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 금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 (스포주의)



이정재는 전직 자동차 공장 노동자 출신의 가난한 이혼남이다. 무직에 빚은 많은데 도박 중독이고 홀어머니는 당뇨로 아프시고 전처는 딸을 데리고 현 남편 따라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런 이정재가 어느 날 정체 모를 수상한 게임 측으로부터 참가 제안을 받는다. 상금을 준다고 해서 어머니 치료비라도 벌어볼까 약속장소에 나가 스타렉스에 올라타는데 차에 몸을 싣자마자 곧장 정신을 잃고 한참 뒤에 깨어나 보니 거대한 세트 안이다. 그곳엔 이정재 같은 게임 참가자들이 수백 명 있고 다들 어리둥절한 가운데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하던 놀이를 테마로 한 데스게임이 시작된다. 최종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무려 456.

카이지’, ‘배틀로얄’, ‘헝거게임’, ‘아리스 인 보더랜드등등의 온갖 종류의 데스게임과 배틀로얄 장르의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황동혁 감독이 한국식으로 매우 영리하게 재해석했다. 클리쉐 스러울 수도 있는 게임의 규칙들을 야무지게 잘 활용했고 캐릭터들의 등장과 퇴장도 깔끔했고 억지 전개도 거의 없고 엔딩까지의 전개도 설득력 있었다. 중반부가 조금 지루했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끝내주게 재밌어졌고 전혀 예상치 못한 특별 출연까지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최고였다. 9부짜리 드라마보다는 러닝타임이 3시간쯤 되는 영화였으면 더 끝내줬을 것 같다.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선 ‘D.P.’가 베스트였는데 이젠 오징어 게임이다. 이렇게 베스트가 금방 바뀔 줄 몰랐다. 요즘 넷플릭스 볼 거 없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넷플릭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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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6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클릭베이트(clickbait)’를 보고.. (스포주의)



유튜브 같은 싸이트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동영상이 올라온다. 그의 이름은 닉 브루어.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자기가 여자를 죽였고 학대했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이 영상의 조회수가 500만이 되면 이 남자는 죽는다고 부연 설명이 되어 있다.
 
닉 브루어는 대학교 체육팀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평범한 가장인데 신상이 털리며 여러 곳의 온라인 데이트 싸이트에 가명으로 가입해 다수의 여자들과 동시 연애를 즐기는 바람둥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브루어의 여동생은 오빠가 그런 남자일 리 없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오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나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하던 중 마침내 영상의 조회수가 500만을 돌파하고 며칠 뒤 브루어의 시체가 공원에서 발견된다.

본격적인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그와 온라인에서 만나 관계(?)를 맺었던 여자들 중 자살한 여자가 있고 그녀의 오빠가 복수심에 불타 브루어를 납치해 바로 그 문제의 동영상을 촬영해 싸이트에 올렸다는 사실이 경찰의 수사 결과 밝혀진다. 이대로 사건이 종결되려는데 브루어와 관계를 맺었다는 여자들이 실제로는 브루어를 만난 적은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 드러난다. 누군가 브루어를 사칭해 목소리까지 변조해 여자들과 온라인 데이트를 즐긴 것이다. 브루어의 장남이 온라인 친구의 도움으로 수사를 펼친 결과 닉 브루어 사칭범의 정체가 들통나고 마침내 닉 브루어는 누명을 벗는다.
 
회별로 번갈아 가며 주인공이 바뀌는데 1누이2형사까지는 지루하다. 실종된 오빠를 찾는 여동생과 승진 욕심이 있는 형사 이야기가 평범하고 다소 뻔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낚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차 고민을 했을 정도다. 그런데 3아내부터 브루어 아내의 불륜이 드러나고 4정부에서 브루어의 여자들이 등장하며 흥미진진해지더니 5기자부터는 특종 욕심에 눈이 먼 기자의 폭주가 시작되며 엔딩까지 논스톱으로 달리게 된다. 낚이긴 했다만 기분 좋은 낚임이었다.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JTBC 오리지널 토일 드라마 ‘인간실격’ 1, 2부를 보고..


