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강형철, 도경수의 ‘스윙키즈’를 보고..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고 강형철 감독도 흥행 감독에서 거장으로 거듭날 때가 됐고 포스터랑 예고편도 느낌 있었고 원작 뮤지컬이 괜찮다는 얘기도 들었고 도경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NEW의 영화를 띄워보겠다는 기세도 범상치 않고 결정적으로 언론 시사 평들이 워낙에 호평 일색이라 당연히 천만 넘을 줄 알았는데막상 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애매하다이야기가 툭툭 끊기고 만듦새가 불균질 한 게 확실히 과속 스캔들처럼 쌈박한 웰메이드는 아니고 그렇다고 써니처럼 심금을 울리는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엔딩도 황당했다설마 이렇게 끝낼 줄은 몰랐다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대충 다 울리면 되겠거니 하고 후두룩 뚝딱 급 마무리 지은 느낌이었다메시지도 정교하지 못했다쓰다 만 논술 시험지를 읽는 기분이랄까? “퍽킹 이데올로기!”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그렇다고 탭댄스가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니까탭댄스 씬들은 최고였다아예 뮤지컬로 만드는 게 나았을 것 같다도경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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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일 일요일

tvN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 1회를 보고..



현빈과 박신혜 급의 탑스타가 나오는 메이저 블록버스터 한국 드라마에서 그간 웹소설에서나 봐 왔던 상태 창이 구현되고 그 안에서 레벨 업퀘스트 등의 단어를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네이버나 유튜브의 저예산 웹드라마에서 이런 게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현빈박신혜가 나오는 tvN드라마라면 얘기가 다르다놀라운 건 어설프지도 않다는 것이다얼마 전에 문피아의 역대급 인기 웹소설 탑매니지먼트가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나왔길래 원작 웹소설의 팬으로서 잔뜩 기대를 품고 봤다만 막상 보니 도대체 왜 하필이면 굳이 ‘탑매니지먼트를 드라마화 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속상할 뿐이었다유튜브 버전의 탑매니지먼트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다만 이렇게 되면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나 영화화 기획은 영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알함브라의 궁전도 탑매니지먼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혀 아니었다적어도 1회는 나쁘지 않았다아니 훌륭했다게임 장르 웹소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드라마에 도입했다는 느낌이다시장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이다도대체 작가가 누구시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종석한효주가 나온 ‘W’의 송재정 작가다웹툰 소재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웹소설에 도전한 것 같다지금까지는 성공적이고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넘 궁금하고 기대된다한편으론 이런 기획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먼저 성사됐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물론 이렇게 된 지 꽤 되긴 했다만 확실히 이제 문화의 최첨단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인 것 같다드라마에선 AR 증강 현실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보니 랭킹 1,2위가 국가부도의 날과 보헤미안 랩소디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째 과거만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아 뭔가 갑갑하고 안타깝다.


p.s. 넷플릭스로 봤다.
 

2018년 11월 18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베이츠 모텔’을 보고..


베라 파미가 때문에 봤고 현재 2시즌 달리는 중이다. 1시즌 초중반까지는 히치콕의 원작 영화를 능가하는 걸작일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귀엽지만 약간 미친 아줌마의 달콤 살벌 소동극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특히나 2시즌 넘어와서 부턴 그냥 시골 마을의 조그만 모텔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 같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이 종종 떠오를 정도다. 1시즌 초반의 기세는 많이 누그러졌고 톤앤매너도 변질 됐지만 그럼에도 계속 보고 있는 건 여전히 베라 파미가 때문이다. 치명적이고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비밀을 간직한 비운의 여주인공과 귀엽지만 약간 미친 아들 바보 엄마의 경계를 씬 단위로 넘나드는 걸 보고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하고 싶었던 걸 이 드라마에서 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원맨쇼(?) 급이다. 2시즌 초반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뮤지컬 오디션 씬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베라 파미가가 라라랜드보고 나도 저런 거 해 보고 싶다고 작가한테 주문해서 집어넣은 씬 같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보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베라 파미가의 외모가 훌륭하고 의상도 거의 시퀀스별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하나 같이 패션 화보처럼 근사하기 그지없다. 다 좋은데 5시즌까지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는 않다.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넷플릭스 최고의 사탄 소재 오리지널 영화 ‘작은 사탄’을 보고..

