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6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4부작 드라마 '인사이드 맨(inside man)'을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짜증난 적이 있었던가? 이야기 전개 방식이 엄청 짜증나는 스타일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냥 평화롭게 멍 때리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툭치며 다가오더니 ! 아무개야~ 있잖아~ 그거 아는 지 모르겠는데~”면서 은근슬쩍 뜸을 들이며 말을 꺼내다가 내가 관심을 보이면 아니다. 됐다. 나중에 얘기해줄게.”면서 이야기를 끝내는 식이다

교도소에 감금된 사형수가 외부의 사건을 의뢰받아 해결해준다는 듣도 보도 못한 설정이 흥미로워서 봤는데 1회보다가 확 짜증이 밀려와서 하차하려고 했으나 그나마 전체가 4회밖에 안 되는 리미티드 시리즈여서 그냥 꾹 참고 봤는데 막상 다 보고 나니 그래도 뜸을 들일 만한 이야기였고 막판 엔딩의 반전(?)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의 탁월함이 있어서 용서가 됐다.

하지만 4부 내내 보는 이에게 쉴 틈 없이 고구마를 먹여대고 시청자의 지능을 테스트하고 우롱하는 기분이 들어 어지간한 인내심과 이해력 그리고 지적 호기심이 없으면 완주가 힘들 것 같다.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후지tv 일드 '사일런트' 2회를 보고..




1회를 보고 2회가 웨이브에 올라오길 기다리는 일주일 내내 1회가 너무 훌륭해서 반갑고 감사하면서도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기로 큰 마음 먹고 결정했는데 2화가 허접하면 또 다시 마음 두고 따라갈 드라마를 무한 검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찾다 보면 언젠간 나오긴 하겠지만 1회 만에 눈시울을 붉어지는 ‘러브레터’같은 드라마는 찾으려 한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어서 2회가 제발 실망스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러브레터’는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2시간으로 끝나는 영화다. ‘사일런트’는 최소 10부작 이상의 드라마인데다 주인공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만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나서 지지고 볶아야 하므로 ‘러브레터’같은 전개는 2회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작가는 과연 무슨 이야기로 10회를 끌고 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1회의 명장면을 반복 시청하고 유튜브에서 ‘러브레터’ 명장면도 간만에 찾아보며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2회를 봤는데 아니 이게 왠 걸?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완벽한 기우였다. 1회가 ‘러브레터’였다면 2회는 ‘롱베케이션’이라고나 할까?

2회 중후반쯤 남녀 주인공이 차분히 카페에서 만나 8년 전의 오해를 정리하고 폭풍 오열로 감정을 정리하더니 엔딩 직전에 드라마가 갑자기 ‘롱베케이션’으로 바뀌어 버리는 게 아닌가. 90년대 일본 영화계의 어떤 정점에 ‘러브레터’가 있다면 일드엔 ‘롱베케이션’이 있다. 1회엔 ‘러브레터’ 2회엔 ‘롱베케이션’의 원투펀치를 연이어 맞고 나니 다음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올 겨울은 ‘사일런트’와 함께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93년 생이던데 불과 2회 만에 90년대 걸작 일영과 일드를 소환해 재해석과 변주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대성하겠다.

관련 포스팅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일드 '사일런트' 1회를 보고..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추천 링크를 따라 들어가 아무런 기대 없이 예고편을 보고 있는데 착하게 생긴 여주인공이 전철에서 내리는 어떤 애매하게 잘 생긴 남자를 향해 아련함과 그리움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사쿠라군!” 할 때 느낌이 왔다. 

바로 이거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겠구나! 어쩌면 헤어나올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나.. 본편에 대한 기대감이 급상승함과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한 번 예고편을 찬찬히 훑어 봤는데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영상 몇 컷만 보고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다. 그래서 바로 본편을 찾아 보려고 했는데 몇 주 뒤에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알고는 달력에 첫 방송 날짜를 체크해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방금 전에 1회를 봤는데 역시나!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내 예상이 적중했다.

‘러브레터’의 드라마 버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니 감독 또는 작가가 이와이 슌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드라마가 총체적으로 ‘러브레터’스러운 거다. 만약 이와이 슌지의 신작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궁금해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이와이 슌지의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가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고 영화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와이 슌지 키드였던 것이다.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것. 일드만이 할 수 있는 걸 이 정도로 잘 해 낼 수 있는 작가가 나왔다니 일드의 미래가 갑자기 밝게 느껴진다.

비교의 대상일 순 없지만 어쩌면 연인의 죽음보다 더 안타깝고 슬픈 건 이유를 알 수 없거나 납득할 수 없는 이별 통보일 것이다. 죽은 연인은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린 연인(?)에 대한 감정은 그보단 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연인으로부터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 받고는 오랜 시간 힘들어했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이제 그를 다시 만나면 잘 지냈냐고 반갑게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는 여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그와 재회하면서 1부가 끝난다. 드라마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심지어 1회만에!