 
봄날은 간다허진호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고 전도연이 나와서 봤는데 몰입이 쉽지 않았다. 이야기 전개가 느리고 배우들 대사도 안 들렸기 때문이다. 딴 드라마 같음 접었겠지만 허진호 감독에 전도연 주연인지라 최적의 시청 환경을 조성한 후 최대한 귀를 곤두세우고 봤다. 1부 내내 전도연과 류준열이 번갈아 나오며 뭐가 됐어야 하네 아무 것도 되질 못했네 외롭네 어쩌네 읊어대는 말들이 영 와닿지 않아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이 됐지만 꾹 참고 2부까지 다 보고 나니 참고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 막판에 류준열과 전도연의 옥상 씬에서 막방까지 쭉 따라가 보고 싶어진 것이다

류준열에게 반했다! 류준열 대사가 딴 배우들 대사보다 더 잘 안들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보는 재미가 있고 누님들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매력도 설득이 됐다. 김효진, 박병은 커플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호프집에서 김효진이 박병은 따라나와 통화 엿들을 때 중년 남녀 특유의 아슬아슬하면서도 끈적한 분위기가 잘 전달됐다. 여러모로 드라마가 점점 재밌어질 것 같긴 하지만 대사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부디 자막이라도 띄워줬음 좋겠다. 시청률이 1회 4.2%에서 2회 3.8%로 떨어졌는데 더 떨어질 것 같진 않고 1% 내외의 소폭 반등 하락을 반복하다 5%쯤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


2021년 9월 2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디피)'를 보고..



군대 이야기.. 그것도 탈영병 잡는 헌병 이야기라니.. 진짜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서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고 아예 볼 생각도 없었고 넷플릭스에 접속할 때 예고편이 뜨면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지며 스크롤을 내려버리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디피 봤냐고 재밌다고 해서 그냥 1화만 보고 어떤 느낌인지만 확인하고 하차해버릴 작정으로 봤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내가 보고 싶지 이유들이 가득한 작품이었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어서 빈지워치 해버리고 말았다. 내 기억에 지금까지 넷플릭스에 올라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드 중에서 빈지워치한 작품은 디피가 처음인 것 같다

감독이 드라마 감독이 아니라 영화 감독이고 아이템과 구성도 한드보다는 영화에 더 어울리고 시즌16화로 짧아서 한 번에 몰아보기 딱 좋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리한 각색과 구교환 덕분이다. 기존의 버디 형사물이 한국 특유의 군대 문화에서 펼쳐지니 익숙하면서도 새로웠고 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군대 폭력이라는 주제가 묵직하면서도 시의적절했다. 구교환은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매력이 넘치다보니 정해인의 밋밋함을 담백함으로 승화시켜주었다. 

매회 새로운 탈영병을 잡아 오는 구성이 시즌제 드라마에 딱 어울려서 제작진이 매너리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시즌4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정해인이 시즌1에서 이병이니 시즌2는 일병, 시즌3는 상병, 시즌4는 병장..


2021년 8월 18일 수요일

할런 코벤 원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영원히 사라지다(Gone for Good)’을 보고.. (스포주의)


 

할런 코벡 원작 드라마여서 봤고 이로써 넷플릭스에 올라온 할런 코벤 원작 드라마는 다 본 셈이다. 이젠 할런 코벤 원작 드라마는 사전 정보 없이 봐도 할런 코벤 원작인지 아닌지 구별 가능하다. ‘스트레인저’, ‘결백’, ‘’, ‘내 이웃의 비밀’, ‘영원히 사라지다의 이야기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던 남자가 여자 때문에 개고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여자가 자의 또는 타의로 사라지면서 남자의 고통과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스트레인저결백은 아내가 사라지고 은 여동생이 실종되고 내 이웃의 비밀은 딸이 사라지고 영원히 사라지다는 약혼녀가 사라진다. 사라진 여자들에게 남자가 꿈에도 모르고 있던 미치고 환장하겠는 과거가 드러나고 남자가 반쯤 미친 상태로 여자의 행방을 추적하다 보면 마침내 상상도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원히 사라지다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약혼녀가 사라지는데 뒷조사를 해 보니 창녀였고 숨겨둔 딸도 있다고 해서 충격을 받는데 이것도 모자라 마약 조직과 관련된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해서 장례식에 가 보니 자기가 아는 약혼녀가 아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이 모든 건 죽은 줄 알았던 형이 숨어 살다가 벌인 일이었고 형을 노리던 악당이 사실은 악당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쌈빡하게 5화로 끝나서 다행이지 10화였으면 또 최소 1주일은 아무 일도 못할 뻔했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 여주가 특히 무책임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긴 하지만 남자에게 전화나 문자 한 통만 해 줬어도 남자의 고통이 훨씬 덜했을 것이다.