 
넷플릭스에서 사탄으로 검색하면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 ‘사탄의 베이비시터’, ‘작은 사탄이렇게 세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뜬다. 최근 세 편을 다 봤는데 사탄이 두려워 한 대장장이’ < ‘사탄의 베이비시터’ < ‘작은 사탄의 순으로 재밌었다.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는 중세풍의 음울한 배경과 단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성인동화스러운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너무 동화 같았고 사탄의 베이비시터는 베이비시터 누나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지만 그 매력 빼면 별 게 없었다. 둘 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유의 어딘지 허술하고 뭔가 빠진 감이 있었는데 작은 사탄은 달랐다. 개인적으론 고스트워이후 넷플릭스 최고의 오리지널 영화였다. 한 남자가 여섯 살짜리 아들 하나를 둔 매력 만점 이혼녀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들이 적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오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뻔한 이야기를 영리하게 비틀었고 틈만 나면 웃겼으며 막판엔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PC까지 놓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렇게 잘 만들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터커 & 데일 & 이블을 만든 엘리 크레이그 감독님이시다. 역시나였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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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복수의 사도’를 보고..



넷플릭스 시작 화면에 뜬 으스스한 분위기의 예고편과 동생을 구해야 한다납치된 제니퍼를 찾기 위해 외딴 섬에 들어간 토머스이곳은 신성을 모독하는 자들의 땅이다사악한 무리 사이에서 그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라는 영화 소개 글이 범상치 않아서 봤는데 낚인 기분이다영화 소개 글을 참 잘 썼다역시 넷플릭스다글만 보면 막 한국영화 뺨치는 살벌하고 잔인한 액션 씬 들이 펼쳐져야 정상이지만 전혀 아니다그 쪽과는 거리가 멀다액션은 별 거 없고 잔인한 장면만 조금 있다볼거리랄 게 없는 것이다이야기도 마찬가지다역시 별 게 없다그냥 저 소개 글이 다다외딴 섬에 들어간 남자가 동생을 찾아 헤매다가 막판에 섬에 숨겨져 있던 판타스틱한 비밀과 섬사람들의 추악한 본성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판타스틱한 비밀은 딱히 판타스틱하지 않았고 추악한 본성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이제와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사악한 무리 같지도 않았고 신성을 모독하는 자들이라는데 뭘 어떻게 모독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굳이 따로 시간을 내서 찾아볼 필요는 없는 그저 그런 전형적인 저예산 B급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다.


2018년 10월 21일 일요일

국가부도의 날 걱정된다



흥미로운 기획이다. 과연 IMF를 소재로 어떻게 블록버스터 장편 상업영화를 만든 건지 궁금하다. IMF는 현재 586세대의 80년대 후일담과는 달리 후일담이 되기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감이 있고 그 누구도 IMF 관련해서는 좋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있더라도 극소수일 것이다. ‘1997’은 앞으로도 영원히 ‘1987’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잔뜩 안고 줄거리랑 예고편을 봤는데 걱정이 앞선다. 혹시나 일본영화 버블로 고!! 타임머신은 드럼방식(2007)’처럼 현재를 살고 있는 인물이 1997년으로 타임슬립한 후 국가부도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는 밝고 경쾌하면서도 페이소스 짙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국가부도의 날을 짧고 굵게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추정된다. 톤 앤 매너도 무겁고 어둡다. 모두가 알고 있듯 국가부도는 막을 수 없었고 그로부터 이어진 신자유주의의 역사는 블록버스터 장편 상업영화에 어울릴 법한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명랑의 이순신 같은 난세의 영웅도 없었다. 설상가상 뉴스를 보니 실업자가 1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만약 개봉 시기가 대선 한두 달 전이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정권이 바뀌면 좋은 세상이 올 거란 희망을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려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서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적어도 뻔하고 식상한 양산형 한국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한 한국 장편 상업영화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p.s.

2018년 10월 20일 토요일

'마라'를 보고..




한적한 교외의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범인은 악마지만 경찰은 당연히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잡아넣는다아무도 수사 결과에 의문을 갖지 않는 가운데 정의롭고 똑똑한 주인공 혼자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진상을 밝혀내려 한다고군분투 끝에 마침내 범행 현장을 적발해내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지만 악마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다른 피해자들처럼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잠들면 죽는다까진 좋았다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 가지 말라는 곳에 갔다가 기어이 험한 꼴을 자초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마음에 들었다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초래되는 공포감이다보니 충분히 설득력도 있었다악행을 저지른 사람의 죄책감이 악마를 끌어들였다는 것도 납득이 됐다차분하고 건조한 톤 앤 매너도 나쁘지 않았다여러모로 나이트메어가 떠올랐는데 아쉬운 건 저예산이어서인지 비주얼이 심심했고 악마도 프레디만큼 임팩트라든가 카리스마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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