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볼 수 있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나오고 ‘종말의 끝’이라는 제목에 끌려 봤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다 재미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했다. 제목과 포스터에 낚인 기분이다. 영화 다 보고 예고편을 봤는데 본편에 비해 예고편이 너무 웰메이드다. 오프닝은 괜찮았다. 느닷없이 시작된 원인 불명의 재난으로 전쟁터가 된 나라. 젊은 변호사 윌은 예비 장인 톰과 함께 소식이 끊긴 임신한 약혼녀가 있는 서부로 떠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예비 장인과 사위의 조합이 신선했고 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인터넷과 전기가 다 끊기는 등 전국적인 규모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기말적 분위기 묘사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다다. 한적한 시골길을 배경으로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소소한 규모의 자동차 추격씬과 총격씬이 펼쳐지는 걸 빼면 장인과 사위가 줄창 운전만 한다. 엔딩도 어처구니 없다. 드디어 약혼녀와 재회했으니 이제부터 뭔가 시작 되려나 했는데 둘이서 차를 몰고 검은 폭풍을 피해 어디론가 달려가면서 끝이다. 설마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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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7일 화요일
2018년 7월 15일 일요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타크래프트 이후 제일 재밌다. 작년에 유튜브나 아프리카 등의 게임 방송에서 처음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거 하나 하겠다고 PC방까지 가긴 귀찮고 그렇다고 집에 있는 컴퓨터를 수백만 원 들여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안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모바일 버전이 나와서 해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도 재밌는데 게임을 한 번 해 보니 남이 플레이 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더 재밌어졌다. 문제는 시간이다. 세 판 정도 하고 나면 한 두 시간 정도는 훌쩍 지나있다. 영화 한 편이나 드라마 서너 회 볼 시간이다. 여기서 끝나면 모르겠는데 실력 향상을 위해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고수들의 플레이도 연구해야 한다. 게다가 핸드폰으로 하는 거라 한 판 하고 나면 눈이 뻑뻑하고 아프다. 게임을 안 하더라도 뭔가를 또 들여다 볼 마음이 안 생긴다. 이래저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멀어진다. 그 중에서도 극장은 정말 치명적으로 멀어졌는데 이런 게임을 플레이하고 유튜브나 아프리카 등에서 남의 플레이를 감상하고 덧글을 남기는 식으로 소통하는 세대가 극장에 가서 특히나 ‘버닝’ 같은 영화를 보고 어떤 감흥을 받는다는 건 아예 있을 수 없는 일로 느껴진다.
2018년 7월 7일 토요일
미스터 션샤인 1회를 보고..
걱정된다. 요즘 대세인 tvn에서도 잔뜩 힘 준 드라마고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동시 방송되는 한드의 전설 김은숙의 400억짜리 드라마라고 해서 경건하게 정좌하고 본방으로 봤는데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시작부터 등장인물이 많이 나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이야기가 두서없이 산만해 누굴 따라가야 할지도 모르겠는 가운데 대규모 전투 씬이 나오길래 이제부터 뭔가 시작되려니 했는데 전투 씬 자체도 별 거 없었고 전투 씬이 끝나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적어도 1회는 기대 이하였다. 시종일관 어두컴컴하고 우울하고 산만하고 딱히 눈이 번쩍 뜨일만한 임팩트도 없는 와중에 외국인 연기자들이 결정타였다. 한국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외국인 연기자가 썽님 썽님 외치며 등장할 때마다 드라마가 장난도 아니고 너무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실제 그 당시에 한국에 있던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이 안 좋았을 순 있다 쳐도 드라마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예고를 보니 2회부터 본격적으로 뭔가 시작될 분위기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1회가 너무 안이했다.