주요 배경인 프랑스 니스 해변의 풍광이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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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트레인저를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결백을 보고..


2021년 8월 12일 목요일

KBS 드라마 '경찰수업' 1, 2화를 보고..



드라마가 참 밝고 건강하다. 최근 몇 년간 어처구니없는 막장 또는 싸이코패스 나와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극악무도하면서도 흉악한 드라마들이 하도 많아 어린이도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이래도 되나 싶을 지경이었는데 KBS에서 간만에 KBS다우면서도 볼만한 드라마가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다 아는 뻔하고 익숙한 맛인데도 식상하다기보다는 반갑기 그지없다.

경찰 학교에 입학한 청춘이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훌륭한 경찰으로 성장하며 현직 형사를 도와 악당까지 소탕한다. 대본이 탄탄해서 작가의 전작이 뭔지 찾아봤는데 이 작품이 민정이라는 이름으로는 첫 작품이다. 아무리 봐도 신인 같지는 않은데 신인이라면 임상춘급 대형 신인 탄생이다. 연기자들도 신인이 대다수이지만 무슨 역을 맡아도 차태현으로 나오는 차태현 덕분에 극이 흔들리지 않는다

오프닝 유도 경기 씬에서 정수정이 진영을 집어 던질 때 하늘 높이 날아가는 진영을 보면서 하차할까 생각도 했지만 꾹 참고 보길 잘했다. 정수정은 써치때는 군인으로 이번에는 경찰이다. 필모 관리를 매우 잘 하고 있다. 15.2%, 26.5%로 시청률도 상승세다. 이 기세라면 10%는 가뿐히 돌파할 것 같다.


2021년 8월 7일 토요일

HBO 오리지널 드라마 '웨스트월드(west world) 시즌1, 2를 보고..



인간들에게 학대당하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참다 못해 반란을 일으킨다는 뻔한 이야기이지만 회당 백억원에 달한다는 제작비 때문인지 만듦새와 디테일이 그럴 듯해서 꾸준히 봤다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납득이 안 되는 설정들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튀어 나와 몰입이 어려웠다. 


드라마 속 웨스트월드라는 곳은 서부개척 시대를 테마로 한 일종의 테마파크이다. 가상현실 게임 속 세상이라면 모르겠다만 현실 세상 속 어딘가에 구현되어 있는 테마파크이다보니 고객 한 명 한 명을 중심으로 이 거대한 월드를 돌아가게 만든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고객들이 망가뜨린 호스트들을 매번 다 수리하고 기억을 지워 제 자리에 갖다 놓는 비용만 생각해도 도저히 견적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알고 보니 이 모든 비효율적인 행위들이 일종의 IP구축을 위한 투자였다고 밝혀지긴 하지만 여러모로 현실 세상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보다는 깔끔하게 헬맷 하나 쓰고 하는 가상현실 게임이 목적 달성에 훨신 용이했을 것 같다. 




시즌1은 로봇들의 각성이고 시즌2는 로봇들의 반란이고 시즌3는 현실 세상 속으로 튀어 나온 로봇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인공지능과 벌이는 한 판 승부라는데 시즌1과 2는 완주했지만 시즌3는 1화까지만 보고 하차했다. 시즌3의 배경이 웨스트월드만큼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라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충분히 봤다. 그러고 보니 시즌2의 일본 배경도 별로였다. 사무라이들이랑 닌자 나오는 순간 하마터면 하차할 뻔 했다. 그래도 요즘이 한창 넷플릭스에 볼 게 없어서 방황 중인 시기여서인지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시즌1, 2였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도 디테일이 매력적이면 충분히 볼 만 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