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8일 금요일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를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분명히 기억 나는 건 주인공의 운전기사인 미사키의 운전 실력에 대한 묘사다.

홋카이도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눈길 운전에 단련되어 운전을 잘하게 됐다는 설정인데 하루키가 워낙에 묘사를 잘해서 글로만 읽는데도 미사키의 운전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도 미사키의 뛰어난 운전 실력이 어떻게 영상화됐을까였다. 순전히 미사키의 운전 실력을 감상하고 싶어서 본 건데 딱히 미사키가 운전을 잘하는 것 같지 않아서 실망했다. ‘분노의 질주제이슨 본이나 라이언 고슬링의 드라이브에 나올 법한 자동차 추격 씬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무미건조했다(딱 일본영화스러웠다). 딴짓 안 하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구나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운전 잘하는 걸 영상에 담는 건 어려운 도전 같긴 하다. 실제로 남의 차를 탔을 때 기사가 운전을 잘한다고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다. 40대 후반쯤으로 추정되는 택시 기사님이었는데 진짜 막히는 도로였음에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무리하지 않고 앞 차들을 추월하면서 그 흔한 급제동 한번 없는 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날 택시 뒷좌석에서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기사님의 운전 실력이 범상치 않음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내려놓고 기사님의 운전 실력을 감상했던 기억이 났다.


2022년 4월 6일 수요일

5월부턴 슬슬 극장이 살아날 걸로 기대된다



5월부턴 슬슬 극장이 살아날 걸로 기대된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만큼은 아니어도 작년과 재작년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이 계속 집에만 있을 순 없는 법이다. 날도 더운데 주말 나들이엔 극장만큼 시원한 가성비 공간이 없고 결정적으로 극장 킬러인 줄 알았던 OTT에 볼만한 콘텐츠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예전엔 몰랐는데 지난 몇 년간 넷플릭스 같은 메이저 OTT에서 왓챠까지 다양한 OTT를 경험해보니 콘텐츠가 많다고 볼만한 콘텐츠도 많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는데 볼만한 콘텐츠라는 건 일단 신작이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이슈가 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작품이 흔치 않으니 점점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볼만한 작품은 1분기에 한 편 나올까 말까라는 건데 이 정도 빈도라면 사양산업 카테고리에 들어가기 직전인 극장도 충분히 비벼볼 만 하다. 100여편이 넘는 신작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는 점도 기대 요소인데 더 묵혔다간 신작 개봉이 아니라 뒷마당에 묻어둔 타임캡슐을 발굴하는 느낌이 날 테니 슬슬 개봉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5월 극장가엔 탑건이 있다. 예고편만 봐도 대박 예감이다.

탑건이라면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고 범죄도시2’도 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문나이트(Moon Knight)’ 1화를 보고..

 

이집트 슈퍼 히어로는 처음인데 생각해 보니 이집트에는 고대의 신화 속 신들이 많으므로 슈퍼 히어로 이야기의 배경으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주인공은 런던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의 기프트샵 직원 스티븐이다. 박물관 가이드가 꿈이지만 아직 이루지 못했고 여자 동료가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히어로물의 주인공답게 그게 데이트 신청인지 아닌지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어리숙한 성격에 마마보이다.
 
몽유병이 있고 툭하면 필름이 끊겼다가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이번엔 스케일이 크다.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 보니 알프스 들판이다. 낯선 이들이 공격해와 도망치다 마을에서 아서 해로우를 만난다. 그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은 느낌이고 스티븐이 갖고 있는 지도 몰랐던 황금 딱정벌레 장신구를 요구한다. 스티븐은 별 생각 없이 넘겨 주려하지만 그의 안의 목소리는 절대 주지 말라며 아서 해로우 일당을 공격하며 폭주하기 시작한다. 스티븐은 그 와중에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는데 이번엔 자신의 침실이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방 안의 가구들이 이전과 달라진 걸 눈치챈다.
 
벽 안에서 못 보던 핸드폰을 발견하고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스티븐을 마크라 부르며 걱정해준다. 영문을 모르겠어서 혼란에 빠진 스티븐은 집을 나와 불이 꺼진 박물관으로 도망가는데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 화장실로 도망간다. 화장실 문이 부숴지기 일보 직전이다. 스티븐 안의 또 다른 인격은 몸을 넘겨주면 괴물로부터 구해주겠다고 하고 스티븐이 고심 끝에 허락하자 스티븐은 문나이트로 변신해 화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박물관 괴물을 때려죽이며 1화가 끝난다. 이집트 슈퍼 히어로라는 점이 참신했고 기존의 마블 영화들과는 다른 어둡고 현실적인 톤이 좋았다. 총 6부작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탠딩업(Drôle)’을 보고..


 

나는 개그맨들이 여럿 나와서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코미디는 하나도 안 웃기고 말로만 웃기는 스탠드업이 웃겨서 종종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 스탠드업 공연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마이크 하나 들고 사람을 웃긴다는 건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초능력 아닐까? 매 공연마다는 아니어도 웃기는 농담을 주 단위로는 새로 개발해야 할 텐데 특히나 농담의 소재를 주로 자신의 일상에서 얻는 스타일이라면 이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외국에선 스탠드업이 활성화 되어 있다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미스터리다

한국에선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홍대에서 하는 유료 스탠드업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한국의 스탠드업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 주로 외국의 스탠드업을 접했던 나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코미디언들의 음담패설이 메인이었는데 별로 웃기지가 않았다. 바로 앞에서 웃기려고 애쓰는 사람 앞에서 초지일관 무표정으로 있을 순 없어 예의상 웃는 연기를 했는데 이게 나 혼자만의 감상은 아니었는지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공연이 종료되어 버렸더라. 요즘도 하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만 어쩐지 한국에선 스탠드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

넷플릭스에 프랑스 스탠드업 세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올라왔길래 프랑스 스탠드업 세계는 어떤지 궁금해서 봤는데 한국보다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고 드라마 자체도 괜찮았다. 6부로 짧아서 좋았고 프랑스의 빈부격차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풍속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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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1기, 2기(무한열차), 3기(유곽)를 보고..



