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8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인드헌터’ 시즌2를 보고.. (스포주의)


작년 이맘 때 쯤 시즌1을 논스톱으로 정주행 완주 후 1년을 기다렸고 엊그제 금요일에 시즌2가 업데이트 된 거 확인하자마자 주말 내내 밤잠을 줄여가며 정주행했고 방금 완주했다. 훌륭하다. 역시 데이빗 핀처 + 넷플릭스다.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도 역대급 걸작이었다. 진짜 내가 이래서 넷플릭스를 못 끊는다. 넷플릭스는 ‘마인드헌터’를 탄생시킨 것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 다만 시즌1에 비해 일반적인 수사물에 가까워져 ‘마인트헌터’만의 독특함은 약해져서 아쉬웠지만 –‘조디악’의 드라마 버전이랄까?- 이 정도 웰메이드면 뭘 해도 용서할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가 다음 시즌에도 수사물 쪽이라면 웬디 카 박사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사실상 이번 시즌에서 웬디 카는 조단역에 가까웠고 없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BTK의 분량이다. 시즌1에서는 존재감만 어필했으니 이번 시즌에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존재감만 어필하더라. 그래도 검거되진 않았으니 시즌3을 기다릴 수 있어서 넘 행복하다.

2019년 8월 11일 일요일

넷플릭스로 '드림보트(Dream Boat)'를 보고..



다양한 콘셉트의 크루즈 여행 상품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직 게이만 탑승 할 수 있는 크루즈 여행 상품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전 세계의 게이(대부분 크고 건장한 백인)이 크루즈 선에 모여 매일 밤마다 새로운 주제로 파티를 열고 섹시 댄스를 추고 새 친구를 사귀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포옹하고 핥고 응응하고 다음 날 아침이면 쓰고 난 콘돔들이 텅 빈 갑판 위를 굴러다닌다. 파티를 즐기는 게이 승객들의 노출 수위가 심하게 적나라하다. 그들이 전문 배우는 아닐 텐데 아무리 분장을 찐하게 했다고 한들 촬영 허가를 어떻게 받았는지 궁금하다

역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가 아니었음 이런 다큐를 어디서 봤을지 모르겠다. 다큐는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화려한 파티 이면에 숨겨져 있는 승객 개개인의 정체성, 차별, 에이즈 등등의 다양한 고민들을 다루는데 뭐니 뭐니 해도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늙고 추해지는 게 싫고 외모로만 평가 받는 게 싫고 마지막으로 젊은 게이들이 따를 만한 늙은 게이의 롤 모델이 없다는 것 등이다. 알겠는데 동양 남자 시청자로선 크루즈 선에 동양 남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동양 남자는 이 시장(?)에서도 인기가 없는 걸까?

2019년 8월 10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를 보고..




내가 볼 땐 넷플릭스의 아시아 진출의 진정한 수혜국은 일본이다. 현재 스코어까지만 봤을 때 한국 드라마 업계가 딱히 넷플릭스 덕을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당장 오리지널로 서비스 되고 있는 애니메이션만 봐도 수십 편이 넘는다. 얼마 전에 업로드 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비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만 다루었지만)에 관한 다큐인 ‘Enter The Anime’만 봐도 넷플릭스에서 얼마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갈로파고스적인 매력이 넷플릭스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일본 콘텐츠 업계의 에이스는 애니메이션 만이 아니다. 포르노다.

일본 영화는 존재감이 없고 드라마는 고인물이지만 애니메이션과 포르노는 다르다. 둘 다 일본 콘텐츠 업계의 원투펀치인 건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디즈니의 대항마를 키워야 하는 넷플릭스로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포르노까지 끌어들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라니시는 포르노 업계의 거장이라기 보다는 화제성으로 유명한 감독인데 그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역시 넷플릭스다. 

심지어 쓸데없이 고퀄이다. 탑스타와 훌륭한 여배우들이 총출동했고 노출과 베드씬도 아주 거리낌이 없다. 확실하진 않지만 실제 현역 포르노 배우까지 출연한 듯하다. 일본 포르노 업계의 자존심을 걸고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다. 그리고 걸작이 탄생했다. 무라니시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루즈해지려는 중반쯤 구로키 역의 모리타 미사토가 영혼을 담은 인생 연기로 드라마를 살려냈다. 최근 몇 년간 본 일드 일영 통틀어 이 정도 상업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은 기억에 없다.

내가 이래서 넷플릭스를 못 끊는다.

