른 건 다 어설픈데 공포랑 청춘영화는 여전히 잘 하고 있다.

2020년 8월 3일 월요일

도라마코리아에서 '소설왕'을 보고..





오랜만에 완주한 일드. 주인공이 무명 소설가인데 초등학교 친구였던 무명 편집자와 힘을 합쳐 일본 최고의 소설왕이 되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그러던 중 소설가는 편집자와 자주 가는 바의 여점원과 눈이 맞아 임신을 시키고 여점원은 집필 활동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라져주네 마네 트러블을 일으킨다. 주인공이 겪고 있던 모든 문제들이 애초에 소설을 잘 썼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것들인데 중반 정도에 주인공이 정말로 주변의 조언과 응원에 용기를 얻어서 소설을 잘 쓰게 되고 그 소설이 영화화가 결정되고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르며 말 그대로 소설을 잘 쓰게 되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하지만 출판사는 출판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딴 회사에 매각과 동시에 폐지가 결정되고 친구 편집자는 백수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소설가는 편집자에게 다음 작품도 같이 만들자며 프러포즈를 하고 편집자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불화를 겪고 있던 아버지와도 화해를 하지만 결국 나오키상은 불발된다. 나오키상을 못 받으면 절필하겠다던 주인공은 독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다시 집필을 시작하고 소설은 나오키상은 못 받았지만 대박이 나서 문예부의 폐지는 취소가 되고 몇 년 뒤 주인공은 드디어 나오키상을 받는다. 어느 작가 지망생의 백일몽 같은 이야기였다.


2020년 7월 23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죄인(sinner)' 시즌3을 보고..





임신한 아내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 번스에게 옛 남자 친구가 찾아온다. 친구가 번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묘해 옛날에 사귀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개똥철학을 공유했던 매우 친한 친구일 뿐이다. 그 친구는 진정한 자유 운운하며 속박에서 벗어나 죽음을 마주하라며 번스에게 랜덤 살인을 강요하는데 번스는 친구의 강압에 저항하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친구를 내버려 둬 과다출혈로 죽게 만든다. 이 타이밍에 해리 엠브로스 형사가 등장하고 번스에게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고 위험 인물이라고 판단한 후 스토커처럼 추적한다. 번스는 친구의 망령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지르고 해리는 번스의 신뢰를 얻은 후 자백을 이끌어내 체포하지만 번스는 곧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다. 모든 걸 잃은 번스는 해리의 소중한 이들을 살해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외딴 오두막에서 만난 두 사람은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결투는 해리의 승리로 끝나지만 해리는 더 이상의 저항 의사가 없는 번스를 총으로 쏴 죽이고 새로 사귄 애인을 찾아가 슬픔을 호소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2병 개똥철학 연쇄 살인마 이야기이다. 해리는 번스에게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고는 하는데 딱히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고 끝까지 밝혀지지도 않고 해리 역시 별로 하는 일이 없다. 막판엔 저항 의지도 없는 번스를 왜 총으로 쐈는지도 모르겠다. 퇴직도 얼마 안 남았다면서 애당초 왜 그렇게 번스에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시즌1,2에 이어 여전히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분위기는 근사하지만 여러모로 왜 저러는지 모르겠는 미스터리만 남긴 시즌이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오늘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들이나 미처 답을 찾지 못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보통 새벽 2~3시쯤 잠이 들거나 밤을 새기도 하는데 어제는 11시쯤 확 자 버렸다. 어차피 밤늦게 허둥지둥 뭔가 시작해봤자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밤 잠 설치며 생각을 해 봤자 답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네 다 포기하고 눈을 감고 드러누워 버리자 예상 외로 순순히 잠이 들었고 나이 때문인지 새벽 3시쯤 눈이 번쩍 떠졌는데 뜬금없이 방 한 가득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재활용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 분리수거함에 잘 분류해서 버렸고 이왕 밖에 나온 김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새벽 조깅이라도 하면 어떨까 해서 동네 한 바퀴를 달려보기로 했다. 큰 길로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다시 집에 들어갈까 했지만 간만에 비도 좀 맞아보고 싶어서 계속 달렸는데 촉촉하고 시원하고 이상하게 상쾌해서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마스크를 안 쓰고 있어서였다.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달려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론 처음이니 최소 반년쯤? 속이 다 시원했다. 3km쯤 달린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를 달리고 왔더니 이렇게 저절로 글도 써진다. 이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2020년 5월 3일 일요일

넷플릭스로 '어페어(the affair)' 시즌3 ~2회를 보고..



시즌1,2까지는 식음을 전폐하고 논스톱으로 빈지워치했는데 시즌3 2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렸고 3회를 보다 만 상태인데 어째 이쯤에서 이별하게 될 것 같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온 고등학교 교사이자 무명작가인 유부남과 휴양지에서 살고 있는 웨이트리스이자 유부녀의 불꽃 튀는 불륜 이야기를 매 회 파트를 반씩 나눠 번갈아가며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똑같은 사건을 각각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고 둘의 불장난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시즌2에서야 이야기가 일단락이 되는데 엔딩도 과연 이거 말고는 답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절묘하다. 남자 주인공 노아의 데뷔작을 말아먹은 이후 긴 슬럼프와 우여곡절 끝에 성공의 단맛을 본 후 다시 몰락에 이르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고 베드신들도 수위가 굉장히 쎄다. 무엇보다 여자 주인공이 연기가 끝판왕이다. 그냥 얼굴 자체가 드라마다. 시즌2 다 보고 감동해서 나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즌3은 후일담이나 에필로그 느낌으로 시작하는데 2회까지는 그럭저럭 볼만 했지만 3회부터는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가 시작되며 전혀 다른 드라마가 시작되려는 듯 한데 애초에 이 드라마의 매력과는 무관한 느낌이라 그만 보려면 지금이 타이밍 같다. 훌륭한 쇼였다. 나는 쇼타임 드라마랑 잘 맞는 것 같다.

2020년 4월 12일 일요일

DC코믹스 ‘플래시(flash)’ 시즌1 ~6회를 보고..



한국은 마블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나는 적어도 드라마에선 마블보다는 DC코믹스가 맞는 것 같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마블 드라마는 뭔가 아쉬움이 있었는데 DC코믹스 드라마인 플래시를 보니까 마블 드라마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DC코믹스 라고 다 좋은 건 아니고 애로우나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른 DC코믹스 드라마는 잘 안 봐지는데 딱 플래시 하나만 잘 봐진다. 내가 생각하는 히어로물의 모든 조건을 충족해서가 아닌가 싶다

일단 주인공이 찌질해야 하고 정체를 숨기고 활동해야 하고 연애가 잘 안 풀려야 하고 초능력의 기원이 적당히 말이 되는 동시에 약점이 있어야 하고 전지전능해선 안 되지만 아예 일반인이어선 안 되고 등등.. 스파이더맨처럼 특수 장비를 이용하는 초능력은 내 취향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슈퍼맨은 너무 전지전능해서 배트맨은 장비 빨이 심해서 별로다. 메타휴먼 설정도 매력적이다. 간혹 말이 안 되는 메타휴먼도 있지만 다음 회에 등장할 메타휴먼에 대한 기대감이 끊이질 않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얽힌 어릴 적의 트라우마도 중심을 잘 잡고 있다. 현재 시즌6까지 나왔는데 잘 하면 완주 가능할 것 같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