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5일 수요일

HBO 오리지널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를 보고..



하와이의 호화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한 장소 이야기라 큰 기대는 없었다.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웃기지만 평면적인 캐릭터들의 슬랩스틱 코미디 정도일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반만 맞았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나오는 건 맞고 그들이 웃기기도 하고 슬랩스틱 코미디도 하지만 캐릭터들은 평면적이지 않고 그들이 벌이는 일들도 웃기지만은 않는다. 제국주의, 빈부격차, 남녀평등, 젠더 이슈 등등 동시대의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한 장소에 담은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들을 엮고 풀어나가는 스토리의 밀도가 높아 지루할 틈이 없고 전개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이 펼쳐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건 짧다면 짧은 시즌1 6개의 에피소드만으로 이 모든 캐릭터들의 전사, 희노애락 그리고 흥망성쇄를 아낌없이 보여준 것만으로도 모자라 사춘기 소년의 가슴 뭉쿨한 성장 스토리까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다만 머레이 바틀렛의 엔딩이 억지스럽긴 했지만 시즌1의 마무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배경의 시즌2도 나왔던데 시즌1을 거의 하드캐리한 것이나 다름없는 머레이 바틀렛이 없어서 시즌1만큼의 재미는 없을까봐 걱정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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