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이 되려다 만 일드 ‘아재’s 러브’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정통 로코가 아니라 로코를 패러디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캐릭터는 물론이고 뭐 하나 새로울 거 없는 소재에 드라마 전체가 클리쉐 범벅이지만 그 뻔한 것들을 오로지 연출력으로 커버했다. 다만 ‘아재’s 러브’는 단순히 만화 같은 톤 앤 매너 뿐 아니라 BL 요소까지 끌어들였다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오로지 만화 같은 과장된 톤 앤 매너로 승부하려는 듯하다. ‘아재’가 그랬듯 ‘김비서’도 3회까진 나쁘지 않았다. 로코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참신했다. 시청자들이 로코에 기대하는 재미를 기존의 로코와는 차별화된 톤 앤 매너로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1회부터 3회 내내 거의 박서준과 박민영 둘 만 나왔어도 전혀 루즈하거나 벅찬 느낌이 없었다.
게다가 둘 사이의 시츄에이션들이 워낙에 함축적이고 완성도가 높아 16부까지 이 정도 밀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시퀀스 하나하나가 마치 로코라는 장르를 주제로 한 4컷 만화 느낌이었다. 3회까지는 확실히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4회부터가 문제였다. 밀도가 떨어진 건 물론이고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가 벗겨진 느낌이랄까? 로코의 재해석이나 새로운 톤 앤 매너의 유효기간은 3회까지였던 것 같고 4회부턴 그걸 대체할 뭔가가 나와야 했는데 새로운 연적의 등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어차피 이야기나 등장인물은 새로울 게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적의 등장이나 타이밍도 뭔가 새로웠어야 했는데 너무 예상 그대로였다. 시청률이 3회 7%에서 4회 6.4%로 주춤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회까지는 로코라는 장르의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4회에선 그냥 그렇고 그런 로코로 전락할 조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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