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0일 목요일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마지막 업무일지

 


퇴사했다.


퇴사 전 마지막 인사를 위해 오랜만에 사무실에 나가 그동안 정들었던 동료 직원들과 대표님을 만났다. 누구는 퇴사한다고 발표하면 상사가 발목을 붙잡고 사표를 수리해주지도 않고 면담에 면담을 거듭하느라 지치고 마음도 복잡해진다는데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표를 내지 않아도 알아서 퇴사 처리가 되서 마음은 편했다.


출근(?)하자마자 내 옛날 책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개인짐을 챙긴 후 캐비넷에 랜덤으로 쌓여있던 시나리오와 서류들을 정리했다. 내가 떠나면 누군가의 업무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편친 않았다. 모든 걸 정리하고 사무실에 있던 동료들에게 퇴사 인사를 했다. 다들 힘들고 지친 상태라 누가 누굴 위로하고 배웅해줄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떠나는 사람에게 섭섭하다고 말해주는게 이렇게 고마울 줄은 퇴사해보기 전엔 몰랐었다.


섭섭하다고 말해줄 뿐만 아니라 사무실로 음식들을 배달시켜 조촐하게 송별회도 열어줬는데 맛있게 먹는 척 하느라 목이 메일 뻔했다. 나를 위한 송별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동료들이 배달시켜준 음식을 먹으며 지난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보니 역시 중요한건 마음 하나 뿐이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삼겹살이면 어떻고 중국 요리면 어떠리. 진심이 담긴 떡볶이 하나면 충분하다. 동료 직원들과의 조촐한 송별회를 마치고 대표방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생각해보니 대표와 5분 이상 이야기를 해본 건 면접 때 이후 처음이었다. 첫 면접 때도 5분을 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나마 5분도 안되는 시간 내내 이력서를 개인 블로그 포스팅처럼쓰는 건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꾸중만 들었기 때문에 대화다운 대화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대표님은 팀장에게 무슨 통보를 받았는지 물어보았고 나는 들은 대로 대답했다. 대표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동안 운영해 온 식으로 기획팀을 돌리는 건 효율적이지 못한 거 같아서 결단을 내렸다며 회사는 그만두더라도 좋은 기획 있으면 언제든지 들고 오라고 했다. 한국 영화계가 불황이고 회사도 어렵긴 하지만 앞으로 다른 회사를 알아보든 프리랜서로 뛰든 영화판에서 살아남으려면 독한 마음 먹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뛰어야 된다며 나이도 나이인 만큼 몇 년 안에 뭔가 세상에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는 영화하기 힘들 거라는 걱정도 해 주셨다. 예상대로 밀린 월급과 퇴직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격려와 조언에 감사드리며 남자답게 악수 한번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방에서 나왔다. 회사가 어려운건 어려운건데 자기 사업체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보려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팀장은 일이 있어서 얼굴을 볼 순 없었고 넘버투가 대표방에 들어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동안 복도에 서서 동료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시는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들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넘버투가 대표방에서 나오자마자 우리는 각자 짐을 챙겨 회사에서 나왔고 동료 직원들은 입구까지 나와 떠나는 우리들을 배웅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에게서 우리도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지 모르는 처지에 먼저 떠나는 직원 송별회를 열어주고 배웅까지 하는게 웃긴거 같다는 말이 나왔다. 정작 자기들 배웅해 줄 사람은 없을 거라는 개그가 인상깊었다.