2018년 7월 2일 월요일
미스 함무라비 5~11회
회를 거듭할수록 묘하게 법원 홍보? 공익? 드라마 느낌이 났는데 고아라가 본드 중독 청소년들을 교화하려는 내용이 담긴 11회가 결정타였다. 여판사가 아이들을 구하려고 몸소 어두컴컴하고 위험해보이는 오락실을 헤매고 본드 공장에 찾아가 본드 안의 유해 성분을 낮춰 달라고 담당자를 설득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같이 노래방에서 노래도 불러준다. 그런데 요즘도 본드 부는 애들이 있나? 요즘 청소년들은 게임 때문에 마약, 본드 등을 덜 한다고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드 중독 청소년을 본 것도 진짜 오랜만이다. 옛날 생각났다. 내가 어릴 적에 보던 지상파 청소년 드라마 보는 기분이었다. 초반엔 판사가 어떻게 이런 드라마를 썼지 신기해하면서 봤는데 이제는 판사가 작가여서 이렇구나 느낌이다. 멜로 라인은 순박하고 개그는 올드하고 대사들도 그렇게 교훈적일 수가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보게 되는 건 작가가 드라마를 여타 드라마들에서 따와서 쓴 게 아니라 현실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너무 올드하고 감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매회 드라마를 넘어서는 한 방이 있다. 그나저나 나도 어쩔 수 없는 한남인가보다. 고아라의 두 눈 부릅뜬 정색 연기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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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3일 토요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5~6회
3회까지는 진짜 재밌다가 4회부터 루즈해진 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4회부터 작가가 교체됐다고 한다. 그나마 4회는 다른 건 괜찮은데 초반의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맛만 약해진 느낌이다가 5회부터는 아예 다른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유가 있던 것이다. 새로 바뀐 작가들은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 작가진이라는데 정작 참신하고 재기발랄한 맛은 이전 작가가 더 잘 살렸다는 게 의외다. 그런데 아무리 작가가 교체됐다고 해도 5회부터는 PPL이 과하게 들어가서인지 뭔지 캐릭터들의 감정선도 툭툭 튀고 산만하고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떨어졌다. 은근슬쩍 캐릭터가 붕괴된 느낌도 있고 특히나 박서준과 박민영 둘 사이에 돌던 성적 긴장감이 다 날아가 버렸다는 게 치명적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 했으니 이제 밀땅 그만하고 사귀면 될 것 같은데 드라마가 아직 초중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질질 끄는 것 같다. 에피소드들도 뻔하고 식상했다. 애초에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를 색다르게 연출했다는 게 3회까지의 매력이었는데 4회부터는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연출하고 있으니 앞으로 무슨 재미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박민영이 재벌가와 유괴 사건으로 엮인 것도 다소 뜬금없다. 5~6회에선 잠깐 나온 황보라만 재밌었다. 그런데 정작 시청률은 4회 6.4%, 5회 6.9%, 6회 7.7%다. 나의 감상과 시청률이 반대다. 어쩌면 3회까지의 톤 앤 매너가 너무 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작가는 왜 교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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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9일 화요일
라이프 온 마스 1~4회
리메이크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닥 볼 생각이 없다가 1980년대를 어떻게 재현했을지 궁금해서 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만듦새가 뛰어나다. 최근 방송중인 드라마 중에선 거의 탑인 듯하다. 아직 4부까지 밖에 안 봐서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만 드라마 세트 특유의 어딘가 빈 듯하고 허술한 구석이 거의 없다. ‘라이프 온 마스’ 뿐 아니라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를 쭉 보고 느낀 건데 CJ가 영화는 몰라도 드라마는 짱인 것 같다. 여타 채널의 드라마에 비해 올드한 맛이 없고 세련된 감이 있다. 캐스팅도 훌륭하다. 정경호, 박성웅, 고아성 등등 예전 같았음 영화에서나 가능했을 조합이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대중문화의 대세가 영화에서 드라마로 기운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프 온 마스’의 리메이크라면 드라마보단 영화로 먼저 시도했을 것이다. 최불암 선생님의 연기를 드라마에서 그것도 형사 장르의 드라마에서 다시 볼 수 있었던 것도 놀라웠다. 영화에선 보기 힘들어진 참신한 캐스팅이었다. 캐스팅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현재 가장 기대하고 있는 건 4회 막판에 등장한 김재경의 향후 활약이다.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잠깐 보고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데 ‘라이프 온 마스’에서는 비중이 그때보다 커졌으니 아이돌 김재경이 아니라 배우 김재경으로서의 뭔가를 제대로 보여줄 것 같다. 기대된다.
2018년 6월 17일 일요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1~4회
걸작이 되려다 만 일드 ‘아재’s 러브’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정통 로코가 아니라 로코를 패러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캐릭터는 물론이고 뭐 하나 새로울 거 없는 소재에 드라마 전체가 클리쉐 범벅이지만 그 뻔한 것들을 오로지 연출력으로 커버했다. 다만 ‘아재’s 러브’는 단순히 만화 같은 톤 앤 매너 뿐 아니라 BL 요소까지 끌어들였다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오로지 만화 같은 과장된 톤 앤 매너로 승부하려는 듯하다. ‘아재’가 그랬듯 ‘김비서’도 3회까진 나쁘지 않았다. 로코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참신했다. 시청자들이 로코에 기대하는 재미를 기존의 로코와는 차별화된 톤 앤 매너로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1회부터 3회 내내 거의 박서준과 박민영 둘 만 나왔어도 전혀 루즈하거나 벅찬 느낌이 없었다.
게다가 둘 사이의 시츄에이션들이 워낙에 함축적이고 완성도가 높아 16부까지 이 정도 밀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시퀀스 하나하나가 마치 로코라는 장르를 주제로 한 4컷 만화 느낌이었다. 3회까지는 확실히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4회부터가 문제였다. 밀도가 떨어진 건 물론이고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가 벗겨진 느낌이랄까? 로코의 재해석이나 새로운 톤 앤 매너의 유효기간은 3회까지였던 것 같고 4회부턴 그걸 대체할 뭔가가 나와야 했는데 새로운 연적의 등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어차피 이야기나 등장인물은 새로울 게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적의 등장이나 타이밍도 뭔가 새로웠어야 했는데 너무 예상 그대로였다. 시청률이 3회 7%에서 4회 6.4%로 주춤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회까지는 로코라는 장르의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4회에선 그냥 그렇고 그런 로코로 전락할 조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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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 칼럼과리뷰 2013. 7. 6. 03:15 누가 재밌다고 줘서 읽어봤는데 본문을 읽기도 전에 감동해버렸다 . 원래 본문보다는 ‘ 역자 후기 ’ 나 ‘ 작가의 말 ’ 을 먼저 읽는 편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