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메이드 인 재팬’이라면 영화, 드라마, 애니 가리지 않고 폭식하던 일빠 중의 일빠였지만 언젠가부터 뭘 봐도 교복 입은 여고생이 나오고 다들 어린 여자 타령만 해대서 저절로 관심이 끊어졌는데 ‘스파이 패밀리’라는 작품이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하고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눈 커다란 어린 여자 캐릭터가 나와서 안 보려다가 그래도 한 편은 봐야지 하고 시큰둥하니 봤는데 예상 외로 걸작이다. 스파이, 암살자, 초능력자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인물 구도가 탄탄하고 이야기 전개, 디테일 등등이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초장기 연재가 가능한 세팅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기획이다. 작가가 확실히 뭘 알고 쓴 작품이다. 이력을 검색해보니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20년 가까이 남의 작품 어시스턴트로 살아왔다는데 그런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이런 작품이 가능했을 것이다. 대기만성 그 자체다만 작가가 나이가 있는 편이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휴재가 잦다는데 그러다 영원히 끝나지 않고 질질 끌기만 하는 ‘강식장갑 가이버’처럼 되면 어쩌나 걱정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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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4일 수요일
HBO 오리지널 드라마 '30코인스(30coins)'를 보고..
아주 오래전에 영화 ‘야수의 날’을 재밌게 봤는데 ‘30코인스’의 감독이 바로 그 ‘야수의 날’의 스페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이어서 반가운 마음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시작했다.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처럼 시즌1만 있고 시즌2는 캔슬됐으면 작품에 뭔가 하자가 있다는 뜻이므로 김빠져서 볼까 말까 망설였을텐데 2021년 가을에 시즌2 촬영을 했다니 안심이다. 아직 3회까지밖에 안 봤지만 예전 ‘야수의 날’ 느낌이 물씬 나는 게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느껴진다. 유다의 은화 30개를 모아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설정이 다소 ‘드래곤볼’스럽지만 톤앤매너가 짜치지 않고 묵직한 맛이 왕년의 헤비메탈 듣는 기분도 나서 마음에 든다. 그런데 전개가 좀 느린 감이 있다. ‘야수의 날’이 더 재밌고 90년대면 모르겠는데 이제는 대충 이런 장르의 작품이면 어떻게 진행될지 뻔히 다 아는데 이렇게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2022년 4월 30일 토요일
HBO 오리지널 드라마 ‘러브크래프트 컨트리(lovecraft country)’를 보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온 미국인인데 흑인 남자가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여행 서점을 운영하는 삼촌과 함께 전국을 떠돌며 비현실적인 괴물들과 싸우는 SF 판타지 공상 과학 만화 같은 이야기인 동시에 훨씬 더 복잡하고 진지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인종차별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남녀문제에다 이념문제까지 나오고 주인공은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도 받는다. 작가의 야심이 범우주적이다. 드라마가 여러모로 범상치 않아 검색해보니 소설이 원작이고 시즌2는 캔슬됐다고 한다. 범우주적 야심에 작품성은 훌륭하지만 대중성이 치명적으로 약하지 않았나 싶다.
에피소드들이 워낙에 종잡을 수 없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가운데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이다보니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대구가 배경으로 등장은 6화 구미호 편이다. 고증이 치명적이었다. 한복은 한복이 아니고 한옥 역시 그렇고 대구 시내 풍경도 마찬가지고 가장 치명적인건 한국인으로 나오는 아시안 배우들의 한국어 대사다. 아니 한국어를 쓸 줄 아는 한국인 작가를 찾기가 그렇게 어려웠나?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한국말 같은 다른 나라 말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설상가상 또박또박 국어책을 읽고 있는데 발음과 억양이 총체적으로 엉망이라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한글 자막이 절실했다.
2022년 4월 27일 수요일
'플로리다에서 신이 되는 법'을 보고..
커스틴 던스트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디즈니랜드 옆에 위치한 몰락해가는 워터파크 직원이고 다단계에 빠진 남편과 아이가 있다. 남편은 직장이 있는데 다단계와 병행하던 중 다단계에 올인하겠다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바로 그 날 실수로 강물에 빠져 악어에게 물려 죽고 만다. 커스틴은 악어 미망인으로 유명해지나 남편이 올인했던 다단계에서 보상을 해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다단계의 비리를 폭로하려다 막판에 마음을 바꿔 먹고 다단계를 이용해 부자가 되려 하지만..
플로리다 배경의 작품을 좋아하고(‘플로리다 프로젝트’도 그렇고 색감이 압권이다) 미국의 막장 중산층 얘기도 좋아해서 딱 내 취향이었고 무엇보다 톤앤매너가 결정타였다. 약간 오래된 미국 인디영화 느낌인데 드라마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에 샤를리즈 테론이 작정하고 연기 변신하겠다고 ‘몬스터’에 나왔었는데 약간 커스틴 던스트의 ‘몬스터’ 같은 느낌도 있다. 간만에 내 취향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건졌나 싶었더니 그건 아니고 쇼타임 작품이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쇼타임이 나랑 잘 맞는다. ‘덱스터’, ‘홈랜드’, ‘빌리언스’, ‘디 어페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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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어페어'를 보고..
