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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5일 토요일

후지tv 일드 '사일런트' 2회를 보고..




1회를 보고 2회가 웨이브에 올라오길 기다리는 일주일 내내 1회가 너무 훌륭해서 반갑고 감사하면서도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기로 큰 마음 먹고 결정했는데 2화가 허접하면 또 다시 마음 두고 따라갈 드라마를 무한 검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찾다 보면 언젠간 나오긴 하겠지만 1회 만에 눈시울을 붉어지는 ‘러브레터’같은 드라마는 찾으려 한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어서 2회가 제발 실망스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러브레터’는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2시간으로 끝나는 영화다. ‘사일런트’는 최소 10부작 이상의 드라마인데다 주인공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만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나서 지지고 볶아야 하므로 ‘러브레터’같은 전개는 2회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작가는 과연 무슨 이야기로 10회를 끌고 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1회의 명장면을 반복 시청하고 유튜브에서 ‘러브레터’ 명장면도 간만에 찾아보며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2회를 봤는데 아니 이게 왠 걸?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완벽한 기우였다. 1회가 ‘러브레터’였다면 2회는 ‘롱베케이션’이라고나 할까?

2회 중후반쯤 남녀 주인공이 차분히 카페에서 만나 8년 전의 오해를 정리하고 폭풍 오열로 감정을 정리하더니 엔딩 직전에 드라마가 갑자기 ‘롱베케이션’으로 바뀌어 버리는 게 아닌가. 90년대 일본 영화계의 어떤 정점에 ‘러브레터’가 있다면 일드엔 ‘롱베케이션’이 있다. 1회엔 ‘러브레터’ 2회엔 ‘롱베케이션’의 원투펀치를 연이어 맞고 나니 다음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올 겨울은 ‘사일런트’와 함께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93년 생이던데 불과 2회 만에 90년대 걸작 일영과 일드를 소환해 재해석과 변주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대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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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일드 '사일런트' 1회를 보고..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추천 링크를 따라 들어가 아무런 기대 없이 예고편을 보고 있는데 착하게 생긴 여주인공이 전철에서 내리는 어떤 애매하게 잘 생긴 남자를 향해 아련함과 그리움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사쿠라군!” 할 때 느낌이 왔다. 

바로 이거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겠구나! 어쩌면 헤어나올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나.. 본편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함과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한 번 예고편을 찬찬히 훑어 봤는데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영상 몇 컷만 보고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다. 그래서 바로 본편을 찾아 보려고 했는데 몇 주 뒤에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는 달력에 첫 방송 날짜를 체크해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방금 전에 1회를 봤는데 역시나!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내 예상이 적중했다.

‘러브레터’의 드라마 버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니 감독 또는 작가가 이와이 슌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드라마가 총체적으로 ‘러브레터’스러운 거다. 만약 이와이 슌지의 신작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이와이 슌지의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가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고 영화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와이 슌지 키드였던 것이다.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 일드만이 할 수 있는 걸 이 정도로 잘 해 낼 수 있는 작가가 나왔다니 일드의 미래가 갑자기 밝게 느껴진다.

비교의 대상일 순 없지만 어쩌면 연인의 죽음보다 더 안타깝고 슬픈 건 이유를 알 수 없거나 납득할 수 없는 이별 통보일 것이다. 죽은 연인은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린 연인(?)에 대한 감정은 그보단 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연인으로부터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 받고는 오랜 시간 힘들어했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이제 그를 다시 만나면 잘 지냈냐고 반갑게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는 여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그와 재회하면서 1부가 끝난다. 드라마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심지어 1회만에!

아주 오래 전 영화과 1학년 겨울에 ‘러브레터’를 보고 난 이후 수천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봤지만 아직도 ‘러브레터’를 잊지 못하고 있고 언젠가 ‘러브레터’같지만 ‘러브레터’보다 더 ‘러브레터’스러운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 하면 바로 이 작품이 그 작품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선 내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일드지만 언젠가부터 힘이 빠져버려 포기해버리려고 한 적도 많았으나 포기하지 않길 잘 했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