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듯해지는 표지 디자인만 보면 역대급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의 시골 슈퍼 버전인가 싶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 여주인공 선미는 대대로 과부 집안인데 결국 본인도 남편을 잃고 사기까지 당한 후 외할머니와 엄마가 자살한 강물에 들어가지만 강아지 한 마리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외할머니가 하시던 슈퍼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서울역 노숙자로 떠돌다가 편의점 알바로 스카웃 된 ‘불편한 편의점’의 남자 주인공 독고와 비슷하다. 선미와 다른 점은 독고는 기억이 없고 알콜 중독이라는 것. 암튼 선미슈퍼 손님들은 슈퍼에서 처음 만난 선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선미는 때론 누나처럼, 때론 딸처럼, 손녀처럼, 그리고 동료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며 그 과정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상처도 치유한다. 슈퍼 손님들이 처음 만난 선미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부분부터 ‘불편한 편의점’과 확연히 달라지는데 여기서부터 몰입도가 떨어진 듯 하다.
남편을 잃고 자살에 실패한 주인공이 슈퍼에서 처음 만난 손님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자신의 상처도 치유한다? 엊그제 읽은 마쓰오 유미의 '수상한 목욕탕'은 아예 판타지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선미슈퍼'는 주인공의 사연이 너무 운명적이라 공감이 덜 됐고 손님들 문제 해결 과정도 비현실적이어서 힐링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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