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 작가의 20년간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등 글만 써서 먹고 살아온 생존기다. 한국에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는 목차만 봐도 느낌이 온다. 이 산문집에는 생존기 외에도 작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비법과 공모전 합격 노하우 등 요긴한 정보도 들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귀인을 만나는 법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 스토리와 소설은 모르겠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정말 중요한 건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 시나리오만 써서 먹고 살아온 분들은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극소수인데 그 분들에게는 업계 입문 초창기에 귀인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쓰는 건 기본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는 시나리오로 먹고 살 수 없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결국엔 귀인을 만나야 한다. 키맨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본인이 잘 쓰고 능력이 있어도 귀인을 못 만나면 시나리오로는 먹고 살 수 없다. 공모전 당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모전에 당선돼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귀인이라면 보통 데뷔시켜준 사람을 일컫는데 그가 꼭 제작자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구라도 귀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만인의 귀인이 나에게도 귀인이라는 법은 없다는 게 귀인을 만나는 일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귀인이 아니라 양아치 사기꾼 도둑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인이 될 수 있다. 나름 귀인을 만나는 법에 대한 노하우랄까 감 같은 걸 깨우쳤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간혹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사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려던 주변의 작가 지망생들은 지금은 대부분 생존해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든 뭐든 글은 그냥 블로그에 낙서처럼 끄적일 때가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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