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5일 토요일

신통방통 스타벅스



동네에 새로 생긴 건물 1층에 스타벅스가 들어온다. 언젠가부터 스타벅스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서 이젠 서울 시내 어느 동네에 가도 스타벅스를 볼 수 있지만 하나도 지겹지가 않다. 그렇게 많은 스타벅스가 있어도 똑같은 매장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동시에 가능한지 모르겠다. 마법같다. 


스타벅스에선 딱히 불쾌하거나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없다. 낯선 동네에서 뭘 할 지 모르겠을 때 스타벅스 간판이 보이면 왠지 안심이 됐다. 딱히 스타벅스에 갈 일이 없더라도 말이다. 그냥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외국에서도 그랬다. 말이 안 통하는 나라에 가도 어디엔가 스타벅스 간판이 보이면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장사가 안 되는 스타벅스는 못 본 것 같다. 새로 생긴 스타벅스는 가끔 한적할 때가 있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인파로 북적이게 된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새로 생겼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스타벅스는 차리기만 하면 무조건 잘 되는 것 같다. 잘 안 되더라도 잘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션 음료 3잔 포함,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해서 다이어리를 득템했고 또 다시 프리퀀시가 쌓이고 있는데 총 17개를 다 모으면 또 다른 종류의 다이어리를 득템할 것이다. 매년 그랬듯 다이어리 활용을 제대로 못 해 거의 대부분이 빈페이지로 남아 있지만(다이어리에 뭘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업무는 스마트폰이 압도적으로 편리하고 그 외의 내용을 쓰자니 누가 보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못 쓰겠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스타벅스 로고가 찍힌 다이어리를 보고 있으면 스타벅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오프라인 지출은 줄었지만 (극장엔 한 번도 안 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오히려 늘었다. 요즘엔 카페에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식당도 왠지 꺼려져서인지 테이크 아웃을 주로 하는데 스타벅스는 커피는 두 말 할 것도 없고 케익이랑 샌드위치도 맛있기 때문이다. 뭘 골라도 맛있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스타벅스는 알바도 친절하다. 사이렌 오더도 편리하다. 어플도 재밌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연말 미팅은 전부 캔슬한 상태인데 다음 미팅은 스타벅스에 다시 앉아 있을 수 있는 날로 정했다. 스타벅스는 방역도 다른 매장에 비해 철저한 편이라 안심이다.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예전에 누가 일 얘기 좀 하자며 만나자고 해서 스타벅스에 갔는데 메뉴판을 보더니 여기 너무 비싸니까 던킨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해서 그러시자고 한 적이 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이 아까울 정도의 미팅이어서인지 당연히 뒤끝은 좋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스타벅스는 영양가 없는 무쓸모 미팅도 걸러준다. 정말 대단하다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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