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9일 화요일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를 읽고..



2의 히가시노 게이고 후보가 여럿 있는데 지금으로선 야쿠마루 가쿠가 유력해 보인다. 2010년 데뷔 후 지금까지 총 16편을 출간했는데 집필 속도가 1년에 한 편 꼴이다. 어지간한 독자들의 연간 독서 속도보다 집필 속도가 빠른 것이다. 웹소설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속도가 가능한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기자 지망생이 주간지를 때려치운 후 기숙사가 딸린 공장에서 일하다 친구를 사귀는데 우연히 그가 어린 시절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지금까지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소년A’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사를 써서 언론에 팔까 말까 고민하는 이야기다. 기사를 쓰면 그토록 바라던 기자의 꿈을 이룰 수 있지만 차마 친구를 배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가독성이 좋다는 것이다. 일단 첫 페이지를 펴면 마치 잔치국수를 먹듯 마지막 페이지까지 반나절 안에 후루룩 읽힌다. 다른 점이라면 작품들이 비스무리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다채롭진 않다. 최근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2의 히가시노 게이고 후보라고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에 비하면 집필 속도도 한참 느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데뷔해 2021년까지 대략 98권을 출간했다.

2022년 8월 8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carter)'를 보고..



하드코어 헨리를 베이스로 남북분단 배경에 깔고 좀비 코드 넣고 막판에 매드맥스찍은 것만으론 별 감흥이 없을 뻔했는데 오프닝에 주원의 이스턴 프라미스를 연상시키는 목욕탕 알몸 격투씬이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괜찮았을까? 같은 남자로서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됐다. 삼각팬티도 아니고 끈 팬티 같은 것만 걸치고 너무나 거칠고 활발한 액션을 펼치길래 설마 이스턴 프라미스처럼 완전 노출까지 감행한 건가 싶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액션씬들을 즐길 수 있어 심심하진 않았다만 우리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이상의 성취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작정하고 킬링타임이어서인지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거의 없어서 1.5배속 시청에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는데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외세를 물리치자는 이야기가 아닌 점이 의외였고 BGM으로 국악이 흘러 나올 땐 마치 종이의 집한국판 오프닝에서 BTS가 언급될 때만큼이나 뜬금없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프레이(prey)’를 보고..



인디언 소녀와 프레데터의 싸움이다

우락부락한 남자들은 물론이고 야생의 맹수들도 가볍게 제압하는 외계 전사 프레데터를 오빠들처럼 전사가 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한 인디언 소녀가 최첨단 무기도 없이 어떻게 이길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억지스럽다. 프레데터는 칼이나 화살이 안 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인 사냥꾼들의 총알도 안 먹히고 심지어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도 셀프 치료가 되는데 이걸 저 소녀가 어떻게 이기나

하지만 이기는데 아마 이 억지스러움이 이 영화가 극장으로 가지 못하고 온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로 풀린 이유일 것이다. 소녀가 프레데터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덫으로 유인해 끝장을 본다는 엔딩인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프레데터가 소녀를 먼저 끝장낼 수 있는 기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프레데터를 끝장내는 최후의 한 방도 딱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구 생명체를 상대로 한 프레데터의 활약이 은근히 아기자기하고 볼 만했다. 프레데터의 최첨단 무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2022년 7월 30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대런 스타의 '언커플드(uncoupled)' 1화를 보고.. (스포주의)



‘모던 패밀리’,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제작자 대런 스타의 신작이다. 이 셋 중 하나만 만들었어도 인생에서 뭔가 이룬 대단한 사람인 건데 이 셋을 모두 만든 제작자의 차기작이라니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어서 올라오자마자 일단 1화를 봤다. 

주인공은 이제 막 50세가 된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 뉴욕의 40대 부동산 중개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남자친구가 아무 말도 없이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버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큰 충격과 상처를 받고는 도대체 왜 떠나버린 건지 이유를 알려달라 요구하며 재결합을 시도하지만 남자 친구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 재결합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오랜 연인의 무례함에 상처받고 배신감에 고통받고 버림 받은 이유를 알 수 없어 궁금함에 몸서리 치던 주인공은 자신을 떠난 남자친구가 평소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얄미운 라이벌과 새 살림을 차린 걸 베프의 입을 통해 전해 들으며 1화가 끝난다.

역시나다. 너무 재밌다. ‘모던 패밀리’ + ‘섹스 앤 더 시티’ +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셀링선셋’까지 추가된 느낌이랄까? ‘셀링선셋’ 뉴욕 버전의 볼거리, 대런 스타의 전매 특허인 매력적인 캐릭터 등등 모든 게 완벽한 1화였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버린 남자친구에 대한 애증부터 연인의 마음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줄도 모르고 혼자만 여전히 뜨겁다가 바보가 된 기분까지 캐릭터들의 감정이 생생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담겨 있어 별 이야기가 없는데도 박진감이 넘쳐 손에 땀을 쥐고 울고 웃으며 봤다. 

