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볼 수 있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나오고 ‘종말의 끝’이라는 제목에 끌려 봤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다 재미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했다. 제목과 포스터에 낚인 기분이다. 영화 다 보고 예고편을 봤는데 본편에 비해 예고편이 너무 웰메이드다. 오프닝은 괜찮았다. 느닷없이 시작된 원인 불명의 재난으로 전쟁터가 된 나라. 젊은 변호사 윌은 예비 장인 톰과 함께 소식이 끊긴 임신한 약혼녀가 있는 서부로 떠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예비 장인과 사위의 조합이 신선했고 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인터넷과 전기가 다 끊기는 등 전국적인 규모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기말적 분위기 묘사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다다. 한적한 시골길을 배경으로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소소한 규모의 자동차 추격씬과 총격씬이 펼쳐지는 걸 빼면 장인과 사위가 줄창 운전만 한다. 엔딩도 어처구니 없다. 드디어 약혼녀와 재회했으니 이제부터 뭔가 시작 되려나 했는데 둘이서 차를 몰고 검은 폭풍을 피해 어디론가 달려가면서 끝이다. 설마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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