넘버투와 회사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각자 대표와의 마지막 면담 내용에 대해 모니터를 했다. 모니터를 마치고 실업급여 수령 절차에 대해 조언까지 듣고 식당에서 나왔는데 아직도 밖은 훤한 대낮이었다. 밤이거나 깜깜했으면 술이라도 한잔 마셨을텐데 벌건 대낮이고 딱히 더 할 말도 없고 앞으로 안 볼 사이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대낮에 여러 명과 한꺼번에 이별을 하고 이제는 더 이상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가 오기 전에 나 하나 떠나도 아무 지장이 없을 이 거리를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으로서는 다시는 올 일이 없을 거라는 감회에 젖어 쭉 한번 둘러보았다. 비록 지금은 불명예 퇴장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나의 꿈을 좌절시켰던 이 거리에 얼마 남지 않은 젊음과 열정으로 시드 머니를 마련해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게임에선 다 털리고 오링나서 빈손으로 집에 가지만 다음 게임에는 꼭 이겨서 살아남고 싶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동안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비공식 업무일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공식 업무일지를 망해가는 영화사에서 알아서 퇴사해버리는 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았는데 세상 일이 내 맘 같지가 않군요. 뭔가 드라마틱한 엔딩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하게 됐습니다.


영화사 기획팀에 처음 입사할 때 만해도 내 마음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일을 추진하며 현실과 부딪히다 보니 닳고 닳기 시작하며 타성에 젖더군요. 이건 영화사의 문제가 아니고 순전히 저 자신의 문제였습니다. 현실과 꿈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아무런 대안 없이 일을 하려다보니 주변 사람들과 상처만 주고 받으며 제대로 되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대표한테 보여줬다가 혼난 이력서가 바로 그동안 영화일을 하며 겪었던 적나라한 실패의 리포트였는데 의도치 않게 또 다시 실패의 리포트를 작성해버렸군요. 부끄럽게도 제대로 해 놓은 일도 없는 주제에 실패의 리포트만 거의 책 한권 분량입니다. 실패의 리포트를 작성하는 그 순간 실패를 패배시킬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의지와 새 비전이 창출된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올해도 드디어 12월이 되었습니다.

즐거운 연말 되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덧글

  •  다크엘 2007/12/03 21:04 # 답글

    애드맨님도 힘내시고..부디 즐거운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  맑음뒤흐림 2007/12/03 21:05 # 답글

    시즌2에는 좋은 일이 생기겠죠. 희망은 언제나 옆에 있지 않습니까. 힘내세요!
  •  numa 2007/12/03 21:05 # 답글

    아...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애환과 위트가 담긴 애드맨 님 글 읽는 재미로 이글루 들어왔었는데...ㅜㅠ
    앞으로 좋은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수고하셨어요...
  •  Labyrins 2007/12/03 21:07 # 답글

    비공식 업무일지 시리즈가 이렇게 막을 내리는군요.
    기분 착잡하시겠습니다...
    힘내시고, 더 좋은 일 생기길 빌어봅니다.

    PS.비공식 업무일지 끝이라고 포스팅도 끝이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  DarthSage 2007/12/03 21:07 # 답글

    슬픈 자서전 하나 읽은 느낌입니다. 뒷맛이 씁쓸한건 인생의 맛일까요 :(
    힘내시고 앞으로 하시는 일 잘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글이라도 애드맨님 글을 계속 읽고 싶네요 :)
  •  이방인 2007/12/03 21:13 # 답글

    떠나지마세요.
  •  레이린 2007/12/03 21:19 # 삭제 답글

    저는 영화쪽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애드맨님의 글에서 제가 현재 격는 비애와 비슷한 점들을
    많이 보게되어 동병상련을 느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애드맨님만은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만...
    늘 오늘 같지는 않겠지요. 힘 내시리라 믿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  그때그녀언 2007/12/03 21:19 # 삭제 답글

    그래 떠나진 마라.
  •  2007/12/03 21: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7/12/03 21:3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정시퇴근 2007/12/03 21:44 # 답글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다른 시리즈의 포스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__) (^^)
  •  알렉스 2007/12/03 21:58 # 삭제 답글

    당신을 응원합니다
  •  Azreal 2007/12/03 22:42 # 답글

    수고하셨어요. 다음에는 꼭 잘나가는 영화사 직원의 신나는 업무일지라는 제목으로 다시 포스팅하길 진심으로 바래요. :D
  •  마리 2007/12/03 23:25 # 답글

    그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연찮게 검색어로 찾아들어왔던 이 곳에서 님의 글에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추억하면서 지냈습니다. 님께는 죄송하게도 님의 블로그가 저에게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가운데 하나였네요.

