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사탄과 종말을 좋아하나보다. 사탄 3부작으로 ‘작은 사탄’, ‘사탄의 베이비시터’,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가 있는데 ‘버드박스’ 업데이트로 인해 ‘익스팅션 : 종의 구원자’, ‘종말의 끝’에 이은 종말 3부작이 완성되었다. 다만 ‘버드박스’는 같은 넷플릭스의 ‘익스팅션’이나 ‘종말의 끝’보다는 얼마 전에 개봉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한 핏줄 영화 느낌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설정인데 ‘버드박스’는 “그것을 보면 죽는다!”이다. 좀비와 종말 소재 영화는 이야기가 대충 다 거기서 거기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버드박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끝장난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몇몇 인간들이 모여 아웅다웅하고 있는데 세상을 끝장 낸 그것보다 더 혐오스러운 인간들이 나타나서 죽이려 달려드는 바람에 그들을 피해 어딘가로 떠나는 여정 등등.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종말 소재 영화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여서 지루하긴 했다만 그나마 산드라 블록과 존 말코비치 덕분에 참고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종말 3부작 중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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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JTBC ‘SKY 캐슬’ 1~9화를 보고..
요즘 어지간하면 꼬박 꼬박 챙겨 보고 있는 한드가 ‘SKY 캐슬’, ‘남자친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복수가 돌아왔다’, ‘신과의 약속’, ‘나쁜형사’ 등등인데 이 중에서 가장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게 ‘SKY 캐슬’이다. 자식을 서울 의대에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류층 부모 이야기라길래 하나도 안 궁금했었는데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걸 보고는 도대체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서 봤다. 처음엔 저렇게 아름답고 품위 있고 돈도 많은 여성들이 모든 걸 포기하고 고작 자식을 서울 의대에 보내겠다고 아웅다웅하는 모습들이 우스꽝스럽기만 해서 오래는 못 보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캐슬의 설정이 좀 과하다 싶긴 하지만 매 화를 밀도 있게 채우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강렬하고 중독성 있고 사람을 놀래는 맛이 있다. 매화마다 깜놀 씬이 있는데 9화에선 이태란 발차기 씬이 압권이었다. 하다하다 이제는 출생의 비밀 코드마저 참신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솔직히 현재 스코어 가장 궁금한 게 출생의 비밀 쪽 이야기인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시청자인가보다. 암튼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의 베스트 한드 확정이다.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강형철, 도경수의 ‘스윙키즈’를 보고..
“난세에 영웅 난다”는 말이 있고 강형철 감독도 흥행 감독에서 거장으로 거듭날 때가 됐고 포스터랑 예고편도 느낌 있었고 원작 뮤지컬이 괜찮다는 얘기도 들었고 도경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NEW의 영화를 띄워보겠다는 기세도 범상치 않고 결정적으로 언론 시사 평들이 워낙에 호평 일색이라 당연히 천만 넘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 애매하다. 이야기가 툭툭 끊기고 만듦새가 불균질 한 게 확실히 ‘과속 스캔들’처럼 쌈박한 웰메이드는 아니고 그렇다고 ‘써니’처럼 심금을 울리는 한 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엔딩도 황당했다. 설마 이렇게 끝낼 줄은 몰랐다.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대충 다 울리면 되겠거니 하고 후두룩 뚝딱 급 마무리 지은 느낌이었다. 메시지도 정교하지 못했다. 쓰다 만 논술 시험지를 읽는 기분이랄까? “퍽킹 이데올로기!”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그렇다고 탭댄스가 밥 먹여주는 건 아니니까. 탭댄스 씬들은 최고였다. 아예 뮤지컬로 만드는 게 나았을 것 같다. 도경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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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일 일요일
tvN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 1회를 보고..
현빈과 박신혜 급의 탑스타가 나오는 메이저 블록버스터 한국 드라마에서 그간 웹소설에서나 봐 왔던 ‘상태 창’이 구현되고 그 안에서 레벨 업, 퀘스트 등의 단어를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네이버나 유튜브의 저예산 웹드라마에서 이런 게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현빈, 박신혜가 나오는 tvN드라마라면 얘기가 다르다. 놀라운 건 어설프지도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문피아의 역대급 인기 웹소설 ‘탑매니지먼트’가 유튜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나왔길래 원작 웹소설의 팬으로서 잔뜩 기대를 품고 봤다만 막상 보니 도대체 왜 하필이면 굳이 ‘탑매니지먼트’를 드라마화 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속상할 뿐이었다. 유튜브 버전의 ‘탑매니지먼트’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다만 이렇게 되면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나 영화화 기획은 영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알함브라의 궁전’도 ‘탑매니지먼트’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혀 아니었다. 적어도 1회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훌륭했다. 게임 장르 웹소설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드라마에 도입했다는 느낌이다. 시장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이다. 도대체 작가가 누구시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종석, 한효주가 나온 ‘W’의 송재정 작가다. 웹툰 소재로 재미를 봤으니 이번엔 웹소설에 도전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고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넘 궁금하고 기대된다. 한편으론 이런 기획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먼저 성사됐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물론 이렇게 된 지 꽤 되긴 했다만 확실히 이제 문화의 최첨단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인 것 같다. 드라마에선 AR 증강 현실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보니 랭킹 1,2위가 ‘국가부도의 날’과 ‘보헤미안 랩소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 째 과거만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아 뭔가 갑갑하고 안타깝다.
