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박신혜 급의 탑스타가 나오는 메이저 블록버스터 한국 드라마에서 그간 웹소설에서나 봐 왔던 ‘상태 창’이 구현되고 그 안에서 레벨 업, 퀘스트 등의 단어를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네이버나 유튜브의 저예산 웹드라마에서 이런 게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현빈, 박신혜가 나오는 tvN드라마라면 얘기가 다르다. 놀라운 건 어설프지도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문피아의 역대급 인기 웹소설 ‘탑매니지먼트’가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나왔길래 원작 웹소설의 팬으로서 잔뜩 기대를 품고 봤다만 막상 보니 도대체 왜 하필이면 굳이 ‘탑매니지먼트’를 드라마화 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속상할 뿐이었다. 유튜브 버전의 ‘탑매니지먼트’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다만 이렇게 되면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나 영화화 기획은 영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알함브라의 궁전’도 ‘탑매니지먼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혀 아니었다. 적어도 1회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훌륭했다. 게임 장르 웹소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드라마에 도입했다는 느낌이다.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이다. 도대체 작가가 누구시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종석, 한효주가 나온 ‘W’의 송재정 작가다. 웹툰 소재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웹소설에 도전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고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넘 궁금하고 기대된다. 한편으론 이런 기획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먼저 성사됐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물론 이렇게 된 지 꽤 되긴 했다만 확실히 이제 문화의 최첨단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인 것 같다. 드라마에선 AR 증강 현실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보니 랭킹 1,2위가 ‘국가부도의 날’과 ‘보헤미안 랩소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째 과거만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아 뭔가 갑갑하고 안타깝다.
p.s. 넷플릭스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