    몇 번이나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영화계를 기웃거리고(영화잡지사, 영화 dvd출시사, 영화학과 대학원 기타등등) 결국은 바닥이 다 드러나 그 세계를 떠난 경험이 있기에 님의 글들에 참 마음이 많이 찡했다는 것... 믿어주시겠지요?

    전에 말씀하셨듯이 이대로 헤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애드맨팬 2007/12/03 23:40 # 삭제 답글

    이젠 대표한테 보여줬다가 혼났다는 이력서를 연재해주세요 ^^
  •  이적 2007/12/03 23:46 # 답글

    힘내세요:)
  •  soPHIe 2007/12/04 00:38 # 답글

    안녕하세요.
    어쩌다 흘러들어와서는 열심히 읽은지 얼마 안됐는데 이런 비보(?)를 접해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리퍼러에 남겨주신 흔적이 있어서 반갑기도하고, 암튼 자수합니다. 한 일주 그냥 스토킹만 했다는 것을요 ;p
    이상한 믿음일런지는 모르나 위로랍시고하니까 그저 예쁘게 보아주세요.
    비교적 운 나쁜 일이 한번 있었으니 앞으로 좋은 일 하나가 반짝 나타날겁니다.
    힘내세요 애드맨님
  •  마력덩어리 2007/12/04 00:38 # 답글

    예전 망해가는 XX팀에 있다가, 그만 둔 적이 있는데... 그 시각 새벽 5시였지요. 그 때 함께 그만둔 사람들과 첫차가 다니기를 기다리며 소주한잔 진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 지나면 추억이 되겠지요. 언제나 새로운 시작인것 같습니다.아! 하지만 그 XX팀은 아직도 망하지 않고 존재한답니다. 여전히 망해가는 XX팀일런진 몰라도요. 정기적으로 유일하게 와보는 블로그였는데, 망해가는 영화사 업무일지 없는 내일은 아쉽군요. 많은 이야기들 고맙습니다.
  •  피쯔 2007/12/04 00:39 # 답글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하시는 일 잘 되시고...계속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  ArborDay 2007/12/04 01:00 # 답글

    수많은 실패가 한번의 성공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추운 겨울 몸조리 잘 하시길.
  •  2007/12/04 01: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7/12/04 01:2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7/12/04 01: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심리 2007/12/04 01:44 # 답글

    저도 그동안 업무일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고 아쉽습니다. 현실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핸드폰 빌려달라는 여인에 대한 글을 읽느라 이오공감에서 들어와서 결국 업무일지를 다 찾아읽게 되었습니다. 진솔해서 좋았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고요.

    앞으로 <흥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업무일지>를 읽게 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애드맨님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  wawany 2007/12/04 02:19 # 답글

    가슴 시큰한 업무일지 잘 보았습니다. 부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  슈지 2007/12/04 02:41 # 답글

    고생하셨습니다...다음 포스팅은 희망적이길 빌어 봅니다.
  •  야작 2007/12/04 02:54 # 답글

    영화쪽 관련일을 잠시했어서 그런지 더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세요~! 애드맨님~!
  •  핀치히터 2007/12/04 03:14 # 답글

    ㅠㅠ 이렇게 끝이 나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하치 2007/12/04 03:28 # 답글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이글루는 계속 하시는거죠? 그러셨음 좋겠어요 ㅜㅜ
  •  핑크로봇 2007/12/04 03:59 # 답글

    시즌2 기다릴께요. 아.. 물론 '망해가는... '이 아닌 '잘 나가는...'이겠지요. ^^;
  •  ㅎ훈이 2007/12/04 04:13 # 답글

