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9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tiger king)'을 보고..


 

진짜 재밌다. 미국에서 레전드급 시청률을 기록한 역대급 다큐라고 해서 봤는데 특이한 사람들 구경하는 맛이 아주 꿀잼이다. 옛날부터 느낀 건데 미국엔 좀 과하게 특이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물론 한국에도 특이한 사람은 있지만 한국은 땅덩이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고 인종도 다양치 않아 제 아무리 특이하다고 한들 어느 정도까지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어 적당히 예측 가능하다면 미국은 땅덩이가 크고 인구가 많고 인종도 다양한데 반해 인구 밀도는 적어 그 특이함의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 이 다큐에는 호랑이와 사자 등을 키우는 사설 동물원이 3~4곳 나오는데 원장들이 다들 개성이 과하게 넘치고 그들과 엮인 이들도 마찬가지고 그들 각자의 과거도 상상을 초월한다. 총기를 사랑하고 남편을 여럿 둔 게이 동물원장, 젊을 적에 아버지 뻘 부자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개털이 되기 직전 그를 살해 후 시체를 유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금발 미녀 원장,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여럿 두고 동물원에서 무보수로 일을 시키고 있는 사이비 교주 스타일 원장 등이 서로를 물고 뜯고 으르렁대다가 결국 게이 원장이 금발 미녀 원장에게 살인 청부를 시도하고 감옥에 간다. 이보다 더한 막장 설정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 예정이라는데 걸작이 탄생할 것 같다. 매우 기대된다.



2020년 9월 18일 금요일

'갱스 오브 런던(Gangs of London)' 시즌1을 보고..


갱스 오브 런던? 누가 추천해주긴 했는데 그냥 런던에 사는 평범한 갱 이야기인 줄 알고 별 기대 없이 봤다가 1회 중후반부에 나오는 액션씬 보고 홀딱 빠져버려 정주행을 시작한 후 액션씬은 물론이고 캐릭터, 이야기, 스케일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매력적이어서 시즌1의 마지막인 10회까지 논스톱으로 빈지 워치해버렸다. 중반부의 한 회는 이야기 전개는 거의 없이 오로지 액션씬만으로 채웠는데도 끝내줬다. 조금 지나치게 잔인한 감은 있다. 런던 최고의 조직 두목이 암살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목의 아들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으려 무리를 하다 조직 내부에 분열이 생기고 그 와중에 언더커버 형사가 조직에 잠입하고 하부 조직들끼리 죽고 죽이다 막판엔 두목이 살해된 이유와 그 배후가 밝혀지며 끝난다. 액션 하나 빼곤 뭐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아쉬움을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완성도로 압도해버렸다. 진짜 끝내준다. 워낙에 캐릭터가 많고 스케일이 방대해 무조건 시즌2는 나올 것 같다. 간만에 역대급 드라마였다.


2020년 9월 9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umbrella academy)' 시즌1을 보고..





러시아의 괴짜 재벌이 전 세계를 돌며 같은 날에 희한한 방식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수집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초능력을 훈련시켜 슈퍼 히어로로 만든 다음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단체를 결성 후 악당들을 무찌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며 폭압적인 아버지(괴짜 재벌)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뿔뿔이 흩어져 살아오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른다. 시간 여행 능력자 넘버 파이브가 뚝딱 나타나 며칠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들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하는데 멸망의 원인이 바로 아무 능력도 없는 줄 알았던 바냐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냐를 막으려 하지만 막판에 실패하고 지구는 멸망하고 전 인류의 사망 직전 넘버 파이브이 시간 여행 능력을 이용해 모두가 손을 잡고 과거로 이동하며 시즌1이 끝난다. 드라마라기보다는 긴 영화를 본 기분이다. 90분은 너무 짧고 2시간 반짜리 영화로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스타트는 몇 달 전에 한 것 같은데 초반이 너무 지루해서 몇 번을 달리다 말았는지 모르겠다. 헤이즐, 차차 그리고 도넛 가게 할머니의 삼각관계가 어떻게 풀려 나가는 지가 제일 궁금하다. 시즌제에 적합한 설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시즌2가 나왔으니 한 번 달려봐야겠다.


2020년 8월 6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주온: 저주의 집’을 보고..





아주 오래 전에 비디오판을 봤고 극장판도 여러 가지 버전을 두루두루 봤는데 정확히 어느 버전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같이 불길하고 으스스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어떤 버전이든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집이 있고 그 집을 우연히 방문한 사람들이 차례로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가 메인인데 이야기가 무섭다기보다는 불길하고 으스스한 분위기 연출이 압권이다. 넷플릭스 버전 주온도 메인 스토리는 비슷하다. 다른 건 우연히 그 집에 들른 희생자들의 사연인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 집에 나쁜 짓을 하러 들른 고등학생들이 십여년에 걸쳐 몰락해가는 과정이다. 남학생은 몰락에 몰락을 거듭하다 장기까지 팔고 약물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좁은 욕조 안에서 생을 마감하고 여학생도 불행의 끝을 달린다. 처절하기 그지 없다. 아무튼 그 집에 얽힌 모든 사람들이 누가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끝도 없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야밤에 혼자서 감상하면 제대로 우울해질 수 있다. 다 좋았는데 CG가 어설펐고 특히 아기 CG는 실소가 나왔다. 화질 나쁜 비디오판 버전이 제일 무서웠던 것 같다. 일본이 다른 건 다 어설픈데 공포랑 청춘영화는 여전히 잘 하고 있다.

