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6일 목요일

BBC America의 ‘킬링 이브(killing eve)’ 시즌1, 2를 보고..



끝내준다. 영국의 첩보원이 킬러 오타쿠인데 자신이 오랜 시간 추적해온 킬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찐한 우정 또는 금기된 사랑 비스무리한 관계로 발전한다는 이야기이다. 비주얼, 음악, 액션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지만 무엇보다 캐스팅이 예술이다

첩보원 역의 산드라 오야 두 말 할 필요 없고 킬러 역의 조디 코머가 압권이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타났는지 신기할 정도로 킬러 역을 창조적으로 소화해냈다. 피오나 쇼우도 마찬가지. 드라마와 영화의 위상이 엎치락뒤치락 된 지 오래지만 이런 걸 보면 요즘엔 드라마가 이긴 것 같다. 요 몇 년 간 킬러와 첩보원이 나오는 영화 중 이보다 세련되고 쿨하고 흥미진진한 게 있었던가? 아마 10년 전이었음 킬링 이브는 드라마가 아니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 드라마 자체도 시즌당 8부작으로 긴 편이 아니고 원작 소설 자체도 이야기 거리로 봐선 미니 시리즈에 적합하다고는 볼 수 없어 어쩜 영화가 정답이었을 수도 있다

다 좋은데 아쉬운 건 시즌21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막판엔 킬러A를 잡기 위해 킬러B의 도움을 받는다는 클리쉐까지 동원될 정도로 이야기가 꾸역꾸역 억지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 우린 티백 같다고나 할까? 시즌3이 나온다는데 시즌1의 임팩트를 능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원작 소설도 봤는데 드라마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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