2019년 8월 1일 목요일

죄인(the sinner) 시즌1



넷플릭스 오리지널 죄인시즌1. 이렇게 슬픈 이야기인 줄 몰랐다.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벌건 대낮에 사람들이 다 보는 호숫가 공원에서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남자를 칼로 7번인가 찔러서 살해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에겐 정말 슬픈 사연이 있었다. 범인이 아니라 그녀의 범행 동기를 알아내는 게 이 드라마의 목적이고 범행 동기를 알아내려면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특정 기간의 과거를 밝혀야 하는데 이 추리 과정에 살짝 무리가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전반적으로 납득이 가는 훌륭한 추리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진짜로 나쁜 놈인지를 생각해보면 딱히 답이 없다. 다들 이유가 있고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약점이 없는 드라마는 아니다. 여자의 기억이 마치 전자제품 켜고 끄듯 떠올랐다 망각된다.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조건반사처럼 작동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건 호숫가에서 벌어진 첫 살인 사건이다. 그 때 그 현장에서 들었던 음악과 똑같은 음악을 들었다고 조건반사처럼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죽이게 될 것 같진 않다.

2019년 7월 27일 토요일

죄인, 기묘한 이야기


죄인을 보고 있다. 3회쯤 봤을 때였나? 시즌1을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시즌2를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다시 시즌1부터 보고 있다. 검색을 해 보니 시즌1과 시즌2는 별개의 이야기여서 시즌2부터 봐도 큰 상관이 없을 듯 하고 이제 막 수상쩍은 소규모 공동체의 비밀이 드러나려는 타이밍이어서 다음 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시즌1이 있는데 시즌2부터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즌1을 먼저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어딘가 있을 것이다. 시즌1 초반부는 시즌2의 초반부보다 선정적이다. 특히나 제시카 비엘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이 인상적이었는데 알고 보니 본인이 제작까지 맡았다. 그걸 알고 보니 드라마를 반드시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제시카 비엘의 각오가 전해졌다. ‘기묘한 이야기시즌3는 보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3회를 못 넘어가고 있다. 시즌 내내 그 때 그 시절 쇼핑몰에 대한 묘사를 매우 공들여서 하고 있는데 그 공간에 대한 추억이 없다보니 별 감흥이 없다. 여자애가 코피 흘리며 초능력 쓰는 것도 식상하다. 반드시 끝을 보겠다고 작정하지 않는 이상 시즌3는 완주하기 어려울 것 같다.


2019년 7월 9일 화요일

마음 붙일 시리즈가 없다


베터 콜 사울시즌4까지 완주 이후 한동안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는데 1회 완주조차 어려웠다. 그간 수없이 많은 시리즈를 시작하다 말았는데 언뜻 생각나는 것들만 모아도 다음과 같다. ‘원헌드레드’, ‘데드맨 원더랜드’, ‘어서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하이스쿨 dxd’, ‘미래일기’, ‘보좌관’, ‘오버로드’, ‘알타마르 선상의 살인자’, ‘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기묘한 이야기 시즌3’ 등등. 구독료가 아까워서 억지로라도 하루에 한 편씩은 보려고 하는데 바로 이거다 싶은 게 없다. ‘원헌드레드는 최근에 그럭저럭 완주한 ‘7SEEDS’랑 비슷해 보여 안심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캐릭터 구도나 전개방식이 기존의 미드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다음 회가 궁금하지 않았다. ‘알타마르 선상의 살인자는 대형 유람선이라는 배경만 참신하지 대충 알 것 같은 이야기에 전개가 느려 지루했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3’는 잔뜩 기대를 품고 봤지만 적어도 1회까지는 묘하게 김빠진 콜라 느낌이다. 마음 붙일 시리즈가 없어 허하다.

2019년 7월 6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세븐시즈’(7seeds) 시즌1을 보고..


한 소녀가 눈을 떠 보니 바다 한 복판의 배 안이고 배는 폭풍우로 침몰 직전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고무보트로 탈출해서 가까운 섬으로 갔다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고 보니 지구는 운석에 충돌해서 바다에 잠겼고 각 나라 별로 운석 충돌 직전에 7SEEDS라는 프로젝트를 발동해 인류의 '씨앗'을 남겼는데 그게 바로 소녀를 포함한 생존자들이다. 처음에 배 안에서 눈을 뜬 소녀가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인물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매우 자세히 다뤄주다 보니 등장인물 거의 전원이 주인공인 셈이라 작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야기가 영원히 안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작 만화가 있는데 무려 16년을 연재했다고 한다. 역시나다. 시즌1은 ‘생존게임’으로 시작해서 ‘배틀로얄’ 비스무리한 분위기로 끝난다. ‘배틀로얄’을 작정하고 길게 만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만화체는 순정만화스러우면서 은근히 허접하고 톤 앤 매너나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라는 점이 묘하게 언밸런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