귀멸의 칼날입문은 넷플릭스에 올라온 귀멸의 칼날’ 126부작이다. 첫 회 보고 오랜만의 일본 소년만화 감성이 반가워 26부까지 빈지워치했다. 1기를 다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장판이자 2기 무한열차편이 개봉하길래 코로나 시국임에도 극장에 갔다. 너무도 화려한 볼거리 덕에 티켓 값이 아깝진 않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더딘 점은 아쉬웠다. 아무리 극장판이라도 열차에서 싸우고 내려서 싸우고가 끝인 건 너무했다. 그 다음은 3기 유곽 편이다. 이야기가 시원스레 진행되고 유곽의 볼거리도 화려하고 남매 혈귀의 기구한 사연도 대만족이었지만 일주일에 한 편씩 공개라 감질났다

애니로 시작했으니 쭉 애니로 달릴 생각이었지만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원작 만화책을 찾아봤다. 이 정도 인기면 완결이 안 나야 정상인데 23권이 마지막이어서 당황했다. 유곽 편의 엔딩이 궁금해서 본 건데 막상 보니 멈출 수가 없어서 끝까지 봐 버렸다. 작가가 돈 벌겠다고 작정만 한다면 엿가락처럼 늘이고 늘려 무한 연재도 가능한 설정인데 그러긴 커녕 엔딩을 서두른 느낌이다. 설상가상 재미도 애니가 훨씬 낫다. 애니에선 액션씬이 장관인데 만화책으론 그 느낌이 전혀 안 난다. 그림체도 조잡하다. 괜히 찾아봤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도 꾹 참고 애니메이션으로 쭉 따라갈 걸 그랬다.



2022년 3월 11일 금요일

네이버 오리지널 웹툰 '물 위의 우리'를 보고..



한국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 웹툰. 스토리는 뱁새, 작화는 왈패가 담당했고 2020년 네이버 웹툰 최강자전 준우승 작품이다. 20211218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 중이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여러 차례의 지각 변동 이후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한 지구. 한국은 잠실타워를 제외하곤 국토 대부분이 수몰됐고 잠실타워는 생존자들이 두 파벌로 나뉘어 대립하는 지옥 같은 전쟁터로 변했다. 타워에 살고 있던 호주는 딸 한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배에 오른다. 호주와 한별 부녀가 탄 배는 지옥 같은 잠실타워를 떠나 고향 섬을 향해 달린다.

고향의 어른들은 20년 전 고향을 떠난 호주와 그의 딸을 반갑게 맞이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워를 떠난 한별은 모든 게 처음이기에 새로움 가득한 바깥세상을 마음껏 즐긴다. 그러나 호주에겐 고향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예전 같지 않다. 아이들은 그들을 외지인이라며 무서워하고 섬 구석에는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매연과 최첨단 시설들이 보인다. 고향 사람들은 호주의 궁금증을 쉽사리 풀어주지 않는다. 호주는 친구를 만나 자신이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려 하는데 친구는 그에게 되묻는다. “알면. 또 옛날처럼 다 죽이게?”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가 떠오르는데 도대체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계속 보고 있다.

 

https://series.naver.com/comic/detail.series?productNo=6612961


2022년 3월 8일 화요일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리처(REACHER)'를 보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만 해도 볼 게 차고 넘치는데 결국 아마존 프라임까지 가입하고야 말았다. 예전에 탐 크루즈가 출연했던 잭 리처가 아마존 오리지널 8부작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탐 크루즈 말고 진짜 원작에 충실한 거구의 배우가 연기하는 잭 리처가 궁금했는데 확실히 거구의 앨런 리치슨이 소설 원작의 매력은 잘 살렸다. 초반의 액션씬도 화끈하게 잘 뽑았다. 다만 캐릭터 매력 있고 액션씬도 화끈한데 이야기가 에러다. 지루하다.

떠돌이 리처가 미국 이곳저곳을 여행 중에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도착하는데 이 마을에 무슨 어마무시한 비리가 있어 이를 파헤친다는 설정인데 리처의 엄청난 능력에 비해 비리의 배후에 숨어 있는 빌런이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 스릴도 없고 긴장도 안 된다. 리처가 사건의 진실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 특별히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커다란 덩치와 막강한 힘으로 치고 박고 때려부수는 게 다다. 또 머리는 엄청나게 좋아서 아는 것도 많고 매사에 척하면 척이고 미인계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거의 슈퍼 히어로다. 지금 4부 보고 있는데 이 정도 능력의 소유자라면 형을 죽인 나쁜 놈도 금방 밝혀낸 후 별 어려움 없이 제압할 것 같다. 8부 완결인데 넘 길고 4부면 딱 좋았겠다.

아마존 프라임도 별로다. 볼 게 별로 없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