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히가시노 게이고 후보가 여럿 있는데 지금으로선 야쿠마루 가쿠가 유력해 보인다. 2010년 데뷔 후 지금까지 총 16편을 출간했는데 집필 속도가 1년에 한 편 꼴이다. 어지간한 독자들의 연간 독서 속도보다 집필 속도가 빠른 것이다. 웹소설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속도가 가능한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기자 지망생이 주간지를 때려치운 후 기숙사가 딸린 공장에서 일하다 친구를 사귀는데 우연히 그가 어린 시절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지금까지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소년A’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사를 써서 언론에 팔까 말까 고민하는 이야기다. 기사를 쓰면 그토록 바라던 기자의 꿈을 이룰 수 있지만 차마 친구를 배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가독성이 좋다는 것이다. 일단 첫 페이지를 펴면 마치 잔치국수를 먹듯 마지막 페이지까지 반나절 안에 후루룩 읽힌다. 다른 점이라면 작품들이 비스무리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다채롭진 않다. 최근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제2의 히가시노 게이고 후보라고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에 비하면 집필 속도도 한참 느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데뷔해 2021년까지 대략 98권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