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7일 월요일

넷플릭스로 ‘하트스롭 - 사랑의 광기’를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모든 것’과 비슷한 콘텐츠를 찾다가 우연히 봤다. MIT에 입학 예정인 할 줄 알고 좋아하는 건 공부 밖에 없는 전도유망한 남학생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애를 하는데 상대가 하필이면 남자 친구가 많고 잘 노는 걸로 소문난 여학생이어서 자연스럽게 질투가 시작되고 그게 집착으로 발전하고 결국 멘탈 관리에 실패해 주변 사람들을 심지어 엄마까지 해치며 폭주하다가 허망하게 자멸하는 이야기다. 보통 이런 유의 영화를 보면 스토커가 일방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게 대부분이라 안타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이 영화에선 스토커 남학생과 상대 여학생의 관계가 완전히 일방적은 아니고 여학생도 남학생이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그걸 고마워하고 남학생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편이어서 잘 하면 꼭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간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도 같았던 터라 관계가 파탄으로 끝난 게 유독 안타깝고 남학생도 불쌍하게 느껴졌다. 힘들게 합격했을 텐데 그냥 예정대로 MIT에 갔었어야지;; 오브리 피플스는 매력 있는데 왜 활동이 뜸한지 모르겠다.

2019년 6월 8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베터 콜 사울’ 시즌 1,2,3,4를 보고..



‘브레이킹 배드’에는 역대 최고 미드답게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캐릭터가 돈세탁 변호사 맥길이었다. 한국 변호사와는 다른 미국 변호사 업계 특유의 ‘엠뷸런스 체이서’적인 면이 흥미로웠고(한국도 점점 미국화 되어가고 있다지만) 돈 없고 빽 없는 변호사가 정글 같은 뒷골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고군분투가 압권이었다. 바로 그 변호사가 주인공인 스핀오프라고 해서 봤는데 청출어람이라고 ‘브레이킹 배드’보다 훌륭하면서도 짠한 구석이 있었다. 마음이 아픈 형과 평생에 걸쳐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장대한 스토리가 압권이었고 단짝 친구 마르코의 엔딩이 특히 짠했다. 그런데 시즌을 거듭하면서부터는 점점 돈세탁 변호사 맥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브레이킹 배드’에 나왔던 조연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가더니 여기까지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는데 초반에는 양념 정도였던 마약 얘기가 메인 급으로 급부상하면서부터는 ‘베터 콜 사울’이 아니라 ‘브레이킹 배드’의 또 다른 시즌을 보는 기분이 들어 시리즈의 초심을 잃은 게 아닌가 싶어 조금 아쉬웠다. 시즌 5에서는 부디 초심으로 돌아와 주면 좋겠다.


‘감옥학원’, ‘보석의 나라’, ‘백 스트리트 걸스: 조폭 아이돌’을 보고..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일본 애니메이션 3편이다. “1,000명이 넘는 여학생 사이에 낀 남학생 5명. 아주 기가 팍팍 눌려 여자한테 말도 못 거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장난질도 못할 법은 없지. 가자, 알몸 보러 여탕으로!” 여기까지가 ‘감옥학원’ 시즌 1의 1화 ‘훔쳐보기 대작전’의 소개 글이다. 어쩐지 얼마 전에 논스톱으로 정주행한 ‘백 스트리트 걸스: 조폭 아이돌’의 한 핏줄 병맛 애니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봤는데 예상 그대로였다. 시즌 1의 1화부터 마지막 편까지 시청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역시 한 핏줄 애니로 보였던 ‘첫 갸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1화 초반 보다가 말았는데 ‘감옥학원’은 왜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걸까? ‘첫 갸루’는 병맛이 약해서였나? ‘감옥학원’은 애니 만으로는 성이 안 차 만화책으로 그 뒷이야기부터 엔딩까지 다 봐 버렸는데 많이 실망했다. 별 내용이 없었다. 딱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부분까지가 최고였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감옥학원’처럼 무아지경에 빠져 논스톱으로 정주행하게 되는 작품이 종종 있는데 공통점이 뭔가 생각해보니 웰메이드거나 걸작이라기라서보다는 내 취향을 저격하는 뭔가가 있어서다.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한국에선 절대로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 아무래도 ‘첫 갸루’, ‘러브 라이브’, ‘아이돌 마스터’쪽보단 ‘감옥학원’이나 ‘백 스트리트 걸스: 조폭 아이돌’쪽에 끌리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모에(?)나 여고생 교복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아, ‘바키’도 시즌2까지 논스톱으로 봤다.


2019년 5월 21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락쿠마와 가오루 씨'를 보고..




힐링이 필요해서 봤다가 물음표만 잔뜩 생겼다. 일본식 모에 장르엔 딱히 관심이 없어서 리락쿠마 캐릭터가 귀여운 건 모르겠는데 주인공인 가오루씨가 시종일관 불쌍하게 그려져서 도대체 왜들 저러는 걸까 의아할 뿐이었다. 다들 그녀를 불쌍하다고 수군대고 본인도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고 청승 비슷한 걸 떠는데 알고 보니 단지 나이가 많고 남자가 없다는 것 때문이다. 심지어 집도 그럭저럭 잘 살아서 회사 따위 안 다녀도 되는 것 같은데도 그랬다. 가오루씨의 회사 동료 중 어리고 예뻐서 남자들의 대시를 즐기는 여직원이 특히 가오루씨를 나이 많고 남자 없다고 불쌍하게 여기는데 이런걸 보면 한국이 10년 터울로 일본의 뒤를 쫓는다는 말도 이제는 옛 말 같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한국에서 이런 작품이 만들어졌다간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시대착오적이라는 항의글로 시청자 게시판이 폭발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남자라서 여자의 인생에 남자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몰라 조심스럽지만 보통 남성향 작품에선 여자 친구가 없는 남자 캐릭터가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가능하다면 시즌2에서는 가오루 씨가 남자 없이도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다.

