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15만 일본 독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베스트셀러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읽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먼저 보고 여러모로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많아 에세이를 읽으면 이해가 될까 해서 읽었는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고 오히려 늘기까지 했다. 드라마는 에세이를 거의 판박이 수준으로 옮긴 거였다. 에세이에 적힌 문장의 토씨 하나 까지 빼놓지 않고 드라마의 나레이션으로 옮겼을 정도로 굉장히 원작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는데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주의 시골 친척 할머니가 마을 청년들의 성교육 담당이었다는 부분이다. 이건 사실이든 아니든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아닌가? 에세이에도 이 부분이 있는데 내가 놓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각색이 허용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작가가 에세이에는 적지 않았는데 드라마화 제안이 오자 그 부분도 마침 생각나서 제작진에게 이야기 해 준 걸까? 드라마와 원작 에세이를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여주가 다른 남자와는 잘 되는데 남편과만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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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드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라메딕 앙헬(El practicante)’를 보고.. (스포주의)


응급 구조대원 앙헬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쓸 수 없게 된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는 앙헬을 떠날 조짐이 보인다. 앙헬은 안 그래도 인성이 별로였는데 교통사고를 당하고 여자 친구에 대한 집착이 의처증 수준으로 심해진다. 헌신적으로 앙헬을 위해주는 여자 친구에게 못 되게 굴고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을 거라 의심해 핸드폰에 감시 어플까지 설치한다. 결국 여자 친구에게 감시 어플을 설치한 걸 들켜 이별을 당한다. 여자 친구는 앙헬을 떠나 하필이면 앙헬의 동료를 만나고 그 사실을 안 앙헬은 분노 끝에 여자 친구에게 약물을 투여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집에 감금한다. 여자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앙헬에게 학대를 당하지만 외부와는 연락이 두절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연락이 두절 된 그녀를 찾아 헤매다 앙헬의 집까지 찾아오고 앙헬은 그를 죽여 버린다. 그리고 앙헬의 집에 여자가 있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웃 역시 차례로 살해한다. 하지만 앙헬이 살인 행각을 벌이는 틈을 타 여자는 도주를 시도하고 그 와중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져 앙헬은 계단 밑으로 추락해 온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얼마 뒤 여자는 앙헬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와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영화는 끝난다


여자는 자원봉사를 빙자해 앙헬에게 당한 감금과 학대를 되갚아줄 심산 같다. 엔딩에서 여자가 앙헬을 찾아온 게 이해가 안 됐다. 굳이 다시 찾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찝찝한 뒷맛이 전형적인 스페인 스릴러였다. ‘나의 집으로슬립 타이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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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the occupant)’를 보고.. (스포주의)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the occupant)’를 보고.. (스포주의)


중년의 가장 하비에르는 잘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짤리고 잘 살고 있던 호화로운 아파트에서도 쫓겨난다.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주로 나이 탓에 번번히 실패하고 생활비가 없어 아끼던 차도 팔아버린다. 새로 이사한 집은 허름해서 마음에 안 든다. 아들의 학교도 비싼 사립에서 저렴한 공립으로 옮겨야 하고 아들이 비만이라 운동을 시키려 하지만 하비에르를 따르지 않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아파트에 갔다가 숨겨둔 열쇠를 발견하고 남 몰래 집에 들어가 본다. 이젠 남의 집이지만 내 집처럼 편안하다


비밀리에 조사해보니 새 주인 부부에겐 문제가 많다. 남편 토마스는 알콜 중독 치료 중이고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장인의 회사라 스트레스가 많다. 하비에르는 토마스가 다니는 알콜 중독자 모임에 들어가 그와 친해진다. 저녁 식사에도 초대받아 토마스의 아내와 딸과도 친해진다. 하비에르는 점점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집이라 믿고 토마스를 걸림돌로 여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아파트 관리인. 그는 하비에르가 토마스 집에 몰래 드나들었던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해 주는 조건으로 토마스 딸의 속옷을 훔쳐달라 명령한다. 하비에르는 소아성애증 관리인을 죽여 입을 영원히 막아버리고 토마스도 죽인 후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다행히 토마스의 아내는 하비에르를 좋아한다. 딸도 마찬가지. 하비에르는 토마스의 딸이 우상으로 여기는 운동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게 해 주었다(광고회사 중역 시절 연줄을 이용해서). 마침내 하비에르는 능력 있는 장인의 빽으로 광고 회사 중역으로 재취업에도 성공한다. 전처가 찾아와 니 비밀을 알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적당히 돈을 쥐여주고 입을 막는다. 하비에르는 전처가 신고 못 할 걸 알고 있다. 돈 줄이 끊기는 걸 원치 않을테니까.