    제가 이글루에 들어오는 이유의 절반은 애드맨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랍니다 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힘내세요^^
  •  tommi 2007/12/04 04:19 # 답글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할게요. 화이팅!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7/12/04 07:24 # 답글

    리퍼러 통계타고 처음 여기 와봤습니다 또 뵐수있길 희망합니다.
  •  구라왕국 2007/12/04 07:36 # 답글

    감사합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키죠 2007/12/04 08:38 # 답글

    멋진 스토리의 시즌2를 기다리겠습니다.
  •  dARTH jADE 2007/12/04 08:47 # 답글

    애드맨 님도 즐거운 연말 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대박나는 시즌2로 다시 뵐께요.
  •  난나 2007/12/04 09:05 # 답글

    새로운 시즌의 좋은 이야기를 기대할께요.
    힘내십시오.
  •  아아... 2007/12/04 09:18 # 삭제 답글

    아침부터 슬픈 소식이군요.
    11월 중순부터 재밌게 잘 읽고 있었는데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아쉽습니다.
    일하다가 한번씩 열어보던 주황색 블로그가 유일한 낙이었다구요...
    그래도 기다릴께요...ㅜㅜ
  •  냐암 2007/12/04 09:33 # 답글

    고생하셨습니다. 2파전엔 꼭 성공하시길.
  •  오사쯔 2007/12/04 09:57 # 삭제 답글


    그럼...
    이제, 또다른 시작이네요..
    많은 분들 처럼 시즌2를 기대합니다!
  •  감전조심 2007/12/04 10:16 # 삭제 답글

    몇 달간 잘 읽었습니다. 예전에 직장 때문에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신이문역 근처 반지하방에서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영화 기획을 전공하는 형과 같이 살았었는데, 그 형도 졸업하고 나서 영화기획사에 잠깐 있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거든요. 글 읽으면서 그 형이 무척 생각나더군요.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멀리서 나마 응원드리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  Dr.Dapper 2007/12/04 11:01 # 삭제 답글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좋은 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2007/12/04 11:14 # 삭제 답글

    길은 끝까지 가야만, 새로운 길이 열린다... 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애드맨님은 길의 끝까지 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요.

    부디 지금의 심정 잊지마시고,

    유난히 설레이는 봄을 맞이하시길, 감히 바래봅니다.

    파이팅! ^^
  •  sesism 2007/12/04 11:45 # 답글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이번 게임에선 다 털리고 오링나서 빈손으로 집에 돌아갔지만 다음 게임에는 충만한 내공으로 꼭 이겨서 만렙까지 찍으시길 기원할께요 :)
  •  gonz 2007/12/04 12:04 # 답글

    분명 다음 시즌에서는 새로운 막을 여실 거에요.
    그 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푹 쉬시며 온전한 자신의 시간 만드시길 :)
  •  laxel 2007/12/04 14:48 # 삭제 답글

    시즌 2는 "잘나가는 영화사 직원의 업무일지"로 돌아오시길 기다릴께요~!
  •  2007/12/04 15: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푸드파이터 2007/12/04 17:20 # 삭제 답글

    즐겨찾기에서 삭제 안할게요. 다시 돌아오시길.. 너무 기운빼지 마세요. 잘 해내실거에요.^^
  •  타선생 2007/12/04 18:01 # 삭제 답글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어요.

    건강이 참 중요합니다.
  •  퍼프 2007/12/04 18:34 # 답글

    우연히 찾아들어오게 되어 구독하고 있던 여러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비공식 업무일지가 (죄송한 말씀일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피드가 뜰 때마다 잽싸게 들어와서 읽곤 했는데 마치신다고 하니 안타깝네요.
    리얼한 맛이 살아있는 글 계속 더 읽을 수 있길,
    그리고 앞으로 늘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바라봅니다.
  •  jules 2007/12/04 21:33 # 답글