2019년 5월 20일 월요일

데드투미, 루시퍼, 첫 갸루, 어비스, 마당이 있는 집


영화와 드라마 감상 패턴이 완전히 구독 위주로 자리 잡아 작품 한 편 다 보고 쓰는 리뷰보다는 오늘 하루 뭐 봤나 정리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훨씬 의미 있다. // '데드투미' 시즌1의 5화까지 봤다. 매화 막판에 떡밥을 까는 솜씨가 훌륭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슬슬 루즈해지고 있다. 그래도 시즌1은 완주할 듯. // 루시퍼시즌1 시작. 로스엔젤레스의 악마라는 카피에 끌렸다. 악마 캐릭터로 뭘 어쩌려나 별 거 있나? 싶었는데 악마가 교통경찰에게 뇌물을 주며 달콤한 말을 속삭일 때 낚여버렸다. 매력 있다. 이 정도 캐릭터라면 따라가 볼 만하겠다. 악마와 모종의 관계가 있어 보이는 여자가 길거리에서 총 맞아 죽는 씬까지 봤다. // ‘첫 갸루시작. 넷플릭스 덕분에 일본 애니를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은데 이런 것 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선 웹툰으론 몰라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류의 작품. 여주인공 첫 등장 씬까지 봤다. 남주와 친구들이 얼마나 찌질할까가 관전 포인트. // 김진영 작가의 마당이 있는 집다 읽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미드를 즐겼던 이들이 나중에 미드 같은 한드를 만드는 것처럼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일본 미스터리를 즐겼던 이들도 나중에 일본 미스터리 같은 한국 미스터리를 쓰는 것 같다. 영화화는 모르겠지만 어설프진 않았다. // tvN ‘어비스’ 1회 김사랑 첫 등장 씬까지 봤다. 순전히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봤다. 넷플릭스 한드는 자막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자막이 있는 편이 훨씬 낫다. POOQ과 점점 멀어지고 넷플릭스만 줄창 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자막 때문이다. POOQ도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자막을 달아줘야 한다.

2019년 5월 18일 토요일

김호연 작가의 '파우스터'를 읽고..



영화가 이렇게 어렵다. 내가 김호연 작가의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은 게 2013년이고 다 읽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게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가들의 미래고 이 작품은 내년 가을쯤에 극장에 걸리겠다고 예언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이후 각각 2년 터울로 출간된 ‘연적’과 ‘고스트 라이터즈’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작품답게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 봐도 그림이 그려지고 스토리도 뚜렷해 각색 작업도 수월해 보이는데 여전히 소식이 없다. 특히나 ‘연적’은 남자 투 탑 저예산 로드무비로 딱이어서 어쩌면 ‘망원동 브라더스’보다 더 빨리 극장에 걸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뭐가 더 빠를 지 섣불리 예단 할 수 없을 듯하다.

비록 내가 쓴 건 아니고 소설의 최종 목표가 영화화도 아니지만(그래도 되면 좋으니까!) 이래도 영화화가 안 되면 어쩌라는 건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또 2년이 흘렀고 어김없이 신작이 출간됐다. ‘파우스터’라는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았다. 분량도 묵직하다. 읽어보니 예상대로였다. 강약중간약이 아니라 강강강강! 영화로 안 만들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주겠다는 기백이 차고 넘쳤고 지금까지 출간된 4권의 작품 중에선 최고로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쓴 구석이 없고 톤 앤 매너가 묵직하고 스케일도 글로벌해 주류 상업영화 트렌드에도 어울렸다. 말 그대로 야심작이자 이걸로 승부를 보겠다는 출사표 같았다.

개인적으론 ‘망원동 브라더스’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언제까지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적시타만 노리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진 않고 저예산보다는 차라리 블록버스터 대작이 영화화가 수월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파우스터’가 가장 빨리 극장에 걸릴 수도 있겠다. 그래. 영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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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6일 월요일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을 보고..



지난 10여 년간 안 될 줄 알았는데 잘 된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지만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초반 몇 편까지는 헐리우드 최첨단 CG기술로 재탄생한 슈퍼히어로를 감상하는 맛으로 봤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유치하고 만화 같아져서 흐지부지 지리멸렬 인기가 식을 줄 알았다. 따지고 보면 잘 안 된 슈퍼히어로 영화도 많다. 그런데 유독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은 인기가 식기는커녕 그 반대였고 한국인은 마블의 민족이 되었으며 전국의 극장은 마블 영화만 트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어지간한 마블 영화들은 다 봤음에도 아직도 모르겠는 가운데 이번 ‘엔드게임’은 공부라기보다는 지난 10여년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극장으로 향했다. 러닝 타임이 세 시간이나 되는데 영화에는 딱히 몰입이 안 되다 보니 차분하게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남들이 재밌어 하는 걸 재밌어 하지 않고 이해할 시도조차 안 하고 누가 뭐래건 나만 재밌음 됐지라는 생각에 엉뚱한 것만 들입다 판 지난 10년이었다. 후회가 된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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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