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8일 수요일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칼럼과리뷰 2013. 7. 6. 03:15

누가 재밌다고 줘서 읽어봤는데 본문을 읽기도 전에 감동해버렸다. 원래 본문보다는역자 후기작가의 먼저 읽는 편이라 생각 없이 뒤쪽부터 펴들었는데작가의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는 했으나 10년째 작품이 없었다. 만화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나 정작 만화로 완성되진 못했다.” 게임 끝났다. 나는 이미 감동했고 본문은 읽어봐도 같았다. ‘망원동에서 10년째 버티고 있는 무명 시나리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구나. 그런데 대부분의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결국은 성공했구나!’ 피땀 흘려 시나리오들이 10 내내 엎어지기만 하는 심정은 정말 겪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물론 나도 모르고 짐작만 뿐이지만 그래서 감동했다. 경우가 바로 시나리오 쪽으로는 풀려서 다른 길로 갔다가 풀린 되는 케이스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쪽으로 풀리는 작가는 많다. 그냥 많은 경우가 아니라 거의 대부분 풀린다. 원래 바닥은 풀리는 정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부분은 아는 영화뿐이라며 오직 영화 길만 파는 반면 간혹 영화를 포기한 아니지만 다른 길도 알아보는 작가들이 나온다. 보통은 TV 드라마 극본이나 장편소설 문학상 또는 스토리 공모전을 노리는데 당연히 길도 쉬운 아니다. 특히나 드라마 쪽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게 세다.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경쟁률은 장난이다. 그렇게 되는 없이 버티고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간혹 기적처럼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중 최고가 유명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자기 시나리오가 극장에 걸린다해도 작가는 없다. 작가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고 돈도 얼마 되고 그냥 묵묵히 다음 작품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문학상은 다르다. 일단 신문에 인터뷰가 실리고 자기 이름으로 책도 출간된다. 신문에 실린 덕분에 어른들도 알아준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해봤자 어른들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고 시큰둥해하신다. 영화에선 수많은 스태프 명일뿐이고 혼자 썼어도 공동으로 이름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소설에선 이름이 단독으로 올라간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포스터에 명의 이름만 올라가는데 그게 자기 이름인 것이다. 당장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해도 기사가 뜬다. 자기 이름으로 유의미한 뭔가가 인터넷 상에 남는 것이다. 게다가 소설 판권이 팔리면 영화화도 시간문제다. 시나리오 작가일 천대(?)받으면서 일하지만 원작자는 다르다. 나는 겪어봐서 모르지만 이래저래 유명 문학상을 수상하고 영화화까지 되는 어지간한 TV 드라마 작가 데뷔나 정부 지원 스토리 공모전 수상보다 훨씬 보람 있을 분명하다.

만날 여성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문화 상품만 접하다가 간만에 읽은 남자 소설이라는 점도 참신했다. 주요 등장인물이 20 만년 고시생, 30 백수, 40 기러기 아빠, 50 황혼 이혼남 그리고 할아버지 건물주다. 건물주 할아버지 이야기 빼고는 이야기 같지 않아 몰입해서 읽을 있었다. 여자 관객 아니 독자들이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어설프고 부질없는 사랑 이야기보다는 남자들끼리의 진솔하고 코믹한 우정 이야기에 끌리는 보니 나도 이젠 나이를 먹었나보다. 개인적으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만화 스토리 작가라는 점이다. 작가도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다고 하니 시나리오 작가였으면 훨씬 이야기 같지 않고 재밌었을 같다. 극중 40 기러기 아빠가 해장국을 끓일 때마다 해장국 생각이 나서 읽자마자 해장국 그릇 하고 왔는데 지금도 해장국 그릇이 간절히 땡긴다. 암튼 작가는 좋겠다. 부럽다.

2023년 8월 4일 금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리키시’를 보고.. 👍👍


끝내준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재밌었고 당연히 8부까지 빈지워치했다. 이야기는 매우 심플하다. 덩치 크고 싸움만 잘하는 양아치 고등학생이 피나는 노력 끝에 정상급의 스모 선수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일본 소년 만화 스토리고 우정, 노력, 승리라는 ‘소년 점프’의 3대 키워드에도 매우 충실하다. 뻔하고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손에 땀을 쥐고 본 건 정말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모 이야기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으랏차차 스모부’ 이후로 처음인데 거의 그 수준으로 잘 만들었다.


프로덕션 퀄리티는 물론이고 배우들이 말 그대로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다. 스모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몸부터 스모 선수여야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진짜 스모 선수들을 캐스팅해서 연기를 시킨 것 같은 수준이었다. 일본 드라마랑 영화가 한 물 갔네 어쩌네 해도 청춘 쪽은 역시 일본이 제대로고 제작비만 충분하면 만듦새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일본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올드함이다. 특히나 성상품화 쪽은 여전히 90년대 이전에 머물러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치히로상’을 보면서도 전직 성노동자 출신 여성이 노숙자 할아버지를 목욕시켜주는 장면 등에서 깜짝 놀라곤 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런 순간이 종종 있었다.


p.s. 으랏차차 스모부 드라마 버전


2023년 5월 6일 토요일

HBO 오리지널 드라마 스티븐 킹 원작의 ‘아웃사이더’를 보고..



스티븐 킹 소설 원작 10부작 드라마다. 미국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아동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현장에서 발견된 다수의 증거로 인해 범인이 잡히는데 그에겐 유력한 알리바이가 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에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둘 중 하나다. 범인에게 기가 막힌 트릭이 있거나 엑스파일 류의 초자연으로 가느냐. 보통 이런 이야기는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밝혀지기 전까지가 흥미진진하고 실체가 밝혀지고 나선 그게 무엇이든간에 기대 이하이므로 김이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나 사건의 실체가 초자연으로 밝혀지고 나면 김이 빠지는 걸 넘어 허무해지기까지 하는데 제작진도 그 한계를 알고 있어서인지 실체가 밝혀지는 타이밍을 최대한 후반으로 늦추었다. 그 타이밍이 대략 8부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 전까지가 지루하지 않았던 건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탄탄한 톤앤매너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 덕분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떠도는 출처 모를 괴담을 대충 후루룩 읽는 것과 아는 사람이 겪은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과의 차이랄까?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드라마이므로 톤앤매너가 과장되거나 현란하면 이야기 자체의 신뢰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서인지 유독 카메라는 차분하고 캐릭터들도 진중했는데 덕분에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알고 보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결론은 뻔했지만 과정이 만족스러웠다. 빈지워치했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