    애드맨님 기운내세요. 내일은 반드시 원하는 일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파이팅! >.<)/
  •  마음씨 2007/12/04 22:43 # 답글

    이렇게 팬들이 많으셨네요. ^^
    얼마있다가 "저희는 애드맨님 블로그 팬이었어요. 싸인해주실거죠?"하는 날이 와도 모른척 하지 말아주세효~
    낼부터 시작될 시즌2 , 어떤 컨셉으로 이끌어가실지 기대할께요. 화이링~
  •  마리 2007/12/05 00:09 # 삭제 답글

    아...글이 정말 여기서 마지막인 건 아니겠죠...?
  •  애드맨 2007/12/05 13:27 # 답글

    비공식업무일지0 로 이틀만에 돌아왔습니다ㅎ;;
  •  coole12 2007/12/05 22:57 # 답글

    애드맨님도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지기를 바라구요.
  •  라엘 2007/12/06 10:34 # 답글

    내년에는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에요!
  •  sooop 2007/12/17 03:24 # 삭제 답글

    '대박을 앞둔 영화사 직원의 업무일지'로 돌아오실 날을 기다릴게요. 아.. 방문도 꾸준히 할겁니다. ㅎㅎ

영화사, 감독, 시나리오의 조합과 크랭크인 가능성의 상관관계

 


1. 메이저 영화사 + 대박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호환마마, 전쟁 등의 재앙만 없다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2. 메이저 영화사 +대박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기획팀에서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지적하겠지만 아무런 상관없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3. 메이저 영화사 + 보통 감독 +재미있는 시나리오

감독 교체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무난하게 크랭크인 할 수 있다.


4. 메이저 영화사 + 보통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밀어붙인다면 기획팀의 구박을 받으며 크랭크인 할 수 있다.


5. 메이저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밀어붙여야만 기획팀도 수긍하는 분위기 속에서 크랭크인 할 수 있다.


6. 메이저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신인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고쳐오라는 숙제를 내주고 집으로 돌려보낸다.

감독은 대표 얼굴도 못보고 주로 기획팀 막내와 커뮤니케이션한다.


7. 마이너 영화사 + 대박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양아치만 아니라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마이너 영화사에는 기획팀이 없는 경우가 많다.


8. 마이너 영화사 + 대박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정상인이고 감독에게 시나리오 수정 의지만 있다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기획팀이 있다면 반대 의견을 내겠지만 대박작품 감독님 앞에서는 아무 소리 못한다.


9. 마이너 영화사 + 보통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메이저 영화사와 공동제작을 시도하면 조금 더 빨리 크랭크인 할 수 있다.


10. 마이너 영화사 + 보통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고쳐달라고 부탁하고 사무실을 빌려준다.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들으며 전략적으로 기획팀과 친해지는 감독도 있다.


11. 마이너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시나리오의 컨셉을 도용당할 가능성이 조금 있다.

표절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영화사 대표와 신인감독이 법정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신인 감독이 그냥 참고 넘어간다.


12. 마이너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장동건을 캐스팅하거나 영화진흥위원회가 도와준다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메이저 영화사는 대기업들과 친하거나 따로 믿는 구석이 있는 영화사입니다.

마이너 영화사는 메이저 영화사가 아니거나 신생 영화사 입니다.


대박 감독은 대박 작품을 연출한지 몇 년 지나지 않은 감독입니다.

보통 감독은 대박 작품 연출 경력이 없는 기성 감독입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는 읽고 나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 입니다.

재미없는 시나리오는 중도 포기했거나 회의를 위해 억지로 읽은 시나리오입니다.


스타 배우 캐스팅은 크랭크인을 뜻하므로 고려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덧글

  •  11번 신인감독 2007/12/03 02:32 # 삭제 답글

    푸하하하흑흑흑....
  •  카델 2007/12/03 02:40 # 답글

    6번 제대로 안습입니다.
  •  그때그녀언 2007/12/03 03:00 # 삭제 답글

    애드맨님은 12번 영화사 소속인거죠?
  •  새침떼기 2007/12/03 05:54 # 답글

    어렵군요. 영화사와 감독의 조건은 딱 부러지는데 재미있는 시나리오와 재미없는 시나리오를 가르는 기준은 모호하니.. 뭐, 천상 기획실의 다수결이나 투자사의 실권자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겠지만..

