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를 보다 말다 보다 말다가..



러닝 타임 13분쯤에 걸작이라는 느낌이 왔다어떤 영화든 보통 그 정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오는데 이건 진짜 의심할 나위 없는 걸작이었다롱테이크와 카메라 좌우 패닝이 압권이었다그런데 문제가 있다영화가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집에서 노트북으로 논스톱으로 끝까지 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설상가상 거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1.0배속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더욱 미션 임파서블이다굳이 1.0배속으로 안 봐도 되겠다 싶은 건 재미에 따라 최소 1.3배속이나 3.3배속으로 보는데 이건 영화가 워낙에 느릿느릿하다보니 3.3배속으로 봐도 줄거리 이해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러닝 타임 13분쯤에 걸작이라는 확신이 들기까지 2분에 한 번꼴로 딴 짓을 했다넷플릭스 안에서만 시청중인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 대여섯 편이 넘다보니 툭하면 딴 작품으로 넘어갔다 돌아오길 반복했고 툭하면 새 창을 열어 유튜브에 뭐 올라왔나 체크했고 트위터에 네이버 뉴스까지 읽다보니 영화에 집중력을 올인 할 수가 없었다나의 넷플릭스 세계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연쇄 살인마들을 사냥 중이고 누군가는 역대 최악의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누군가는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조직을 운영 중이고 또 누군가는 입시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데 무슨 수로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평범한 가정집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그래도 거장의 걸작이라고 하니 웬만하면 올해 안에 엔드 크레딧을 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박스’를 보고..



넷플릭스는 사탄과 종말을 좋아하나보다사탄 3부작으로 작은 사탄’, ‘사탄의 베이비시터’,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가 있는데 버드박스’ 업데이트로 인해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 ‘종말의 끝에 이은 종말 3부작이 완성되었다다만 버드박스는 같은 넷플릭스의 익스팅션이나 종말의 끝보다는 얼마 전에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한 핏줄 영화 느낌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설정인데 버드박스는 그것을 보면 죽는다!”이다좀비와 종말 소재 영화는 이야기가 대충 다 거기서 거기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버드박스도 예외는 아니었다끝장난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몇몇 인간들이 모여 아웅다웅하고 있는데 세상을 끝장 낸 그것보다 더 혐오스러운 인간들이 나타나서 죽이려 달려드는 바람에 그들을 피해 어딘가로 떠나는 여정 등등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종말 소재 영화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여서 지루하긴 했다만 그나마 산드라 블록과 존 말코비치 덕분에 참고 볼 수 있었다넷플릭스 종말 3부작 중엔 최고였다.

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JTBC ‘SKY 캐슬’ 1~9화를 보고..



요즘 어지간하면 꼬박 꼬박 챙겨 보고 있는 한드가 ‘SKY 캐슬’,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복수가 돌아왔다’, ‘신과의 약속’, ‘나쁜형사’ 등등인데 이 중에서 가장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게 ‘SKY 캐슬이다자식을 서울 의대에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류층 부모 이야기라길래 하나도 안 궁금했었는데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걸 보고는 도대체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봤다처음엔 저렇게 아름답고 품위 있고 돈도 많은 여성들이 모든 걸 포기하고 고작 자식을 서울 의대에 보내겠다고 아웅다웅하는 모습들이 우스꽝스럽기만 해서 오래는 못 보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그들이 살고 있는 캐슬의 설정이 좀 과하다 싶긴 하지만 매 화를 밀도 있게 채우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강렬하고 중독성 있고 사람을 놀래는 맛이 있다매화마다 깜놀 씬이 있는데 9화에선 이태란 발차기 씬이 압권이었다하다하다 이제는 출생의 비밀 코드마저 참신하게 느껴질 지경이다솔직히 현재 스코어 가장 궁금한 게 출생의 비밀 쪽 이야기인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시청자인가보다암튼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의 베스트 한드 확정이다.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강형철, 도경수의 ‘스윙키즈’를 보고..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고 강형철 감독도 흥행 감독에서 거장으로 거듭날 때가 됐고 포스터랑 예고편도 느낌 있었고 원작 뮤지컬이 괜찮다는 얘기도 들었고 도경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NEW의 영화를 띄워보겠다는 기세도 범상치 않고 결정적으로 언론 시사 평들이 워낙에 호평 일색이라 당연히 천만 넘을 줄 알았는데막상 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애매하다이야기가 툭툭 끊기고 만듦새가 불균질 한 게 확실히 과속 스캔들처럼 쌈박한 웰메이드는 아니고 그렇다고 써니처럼 심금을 울리는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엔딩도 황당했다설마 이렇게 끝낼 줄은 몰랐다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대충 다 울리면 되겠거니 하고 후두룩 뚝딱 급 마무리 지은 느낌이었다메시지도 정교하지 못했다쓰다 만 논술 시험지를 읽는 기분이랄까? “퍽킹 이데올로기!”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그렇다고 탭댄스가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니까탭댄스 씬들은 최고였다아예 뮤지컬로 만드는 게 나았을 것 같다도경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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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일 일요일

tvN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 1회를 보고..



