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타임 13분쯤에 걸작이라는 느낌이 왔다. 어떤 영화든 보통 그 정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오는데 이건 진짜 의심할 나위 없는 걸작이었다. 롱테이크와 카메라 좌우 패닝이 압권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영화가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집에서 노트북으로 논스톱으로 끝까지 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거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1.0배속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더욱 미션 임파서블이다. 굳이 1.0배속으로 안 봐도 되겠다 싶은 건 재미에 따라 최소 1.3배속이나 3.3배속으로 보는데 이건 영화가 워낙에 느릿느릿하다보니 3.3배속으로 봐도 줄거리 이해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러닝 타임 13분쯤에 걸작이라는 확신이 들기까지 2분에 한 번꼴로 딴 짓을 했다. 넷플릭스 안에서만 시청중인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 대여섯 편이 넘다보니 툭하면 딴 작품으로 넘어갔다 돌아오길 반복했고 툭하면 새 창을 열어 유튜브에 뭐 올라왔나 체크했고 트위터에 네이버 뉴스까지 읽다보니 영화에 집중력을 올인 할 수가 없었다. 나의 넷플릭스 세계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연쇄 살인마들을 사냥 중이고 누군가는 역대 최악의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누군가는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조직을 운영 중이고 또 누군가는 입시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데 무슨 수로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평범한 가정집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거장의 걸작이라고 하니 웬만하면 올해 안에 엔드 크레딧을 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