'디 어페어'를 보고..
2022년 4월 21일 목요일
넷플릭스 대폭락의 날
하루 만에 35%라니.. 넷플릭스 주가가 영원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리라 믿진 않았지만 이 정도의 폭락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처럼 좋았던 나날들은 영영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일단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라이벌 OTT 서비스가 너무 많아졌고 설상가상 볼 만한 콘텐츠도 점점 뜸해지고 있다.
볼 만한 콘텐츠라는 건 어찌됐건 신작이어야 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작 속도가 헤비 유저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의 시청 속도조차 따라가지 못하므로 굳이 구독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냥 볼만한 신작이 나왔다는 입소문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들려오면 그 때만 한 두 달 구독하고 해지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넷플릭스가 알고리즘으로 유명했지만 그 어떤 알고리즘으로 취향 저격 작품을 추천한다 해도 남들이 다 재밌다고 하는 신작의 유혹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디즈니나 HBO에 볼 만한 콘텐츠가 올라왔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진 않는다. 한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이유가 충분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그 정도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그저 돈을 댈 뿐이고 만드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그들이 넷플릭스에서만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현상이다.
코로나의 끝이 보이며 전반적인 OTT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든 것 같고 요즘엔 차라리 창고에서 개봉 대기 중인 극장 개봉용 영화가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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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7일 일요일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둘 다 3화까지 보고 나니..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제부터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 볼테니 다 함께 울고 웃어 봅시다라고 하는 것 같고 ‘나의 해방일지’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당신들이 듣던 말던 별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들어주면 고맙고.. 하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에서 독립영화 감성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걸 츤데레 라고 하던가?
‘우리들의 블루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 ‘한수와 은희’편은 이번 3화로 마무리 됐는데 옛날 친구에게 2억 빌려달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시청자를 울리고 웃기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특히 그들의 과거 학창 시절 장면이 교차될 때마다 뭉클해서 혼났다. 극본, 연기, 연출 모든 게 완벽! 과연 둘의 여행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가 궁금해서 지난 한 주 즐거웠고 꿈과 현실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엔딩도 이 보다 더 완벽할 순 없겠다.
다음 에피소드 역시 기대는 되지만 ‘한수와 은희’편의 오프닝이 너무 강렬해서 과연 이들의 후일담이 궁금하지 않을 정도의 에피소드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계속 이런 느낌으로 20화까지 간다면 지난 2년 2개월 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국민 드라마’ 등극도 가능하겠다. 이번에 새삼 느낀 건 아무리 훌륭한 미드가 많아도 한국인에겐 한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암튼 잘 상상이 안 되지만 에피소드 소제목만 봐선 김혜자와 이병헌 주연의 18~20회 ’옥동과 동석’편이 범상치 않다. 안방 극장에 눈물 폭풍이 불어닥칠 기세다.
p.s. 직장 근처에 고시원이라도 얻으면 안 되는 걸까 ㅠㅠ
2022년 4월 14일 목요일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 1, 2회를 보고..
내가 처음 웹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회귀물이 많진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슬금슬금 회귀물이 많아지더니 얼마 전부터는 신작 웹소설 중 십중팔구는 회귀물이다. 그 중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드라마화 되어 방송 중이고 조만간 레전드 회귀물인 ‘재벌집 막내아들’도 방송 예정이니 이러다 회귀물이 한드의 주류 장르가 될 수도 있겠다. 보통 회귀물은 평범하거나 찌질한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를 겪은 후 과거로 회귀하는데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잘 나가는 정의로운 검사가 과거로 회귀하는 이야기여서 살짝 공감이 덜 갔다.
복수를 위해 저승사자와 모종의 거래 후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복수의 방법이 꼭 검사가 되는 것 말고는 없을까? 앞으로 15년간 벌어질 일들을 다 알고 있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슈퍼 초능력인데 굳이 검사가 되려고 골치 아프게 사법고시 준비를? 만약 절대자가 나타나 무슨 소원이든 하나는 들어줄 테니 말해 보라는데 저는 검사가 되고 싶어요 라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들이 바뀌는데 미래가 선택적으로만 바뀐다는 점도 몰입 방해 포인트다.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빠른 건 좋다만 초고속 입 전개라는 점도 마찬가지. 코믹 코드는 아재스러운 게 딱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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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준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재밌었고 당연히 8부까지 빈지워치했다. 이야기는 매우 심플하다. 덩치 크고 싸움만 잘하는 양아치 고등학생이 피나는 노력 끝에 정상급의 스모 선수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일본 소년 만화 스토리고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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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 칼럼과리뷰 2013. 7. 6. 03:15 누가 재밌다고 줘서 읽어봤는데 본문을 읽기도 전에 감동해버렸다 . 원래 본문보다는 ‘ 역자 후기 ’ 나 ‘ 작가의 말 ’ 을 먼저 읽는 편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