작품 소개를 보니 2화부턴 40대의 나이에 싱글이 되어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 라는데 '섹스 앤 더 시티' 뺨 치는 모험이 펼쳐질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두근거린다.

2022년 7월 20일 수요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1화를 보고..



참 잘 만들었고 수지가 연기도 잘 하지만 보고 있기가 힘들다. 엄청 피곤하고 기 빨린다

주인공이 거짓말을 하고 들통나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조마조마해져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아직 1화 밖에 안 봤지만 어쩐지 이 드라마는 이야기 전체가 그런 장면들의 연속일 것 같아 2화로 넘어가기가 두렵다.

그런데 시대 배경이 80년대도 아니고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이고 미술 관련 계통이면 업계가 좁을 것 같은데 저런 학력위조가 통한다는 게 억지 아닌가? 잠깐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2000년대 중반에 문화 예술계를 강타했던 학력위조 사건들이 엄연히 존재했으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피곤해서 못 보겠다. 그런데 수지가 이렇게 연기를 잘 했나? 얼굴에 사연을 품을 줄도 알고 대단하다. 진짜 마음 먹은 건 다 하는 사람 같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온다

이상한 변호사의 우영우가 박은빈 아니면 상상이 안 되는 것처럼 안나도 이젠 수지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2022년 7월 19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의 신부’ 1~8화를 빈지워치 하고..




재밌다. 1화만 보고는 넷플릭스에서 해 주는 지상파 일일 또는 주말 드라마네 뭐네 궁시렁 댔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2화를 보고 있었고 어느새 8화까지 빈지워치 해버렸다. 분명 궁시렁대고 욕하면서 봤지만 빈지워치해 버렸다는 건 분명 재밌었다는 뜻이다. 이게 얼마만의 빈지워치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왜 이랬을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던 중 유튜브에 폭발적으로 뜨기 시작하는 블랙의 신부압축 요약본을 보다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보통 지상파 일일 드라마가 최소 125화에서 150화 정도 되는데 그걸 8화로 압축했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밋밋하고 루즈한 드라마도 유튜버들이 10분으로 압축해서 변사처럼 썰 풀면서 보여주면 어지간하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하지만 블랙의 신부는 밋밋하고 루즈하지도 않다. 내가 2015년에 이근영 작가님의 어머님은 내 며느리(김혜리, 심이영 주연/ 136부작)’을 정주행했던 기억이 났는데 136부작 일일 드라마도 재밌게 쓰는 작가님이 8부작 드라마를 재밌게 쓰는 건 일도 아닌 것이다. 김희선이 너무 고구마여서 답답했고 끝끝내 흑화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8부여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다.


관련 포스팅

2022년 7월 16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의 신부' 1화를 보고..



넷플릭스에서 만든 지상파 일일 주말 막장 드라마

극중 김희선의 남편이 김희선보다 어린 부하 여직원의 꼬임에 빠져 모든 잃고 투신 자살한다. 그를 불쌍히 여기기엔 어린 여직원이 좋다고 아무 잘못 없는 김희선에게 이혼을 요구했기에 김희선은 심경이 복잡하다. 여직원은 김희선에게 남편 간수 하라고 적반하장으로 윽박까지 지른 악녀다. 암튼 벌어다 주는 남편이 없으니 김희선은 이제 돈을 벌어야 해서 대학 강사 자리를 부탁하려고 아는 교수님에게 일식집에서 저녁을 샀는데 성상납을 요구당하는 굴욕을 겪는다

김희선은 이래저래 상심이 크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학원 강사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데 어느 김희선의 엄마가 천만원을 내고 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했다며 살이라도 어릴 빨리 결혼하라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김희선은 돈이 아깝다며 환불하러 결혼 정보 회사에 가는데 거기서 남편을 자살 시킨 부하 여직원과 재회하며 1화가 끝난다

다음 이야기는 안봐도 훤하다. 김희선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악녀에 대한 복수극이겠지. 넷플릭스 제작에 초호화 캐스팅에 고퀄의 만듦새로 무장했지만 이야기는 지상파 일일 또는 주말 드라마다. 작가도 지상파 출신의 베테랑이시다. 넷플릭스에서 한국의 일일 드라마 시청자들을 노리고 만든 같다만 그럴 거면 싸고 빨리 많이 만들어서 안방 극장을 융단 폭격해서 아주 그냥 먹고 청소하고 씻는 동안 줄창 스트리밍 되고 있어야 하는데 8부작으론 택도 없다. 그분들의 간에 기별도 가고 스쳐 지나가고 잊혀질

그래도 지상파 드라마를 때마다 분명 재벌집 또는 초호화 상류층의 세계를 묘사하는데 정작 구현된 양산형 세트 또는 저렴한 협찬 제품들이어서 안쓰러웠는데 넷플릭스에서 시원하게 제작비를 쐈는지 롤스로이스가 나오고 세트도 방송국 양산형이 아니어서 흥미로웠다.





한국 드라마 시청률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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