스페인 스릴러가 은근히 스릴 넘친다. 예전 슬립 타이트도 스릴 넘쳤다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김호연 작가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고..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작가의 20년간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등 글만 써서 먹고 살아온 생존기다. 한국에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는 목차만 봐도 느낌이 온다. 이 산문집에는 생존기 외에도 작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비법과 공모전 합격 노하우 등 요긴한 정보도 들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귀인을 만나는 법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 스토리와 소설은 모르겠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정말 중요한 건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 시나리오만 써서 먹고 살아온 분들은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극소수인데 그 분들에게는 업계 입문 초창기에 귀인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쓰는 건 기본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는 시나리오로 먹고 살 수 없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결국엔 귀인을 만나야 한다. 키맨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본인이 잘 쓰고 능력이 있어도 귀인을 못 만나면 시나리오로는 먹고 살 수 없다. 공모전 당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모전에 당선돼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귀인이라면 보통 데뷔시켜준 사람을 일컫는데 그가 꼭 제작자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구라도 귀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만인의 귀인이 나에게도 귀인이라는 법은 없다는 게 귀인을 만나는 일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귀인이 아니라 양아치 사기꾼 도둑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인이 될 수 있다. 나름 귀인을 만나는 법에 대한 노하우랄까 감 같은 걸 깨우쳤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간혹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사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려던 주변의 작가 지망생들은 지금은 대부분 생존해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든 뭐든 글은 그냥 블로그에 낙서처럼 끄적일 때가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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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2020년 11월 9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을 보고.. (스포주의)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스포일러가 될까?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란 불쌍하지만 아름다운 소녀가 알고 보니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 고아원의 청소부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된 후 세계 최고의 체스 강국인 소련에 건너가 소련 최고의 체스 선수들까지 제압한 후 미국과 소련을 통틀어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는 이야기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봐서 이 모든 게 다 실화인 줄 알고 역시 현실은 소설보다 드라마틱해! 감탄하며 손에 땀을 쥐고 봤는데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실화가 아니라서 김이 샜다. 


록키는 실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봐도 김이 새지 않았는데 이건 왜 그랬을까? 체스라는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극 중에서 아무리 자기들끼리 이건 천재적인 묘수 신의 한 수라고 감탄해봤자 딱히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화였다면 게임에 대해선 잘 몰라도 주인공의 활약에 감동을 받겠는데 이게 다 꾸며낸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니 그저 허탈할 뿐이다. 청소부 할아버지와 새 엄마가 참 매력적이었는데; 그래도 보는 동안은 행복했다. 보기 드물게 웰메이드고 여배우인 안야 테일러 조이도 굉장했기 때문이다. 여배우를 처음 딱 보자마자 감탄한 건 킬링 이브의 조디 코머 이후 처음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96년생이고 조디 코머가 93년생이던데 90년대생이 오긴 왔나보다. 실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봐서 다행이다.


2020년 11월 7일 토요일

정치 이야기


정치랑 종교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이에선 정치 이야기는 종종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정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던 사이에서 처음으로 정치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당황스럽거나 역시나 이 사람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엊그제 만난 아무개는 전자였다.


새로 구상 중인 작품의 빌런을 흘러간 정권의 누군가를 모델로 구상 중이라길래 나는 별 생각 없이 이젠 시대가 바뀌었고 지금부터 작품 준비를 시작하는 거라면 그 작품이 빛을 보는 건 최소 3년 뒤가 될 테니까 그 작품에서의 빌런이라면 오래 전에 지나가버린 정권의 누군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지나가버린 지 얼마 안 되는 정권의 누군가가 낫지 않겠냐고 아이디어를 던졌는데 내 이야기를 듣던 아무개의 표정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더하기 배신감? 그러면서 왜 그 놈들이 진정한 빌런인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며 무미건조했던 자리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서로의 당황스러움이 진정될 때쯤 어색하게 자리가 마무리됐다.


예전에도 친하다고 생각하던 또 다른 아무개와의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가 한동안 안 보게 된 적이 있는데 어째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이가 정치 이야기 따위에 좌지우지 되어선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 어떻게든 각자의 성장 배경까지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시켜 보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당황스러움은 더욱 커져만 갔던 기억이 난다. 참 똘똘한 녀석이었는데..


2020년 11월 3일 화요일

100%의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나려면?


동네 헤어샵에 만족도가 100%까지는 아니어도 언제나 별 기복 없이 90%쯤은 유지해주시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이 계셨는데 말도 없이 샵을 먼 곳으로 옮기셨다. 지난 1~2년간 안심하고 머리를 맡겨 왔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멘붕이 왔다. 동네 샵에서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곰곰이 기억을 돌이켜보니 내 머리 인생 최고의 선생님이셨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 먼 곳까지 따라가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딱히 어느 선생님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두 달 가까이 버티고 또 버티다 더 이상은 답답해 못 버티겠어서 같은 샵에서 그나마 경력이 좀 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아.. 만족도가 60% 이하여서 다음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이다주변에서도 묘한 표정으로 킥킥대며 너 머리 어디서 짤랐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내가 딱히 까다로운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저기 추천도 받았지만 신뢰가 안 간다.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이 어떻게 해 드릴까요?” 물어볼 때 남자 커트를 딱히 어떻게 해 달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별 특별한 주문을 안 하는 편이데 그래서 대체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걸까? 사진이라도 들고 가서 디테일하게 주문해야 하나? 내 두상이 사진 속 모델과 다른데도? 아니면 남자 커트 하나에 2만원 이상 하는 비싼 샵을 가야 하는 걸까? 만족도 90%의 그 디자이너 선생님께선 내가 별 말 안 해도 니가 원하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고 그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후딱 머리를 다듬어 주셨고 그래서 더 만족도가 높은 거였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 선생님 생각이 난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