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떤 PD가 ‘불편한 편의점’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순간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아 그냥 들어는 봤다고 대답해주었다. 제대로 얘기하려면 김호연 작가의 2013년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암튼 그 PD는 ‘불편한 편의점’이 요새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이 정도라면 비록 자신은 아직 소설을 써 본 적은 없지만 작가님들과 회의를 한 경험이 많으니 한 번 써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불편한 편의점’을 다 읽은 후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평소 생각해 둔 아이템을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과연 그 PD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사실 나는 2013년 겨울에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자마자 그 생각을 했었다. 나도 한 번 써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이 2023년 2월 28일인데 아직도 나도 한 번 써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나도 ‘망원동 브라더스’ 같은 거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하면서 10년이 지난 것이다. 그러면서 가끔씩 왜 10년이 지나도록 한 편도 못 쓰고 있는 건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그랬는데 ‘김호연의 작업실’을 읽어보니 답이 나왔다.
나는 김호연 작가와는 달리 ‘작업실’이라는 공간과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써보면 재밌겠다는 아이템은 종종 떠오르고 정리도 하고 끄적이기도 했지만 그걸 제대로 된 작품으로 쓰는 데에는 블로그에 올릴 글만큼도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 때는 매일 매일 조금씩 쓰다보면 언젠가는 완성이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조금씩 꾸준히 쓴 것도 있긴 한데 그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쓰다 보니 이러다 영원히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치 제논의 역설과도 같은 상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작업실과 시간이 답이었다. ‘매일 매일 조금씩’이나 ‘주말에만 틈틈이’ 같은 나이브한 정신 상태로는 절대로 결승점을 통과해 소설을 완성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완성한다고 한들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태국, 대만,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과 러시아, 튀르키예, 불가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브라질 등 11개 언어권 13개국에 수출되고 영미권 최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하퍼콜린스에 판매되거나 메이저 문단의 아이돌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