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이나영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이나영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9년 4월 6일 토요일

넷플릭스로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보고..




원빈 아내 이나영의 오랜만의 컴백작이어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바람이나 이상향을 꼼꼼하고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설정 북 같은 걸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16화까지 다 봤는데 요약하자면 이런 거다. 나는 아이가 있는 유부녀지만 하필이면 남편이 파렴치하고 이기적이고 못 생겼고 무능력하고 돈도 없고 나보다 나이도 많은 나쁜 놈인데 편리하게도 아이는 조기 유학을 떠나 있어서 초반에만 잠깐 나오다 말고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떠나는 바람에 한국엔 나 혼자여서 남편 대신 나를 지고지순 좋아해 주고 챙겨주는 잘 생기고 능력 있고 돈도 많고 오직 나만이 치유해줄 수 있는 독특한 트라우마를 가진 키가 180cm이상인 연하남이 이왕이면 냉미남 온미남 구색 갖춰 최소 둘 이상 있으면 좋겠고, 나는 독립적인 성격이라 바라지도 않는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둘이 나를 더 챙겨주겠다고 싸워주면 좋겠고, 나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연하남 소유의 인테리어가 근사한 그림 같은 2층 양옥집에서 연하남과 알콩달콩 동거를 하고 있으면 좋겠고, 더 이상 민폐 끼치기 싫어서 원룸이라도 얻어서 나가려고 하면 자길 떠나지 말라고 붙잡아 주면 좋겠고, 연하남에게 좋은 차가 있어서 나의 출퇴근을 챙겨주고 오밤중에라도 어디 갈 곳이 생기면 나 혼자 택시타고 갈 수도 있지만 굳이 데려다주겠다고 무리해서라도 따라나서 주고 가끔은 기분 전환 드라이브도 시켜주면 좋겠고, 연하남의 배려 덕분에 굳이 일은 안 해도 되지만 마냥 놀 수는 없으니 인테리어가 근사한 출판사 같은 곳에서 크리에이티브한 ‘기획’ 일을 하면 좋겠고, 처음엔 다들 나의 겉모습과 스펙만 보고 무시하지만 꾹 참고 캔디처럼 씩씩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끔은 부당하게 나의 공로도 빼앗겨가며 일하다가 사내 공모전 같은 곳에 별 기대 없이 익명으로 응모했는데 덜컥 일등을 차지하는 바람에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며 나를 무시했던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면 좋겠다! 극중 이나영은 정말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