    링크 신고합니다..^^
  •  너나잘해 2007/12/03 06:51 # 삭제 답글

    까분다 정말
  •  마력덩어리 2007/12/03 17:11 # 답글

    이런 시나리오 정말 슬픈 시나리오군요.
  •  pessimum 2007/12/20 13:07 # 답글

    그래도 크랭크인은 다 되는 군요. 이런 걸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해야....하...;;;
  •  마음씨 2007/12/22 12:06 # 답글

    비실명 덧글은 마음이 아픈걸요.
  •  애드맨 2007/12/22 15:15 # 답글

    마음씨님 // 마음씨가 참 고우세요...^^
  •  lightsmith 2008/01/23 02:02 # 답글

    아흑... 본인이 몇 번 조합인지 확인해보게 되네요.
    메이져 사이트 + 인기 블로거 + 재미있는 포스트 ... 조합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처 밝히고 퍼가도 되나요?)
  •  애드맨 2008/01/23 06:10 # 답글

    lightsmith님 // 네~~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한번쯤 우연히

 


한번쯤 우연히 만날 것도 같은데

닮은 사람 하나 보지 못했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일까

저 골목을 돌면 만나지려나



재택근무 이후 우연히라도 길거리에서 동료 직원들과 마주친 적이 없다. 활동하는 동네가 비슷하고 시사회도 자주 들르기 때문에 극장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칠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오랜시간 동안 매일 매일 출퇴근하며 가족보다 친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남이 되버리고나니 예상대로 역시 망한 영화의 스텝 분위기나 망한 회사의 직원 분위기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걸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우연히는 아니지만 만나려면 만날 수는 있었다.


밀린 급여와 퇴직금 정산을 요구하는 직원들이 대표를 찾아가 담판을 짓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다든 직원들과 이 날 이때까지 하는 일 없이 인터넷 검색과 무의미한 회의만 무한 반복하던 나에게 월급을 주신 대표님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는데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니 대표는 진심으로 밀린 급여와 퇴직금을 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니 법적 절차를 밟든 말든 뭐든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했다고 한다. 직원들도 그런 대표 앞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흐지부지 헤어지고 말았다는데 대표도 힘들겠지만 그동안 믿고 따르던 대표를 찾아가 이런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직원들의 심정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나야 뭐 처음 면접 때부터 출근을 포기하는 날까지 대표에게 사랑받으며 회사를 다닌 적이 없으니 그러려니 해도 다른 직원들은 나보다는 대표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불의를 봐도 잘 참는 성격인데 한 때는 학교 선배들 따라 시위하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이미 대학 안에서도 유행이 지났고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게 당연한 시절이었는데 강의실 대신 거리에서 한 철을 보내고 나니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모임에서 나와버린 그날 이후 거리의 학우(?)들과 함께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비겁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자괴감에 시달리곤 했는데 비교하는게 우습긴 하지만 그 때 그 시절 생각이 났다. 학교에서 우연히 거리의 학우들을 마주치면 어찌나 민망하던지... 물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밀린 급여와 퇴직금이라는 불의 앞에서 참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난 동료 직원들과 함께 행동하지 않은 나 자신이 어째 좀 비겁하게 느껴지지만 그냥 부질없는 것 같아서 그랬다.


언젠가 한번쯤 저 골목을 돌다 우연히 동료 직원들을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해야겠다.
받아주려나?

덧글

  •  마력덩어리 2007/12/02 12:38 # 답글

    자본주의 사회에서 즐겁고도 유익하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2023년 4월 9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벤젠스(vengeance)'를 보고..