p.s. 넷플릭스로 봤다.
2018년 11월 18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베이츠 모텔’을 보고..
베라
파미가 때문에 봤고 현재 2시즌
달리는 중이다.
1시즌
초중반까지는 히치콕의 원작 영화를 능가하는 걸작일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귀엽지만
약간 미친 아줌마’의
달콤 살벌 소동극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특히나
2시즌
넘어와서 부턴 그냥 시골 마을의 조그만 모텔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 같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이
종종 떠오를 정도다.
1시즌
초반의 기세는 많이 누그러졌고 톤앤매너도 변질 됐지만 그럼에도 계속 보고 있는 건 여전히 베라 파미가 때문이다.
치명적이고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비밀을 간직한 비운의 여주인공과 귀엽지만 약간 미친 아들 바보 엄마의 경계를 씬 단위로 넘나드는 걸 보고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하고 싶었던 걸 이 드라마에서 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원맨쇼(?)
급이다.
2시즌
초반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뮤지컬 오디션 씬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베라 파미가가 ‘라라랜드’
보고
나도 저런 거 해 보고 싶다고 작가한테 주문해서 집어넣은 씬 같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보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베라
파미가의 외모가 훌륭하고 의상도 거의 시퀀스별로 갈아입고 나오는데 하나 같이 패션 화보처럼 근사하기 그지없다.
다
좋은데 5시즌까지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는 않다.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넷플릭스 최고의 사탄 소재 오리지널 영화 ‘작은 사탄’을 보고..
넷플릭스에서
사탄으로 검색하면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
‘사탄의
베이비시터’,
‘작은
사탄’
이렇게
세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뜬다.
최근
세 편을 다 봤는데 ‘사탄이
두려워 한 대장장이’
< ‘사탄의
베이비시터’
< ‘작은
사탄’의
순으로 재밌었다.
‘사탄이
두려워한 대장장이’는
중세풍의 음울한 배경과 단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성인동화스러운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너무 동화 같았고 ‘사탄의
베이비시터’는
베이비시터 누나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지만 그 매력 빼면 별 게 없었다.
둘
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유의 어딘지 허술하고 뭔가 빠진 감이 있었는데 ‘작은
사탄’은
달랐다.
개인적으론
‘고스트워’
이후
넷플릭스 최고의 오리지널 영화였다.
한
남자가 여섯 살짜리 아들 하나를 둔 매력 만점 이혼녀와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아들이 적그리스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오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뻔한 이야기를 영리하게 비틀었고 틈만 나면 웃겼으며 막판엔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PC까지
놓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렇게 잘 만들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터커
&
데일
&
이블’을
만든 엘리 크레이그 감독님이시다.
역시나였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관련
포스팅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복수의 사도’를 보고..
넷플릭스 시작 화면에 뜬 으스스한 분위기의 예고편과 “동생을 구해야 한다. 납치된 제니퍼를 찾기 위해 외딴 섬에 들어간 토머스. 이곳은 신성을 모독하는 자들의 땅이다. 사악한 무리 사이에서 그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라는 영화 소개 글이 범상치 않아서 봤는데 낚인 기분이다. 영화 소개 글을 참 잘 썼다. 역시 넷플릭스다. 글만 보면 막 한국영화 뺨치는 살벌하고 잔인한 액션 씬 들이 펼쳐져야 정상이지만 전혀 아니다. 그 쪽과는 거리가 멀다. 액션은 별 거 없고 잔인한 장면만 조금 있다. 볼거리랄 게 없는 것이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역시 별 게 없다. 그냥 저 소개 글이 다다. 외딴 섬에 들어간 남자가 동생을 찾아 헤매다가 막판에 섬에 숨겨져 있던 판타스틱한 비밀과 섬사람들의 추악한 본성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판타스틱한 비밀은 딱히 판타스틱하지 않았고 추악한 본성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사악한 무리 같지도 않았고 신성을 모독하는 자들이라는데 뭘 어떻게 모독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굳이 따로 시간을 내서 찾아볼 필요는 없는 그저 그런 전형적인 저예산 B급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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