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은 180만 부 베스트셀러인데 전자책 등의 판매부수까지 포함하면 최소 200만 부 베스트셀러라고 봐야 하고 권당 15,000원 쯤이니 작가 인세 10프로를 곱하면 대략 30억쯤이다. 여기에 더해 무려 23개국에 판권이 판매됐고 드라마, 영화 그리고 연극, 뮤지컬 등의 판권도 팔렸을테니 총 수입은 30억을 넘겠지만 대략 30억이라고 치자. 요즘 같은 세상에 개인이 세전 30억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답은 소설이다. 나도 빨리 소설을 한 편 써서 <불편한 편의점> 작가처럼 30억을 벌어보자고 생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는 2년에 한 편씩 거의 10여년 가까이 소설을 썼는데 아직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경우의 심리 상태와 그게 어떤 인생인지에 대해 막연히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에세이다. 심지어 작가는 그냥 자비 출판도 아니고 데뷔작으로 세계문학상을 받고 그 작품이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됐는데도 다음 작품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책장에 꽂히거나 ‘재고 없음’으로 분류되곤 한다.
새 책이 대형 서점 신간 매대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어야 열흘 전후고 그 사이에 베스트셀러 매대로 옮겨 가는 건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정도의 난이도이며 서점에 비싼 돈을 내고 전용 매대를 사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책을 어필할 수조차 없다.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라면 냄비 받침으로 쓰려고 무심코 집어든 책이 자신의 책이거나 처제가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고 100만 유튜버가 돼 형부의 책을 자신의 유튜브에 출연시켜 주지 않는 한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불편한 편의점>의 180만이라는 판매 부수가 놀랍지만 이런 가능성 제로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썼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생각해보면 로또조차 매주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당첨될 거란 보장도 기약도 없으니 천원 투자하는 것조차 아까울 때가 있고 로또 판매점에 가서 번호 6개를 찍거나 동행복권 싸이트에 로그인하는 것조차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소 1년은 투자해야 하는 장편 소설을 때론 목 디스크로 어깨가 마비돼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면서 2년에 한 편씩 거의 10여년 가까이 새로 써서 출간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이건 노하우나 근성의 영역은 아닌 것 같고 <불편한 편의점> 이후 200만 부 팔린 힐링 소설은 없었던 것 같으므로 벤치마킹의 영역도 아니다.
아무래도 ‘소설의 신’이 존재하는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김호연 작가에게 소설을 써 보라고 외친 그 ‘소설의 신’이 너는 이제 그만 쓰라고 하기 전까지 작가가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기만 한다면 언젠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p.s. 그런데 작가 수입이 30억이면 출판사 수입은 90억인가?! 답은 출판사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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