현빈과 박신혜 급의 탑스타가 나오는 메이저 블록버스터 한국 드라마에서 그간 웹소설에서나 봐 왔던 상태 창이 구현되고 그 안에서 레벨 업퀘스트 등의 단어를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네이버나 유튜브의 저예산 웹드라마에서 이런 게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현빈박신혜가 나오는 tvN드라마라면 얘기가 다르다놀라운 건 어설프지도 않다는 것이다얼마 전에 문피아의 역대급 인기 웹소설 탑매니지먼트가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나왔길래 원작 웹소설의 팬으로서 잔뜩 기대를 품고 봤다만 막상 보니 도대체 왜 하필이면 굳이 ‘탑매니지먼트를 드라마화 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속상할 뿐이었다유튜브 버전의 탑매니지먼트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다만 이렇게 되면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나 영화화 기획은 영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알함브라의 궁전도 탑매니지먼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혀 아니었다적어도 1회는 나쁘지 않았다아니 훌륭했다게임 장르 웹소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드라마에 도입했다는 느낌이다시장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이다도대체 작가가 누구시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종석한효주가 나온 ‘W’의 송재정 작가다웹툰 소재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웹소설에 도전한 것 같다지금까지는 성공적이고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넘 궁금하고 기대된다한편으론 이런 기획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먼저 성사됐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물론 이렇게 된 지 꽤 되긴 했다만 확실히 이제 문화의 최첨단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인 것 같다드라마에선 AR 증강 현실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보니 랭킹 1,2위가 국가부도의 날과 보헤미안 랩소디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째 과거만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아 뭔가 갑갑하고 안타깝다.


p.s. 넷플릭스로 봤다.
 

2018년 11월 18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베이츠 모텔’을 보고..


베라 파미가 때문에 봤고 현재 2시즌 달리는 중이다. 1시즌 초중반까지는 히치콕의 원작 영화를 능가하는 걸작일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귀엽지만 약간 미친 아줌마의 달콤 살벌 소동극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특히나 2시즌 넘어와서 부턴 그냥 시골 마을의 조그만 모텔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 같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이 종종 떠오를 정도다. 1시즌 초반의 기세는 많이 누그러졌고 톤앤매너도 변질 됐지만 그럼에도 계속 보고 있는 건 여전히 베라 파미가 때문이다. 치명적이고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비밀을 간직한 비운의 여주인공과 귀엽지만 약간 미친 아들 바보 엄마의 경계를 씬 단위로 넘나드는 걸 보고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하고 싶었던 걸 이 드라마에서 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원맨쇼(?) 급이다. 2시즌 초반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뮤지컬 오디션 씬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베라 파미가가 라라랜드보고 나도 저런 거 해 보고 싶다고 작가한테 주문해서 집어넣은 씬 같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보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베라 파미가의 외모가 훌륭하고 의상도 거의 시퀀스별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하나 같이 패션 화보처럼 근사하기 그지없다. 다 좋은데 5시즌까지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는 않다.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넷플릭스 최고의 사탄 소재 오리지널 영화 ‘작은 사탄’을 보고..

 
넷플릭스에서 사탄으로 검색하면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 ‘사탄의 베이비시터’, ‘작은 사탄이렇게 세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뜬다. 최근 세 편을 다 봤는데 사탄이 두려워 한 대장장이’ < ‘사탄의 베이비시터’ < ‘작은 사탄의 순으로 재밌었다.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는 중세풍의 음울한 배경과 단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성인동화스러운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너무 동화 같았고 사탄의 베이비시터는 베이비시터 누나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지만 그 매력 빼면 별 게 없었다. 둘 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유의 어딘지 허술하고 뭔가 빠진 감이 있었는데 작은 사탄은 달랐다. 개인적으론 고스트워이후 넷플릭스 최고의 오리지널 영화였다. 한 남자가 여섯 살짜리 아들 하나를 둔 매력 만점 이혼녀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들이 적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오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뻔한 이야기를 영리하게 비틀었고 틈만 나면 웃겼으며 막판엔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PC까지 놓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렇게 잘 만들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터커 & 데일 & 이블을 만든 엘리 크레이그 감독님이시다. 역시나였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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