주인공은 뉴욕에 거주하는 팟캐스트 작가다. 자신의 신분을 상승 시켜줄 대박 아이템에 굶주려 있다. 그런 그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그의 여자 친구가 죽었고 자신의 그녀의 오빠라며 장례식에 오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예전에 잠깐 만났던 그녀가 죽은 것이다. 그는 그녀의 사망 소식에서 대박 아이템의 냄새를 맡는다. 이른바 ‘죽은 백인 여자’는 범죄 팟캐스트 분야에선 흥행 보증 수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고향인 텍사스로 가서 오빠를 만나는데 오빠는 그녀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며 범인에게 복수하자고 한다. 

주인공은 직접적인 복수보다는 팟캐스트를 통해 법과 사회의 응징을 받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오빠와 가족들을 만난 후 대박을 확신한 주인공은 자신이 속한 팟캐스트 업체의 편집자에게 전화해 빵빵한 지원을 받아가며 유족들과 그녀의 주변인들을 취재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뉴욕에서 왔다고 무시당하고 놀림당하고 텍사스 부심에 가득 찬 현지인들로부터 험한 꼴도 겪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취재를 이어간다. 주인공이 취재한 녹음 파일을 전송받아 팟캐스트를 완성한 뉴욕의 편집자는 걸작이 탄생했다며 더 이상의 취재는 필요없으니 뉴욕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주인공은 대박 팟캐스트 작가가 될 일만 남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주인공은 그녀의 죽음이 살인이 아니라 사고였다는 사실을 그녀의 할머니의 실언을 통해 알게 되고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은 유족들과 관계가 악화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린 동생 덕분에 그녀의 유품인 핸드폰의 비번을 풀게 되고 문자 전송 내역을 통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의 정체를 알아낸 주인공은 그를 찾아가 직접 처단해 버린다. 오빠가 주인공을 동생의 애인이라고 착각하고 전화를 한 이유는 동생이 죽기 직전에 비밀리에 만나고 있던 사람의 정체를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주인공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었다. 팟캐스트를 통한 공론화로 법과 사회의 응징을 받게 하는 대신 직접적인 복수를 선택한 주인공은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던 취재 파일 역시 모조리 삭제해버린다. 

미국 저예산 영화 특유의 날 것의 느낌이 괜찮았고 이야기도 중반까지 독특하게 잘 나갔는데 막판에 삼천포로 빠지며 그저 그런 B급 영화로 추락해버렸다. 텍사스 풍광이 아깝다.

2023년 4월 8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를 보고..



이성진이 누구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은 동양인 남녀가 로드레이지를 시작으로 마치 턴제 게임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번갈아가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이야기다. 드라마 속 한인들이 수학 천재나 세탁소나 마트 주인이 아닌 점이 산뜻하고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하며 재미 교포로 설정된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새로우면서도 그 묘사의 적나라함이 적당히 낯설고 불편하다. 

한인들의 한국어 연기는 다소 어색한 감이 있으나 몰입이 깨질 정도는 아니고 미국 드라마에서 이 정도 레벨로 감정 이입이 가능한 진짜 사람 같은 한인 캐릭터를 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라 작감이 누군지 궁금해서 엔드크레딧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크리에이터로 이성진이라는 낯선 이름이 떠서 도대체 누구신지 알아내려 이리저리 검색을 해 봐도 딱히 정보가 없다. 

보통 이 정도 고퀄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의 필모그래피엔 유명하진 않아도 싹수가 느껴지는 작품이 한 두 편은 있기 마련인데 이성진의 필모는 크리에이터 치고는 거의 신인에 가깝고 기사를 찾아봐도 별 게 없다. 2016년 작품인 샌드라 오 주연의 ‘캣파이트’랑 비슷한 감은 있다만 신인 크리에이터가 미국의 메이저 상업 드라마 업계에서 드디어 진짜 사람 같은 한인 캐릭터를 그것도 주연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