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무인도고 과거의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과 똑같은 복장을 한 남녀가 7~8명 정도 있다. 그들도 과거의 기억이 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생존 본능만이 그들 사이의 공통점이다. 무인도에 혈기왕성한 청춘남녀들이 모여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갈등이 생기고 살인사건도 벌어진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무인도의 풍광이 근사하고 남녀 배우들도 매력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주인공의 건강미가 예술이었다.
문제는 구성원들 간의 격투 끝에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잃은 여주인공이 정신을 차려보니 근 미래의 텍사스 교도소 안의 실험실이고 이 모든 난리가 사실은 ‘통속의 뇌’류의 거창한 실험이라는 것이다. ‘로스트’ + ‘매트릭스’라고나 할까? 너무 식상해서 김이 확 샜다. 알고 보니 무인도의 청춘남녀들은 모두 사형수고 개선의 가능성을 테스트 중인데 교도소장은 이 테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방해를 하려 하고 어쩌구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후 전개 역시 대부분 뻔하고 식상했는데 그래도 볼 만 했던 건 캐릭터들의 과거 사연이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그중 텍사스 여자의 사연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모두들 과거의 기억이 하나 둘 씩 떠오르고 그 와중에 여주인공의 무죄가 밝혀지지만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막판 반전의 한 방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