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망해가는 회사에 다닐 때 일이다. 당시 여자친구에게 하필이면 망해가는 회사에 다니는 바람에 뭘 해도 안 되고 월급도 밀리고 당연히 비전은 없고 어쩌구저쩌구 궁시렁댔더니 그녀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런데 너 일은 잘하니?” 순간 말문이 막혀 어버버하다가 못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고 간신히 둘러댔는데 딱히 내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입으로 나 일 좀 하는 편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고.
하지만 이제와 차분히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 일을 잘했던 것 같진 않다. 솔직히 열심히 하진 않은 게 분명하다. 당시엔 남들 하는 만큼은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몰랐다. 남들 하는 만큼 정도로는 아무런 일도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을. 지금도 잘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다. 일을 어느 정도로 해야 이루어낼 수 있는 지는.
암튼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와 실제 퇴사자인 안나 작가의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퇴사했습니다’를 동시에 읽었는데 아주 오래 전의 나와 안나 작가가 갖고 있는 회사 생활에 대한 모든 고민은 이나모리 가즈오에 따르면 한 방으로 해결 가능하다. 죽도록 열심히 일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살고 회사도 살고 다 해결된다.
참고로 ‘왜 일하는가’에는 회사 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따윈 1도 없다. 과연 삼성이 10년간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한 단 한 권의 책 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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