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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0일 목요일

정지음 작가의 '언러키 스타트업'을 읽고..



주인공은 스타트업이라고 분류되는 어느 영세 기업의 1인 팀장이자 막내인 김다정 주임이고 정지음 작가는 김다정 주임과 동료 직원들을 통해 회사의 대표인 박국제를 조롱하고 비난하는데 소설 분량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했다만 개인적으로는 영세 기업에서 고생하는 김다정 주임과 그녀의 동료 직원들보다 그 영세 기업을 운영하느라 고군분투 중인 박국제 대표에게 더 감정 이입이 되는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박국제 대표는 시종일관 무능하고 무례하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조롱당하고 뒷담화만 까이다가 신입 직원 한 명을 잘못 뽑은 탓에 전국구로 개망신을 당하고 회사도 망해버리고야 만다.

재벌집 아들이어서 취미로 회사를 하는 것 같진 않던데 어쩌면 감옥에 가거나 도망자 신세가 됐을 수도 있다. 결말이 의외였던 게 시종일관 티격태격했던 박국제 대표와 직원들이 결국엔 화해를 하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가까워지면서 끝날 줄 알았는데 그냥 회사는 망해버리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끝난다. 박국제는 비록 무능하고 무례하고 눈치도 없는 주제에 회사를 차리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 중죄인이지만 그래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거나 그 어떤 피치 못할 사연 같은 게 드러나는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무능하고 무례하고 눈치도 없고 여자 친구조차 없는 중년 아재일 뿐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 정도에서 멈춰버릴 줄은 몰랐다. 김다정 주임을 비롯한 직원들이야 아직 젊으니 어떻게든 재취업의 가능성이 있겠지만 중년을 훌쩍 넘겨 백수가 된 박국제 대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같은 캐릭터가 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에 힘 없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지만 보통은 윗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 군데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나의 돈키호테’의 돈 아저씨가 딱 그런 캐릭터다. 대학 땐 학생 운동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