2020년 8월 3일 월요일

도라마코리아에서 '소설왕'을 보고..





오랜만에 완주한 일드. 주인공이 무명 소설가인데 초등학교 친구였던 무명 편집자와 힘을 합쳐 일본 최고의 소설왕이 되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그러던 중 소설가는 편집자와 자주 가는 바의 여점원과 눈이 맞아 임신을 시키고 여점원은 집필 활동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라져주네 마네 트러블을 일으킨다. 주인공이 겪고 있던 모든 문제들이 애초에 소설을 잘 썼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것들인데 중반 정도에 주인공이 정말로 주변의 조언과 응원에 용기를 얻어서 소설을 잘 쓰게 되고 그 소설이 영화화가 결정되고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르며 말 그대로 소설을 잘 쓰게 되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다. 하지만 출판사는 출판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딴 회사에 매각과 동시에 폐지가 결정되고 친구 편집자는 백수가 될 위기에 처하지만 소설가는 편집자에게 다음 작품도 같이 만들자며 프러포즈를 하고 편집자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불화를 겪고 있던 아버지와도 화해를 하지만 결국 나오키상은 불발된다. 나오키상을 못 받으면 절필하겠다던 주인공은 독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다시 집필을 시작하고 소설은 나오키상은 못 받았지만 대박이 나서 문예부의 폐지는 취소가 되고 몇 년 뒤 주인공은 드디어 나오키상을 받는다. 어느 작가 지망생의 백일몽 같은 이야기였다.


2020년 7월 23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죄인(sinner)' 시즌3을 보고..





임신한 아내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 번스에게 옛 남자 친구가 찾아온다. 친구가 번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묘해 옛날에 사귀기라도 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개똥철학을 공유했던 매우 친한 친구일 뿐이다. 그 친구는 진정한 자유 운운하며 속박에서 벗어나 죽음을 마주하라며 번스에게 랜덤 살인을 강요하는데 번스는 친구의 강압에 저항하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친구를 내버려 둬 과다출혈로 죽게 만든다. 이 타이밍에 해리 엠브로스 형사가 등장하고 번스에게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고 위험 인물이라고 판단한 후 스토커처럼 추적한다. 번스는 친구의 망령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지르고 해리는 번스의 신뢰를 얻은 후 자백을 이끌어내 체포하지만 번스는 곧 증거 부족으로 풀려난다. 모든 걸 잃은 번스는 해리의 소중한 이들을 살해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외딴 오두막에서 만난 두 사람은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결투는 해리의 승리로 끝나지만 해리는 더 이상의 저항 의사가 없는 번스를 총으로 쏴 죽이고 새로 사귄 애인을 찾아가 슬픔을 호소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중2병 개똥철학 연쇄 살인마 이야기이다. 해리는 번스에게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고는 하는데 딱히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고 끝까지 밝혀지지도 않고 해리 역시 별로 하는 일이 없다. 막판엔 저항 의지도 없는 번스를 왜 총으로 쐈는지도 모르겠다. 퇴직도 얼마 안 남았다면서 애당초 왜 그렇게 번스에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시즌1,2에 이어 여전히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분위기는 근사하지만 여러모로 왜 저러는지 모르겠는 미스터리만 남긴 시즌이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오늘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일들이나 미처 답을 찾지 못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보통 새벽 2~3시쯤 잠이 들거나 밤을 새기도 하는데 어제는 11시쯤 확 자 버렸다. 어차피 밤늦게 허둥지둥 뭔가 시작해봤자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밤 잠 설치며 생각을 해 봤자 답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네 다 포기하고 눈을 감고 드러누워 버리자 예상 외로 순순히 잠이 들었고 나이 때문인지 새벽 3시쯤 눈이 번쩍 떠졌는데 뜬금없이 방 한 가득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재활용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 분리수거함에 잘 분류해서 버렸고 이왕 밖에 나온 김에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새벽 조깅이라도 하면 어떨까 해서 동네 한 바퀴를 달려보기로 했다. 큰 길로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져서 다시 집에 들어갈까 했지만 간만에 비도 좀 맞아보고 싶어서 계속 달렸는데 촉촉하고 시원하고 이상하게 상쾌해서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마스크를 안 쓰고 있어서였다.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마스크 없이 길거리를 달려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후론 처음이니 최소 반년쯤? 속이 다 시원했다. 3km쯤 달린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동네 한 바퀴를 달리고 왔더니 이렇게 저절로 글도 써진다. 이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