아주 오래 전 영화과 1학년 겨울에 ‘러브레터’를 보고 난 이후 수천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봤지만 아직도 ‘러브레터’를 잊지 못하고 있고 언젠가 ‘러브레터’같지만 ‘러브레터’보다 더 ‘러브레터’스러운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 하면 바로 이 작품이 그 작품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어떤 의미에선 내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일드지만 언젠가부터 힘이 빠져버려 포기해버리려고 한 적도 많았으나 포기하지 않길 잘 했다.




2022년 10월 16일 일요일

김혜수 주연의 tvN ‘슈룹’ 첫방을 보고..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렸다!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라는 로그라인만 봐도 고증 따윈 신경쓰지 않았다는 있다.

언젠가부터백마탄 왕자님과의 결혼보다는명문대 다니는 자식에게 올리는 여주인공이 많아진 보면 한드 평균 시청 연령층이 확실히 2~30대에서 4~50대로 올라간 하다.

전작하이에나에서 일과연하남과의 사랑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김혜수가 이번엔 아들 다섯! 엄마이자 왕의 아내로 나온다. 시어머니와는 견원지간이지만 다행히 세자인 장남이 해주고 있어 죽지 않고 살고 있지만 아들들이 장남 빼곤 사고뭉치고 간택 후궁 수장인 옥자연의 기세가 범상치 않고 설상가상 어리고 예쁜 후궁이 나날이 늘어가 심기가 불편하다. 그러던 어느 , 김혜수 권력의 원천인 세자가 지병 악화로 병상에 드러눕자 평소 김혜수를 못마땅히 여기던 시어머니가 김혜수를 후궁들과 동급으로 강등시키려 한다.

김혜수는 궁중 생존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비밀리에 폐비 윤씨를 찾아간다. 궁중 생존에 실패한 이에게 무슨 얘기를 듣겠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김혜수 연기가 재밌어서 2회까진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올드피플(OLD PEOPLE)'을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어지간하면 믿고 거르는 편인데노인들이 갑자기 살인행각을 벌인다 설정이 황동혁 감독의젊은 이들이 노인 부양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 사회에서 노인들을 제거하려 하는 노인 사냥이야기인 ‘K.O.Club’이나 일명실버배틀이라고 노인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사회에 부담이 되자지정된 지구 내의 70 이상의 노인들끼리 30 동안 서로 죽이도록 해서, 살아남은 사람에게만 천수를 다할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츠츠이 야스타카의인구조절구역이랑 비슷한 맥락인 같아서 혹시나 뭔가 다른 게 있나 하고 봤지만 역시나였다.

영화가 설정만 있다.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노인 요양원에 거주 중인 아니 방치 중인 노인들이 갑자기 요양원을 탈출해 인근 마을의 젊은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며 시작하는데 막판엔 노인들 명이 뜬금없이 개과천선하더니 다른 노인의 살인 행각을 막고 자기가 살려낸 젊은 이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며 끝난다

노인들의 범행 동기는 딱히 없고 영화 속엔 단지너희들도 언젠간 늙으니 노인에게 해라 무슨 속의 구절 같은 것만 보여지는데 이것만으로 영화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바보 같고 얄팍하지만 특이한 구석은 있는 전형적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다. 이야기가 깊고 풍부해지려면 모름지기 숙성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빠른 시간 안에 많이 싸게 만들어야 하면 어쩔 없는 같다.



2022년 10월 2일 일요일

션 베이커의 레드로켓(red rocket)을 보고..








버팔로66’플로리다 프로젝트팬인데 때는 미남 축에 들었을 법하고 지금도 관리만 좀 해 주면 나쁘지 않을 듯한 중년 남자가 버스에서 졸고 있는 장면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다. 한동안 인생 영화라고 없었는데 이거라면 인생 영화가 수도 있겠다는 감이 왔다. 적어도 2시간 정도는 빠져서 있을 했다

주인공은 LA에서 활동하던 17년차 포르노 배우인데 하는 일마다 꼬여 결국엔 모든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오래 전부터 별거 중인 아내의 작고 허름한 집으로 버스를 타고 온다. 고향이기도  텍사스의 허름하고 황량한 동네에서 직업을 구하고 성실하게 살아보려는데 포르노 배우 경력 탓에 구직에 실패하고 있는 일이라곤 대마초 장사 뿐이다.

그래도 수완은 좋아 그럭저럭 대마초를 팔며 살아가던 도너츠 가게에서 10대지만 미성년자는 아닌 여자 아르바이트생과 눈이 맞는데 그녀의 잠재력(?) 높이 평가해 LA 데려가 포르노 배우로 데뷔시켜 본인도 화려하게 재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이번에도 역시 하는 일마다 꼬여 모든 잃고 아내의 집에서도 쫓겨나 길바닥에 나앉는다

버팔로66’ 스핀오프나 후속편 같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의 근처 모텔엔플로리다 프로젝트 꼬마들이 무지개를 쫓아다니며 놀고 있을 같았다. 인생 영화 합격!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