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일요일

고담, 아일랜드, 더 글로리, 약한영웅,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어니언, 사일런트, 카지노, 아바타


작년 12월 중순 쯤인가? 넷플릭스에서 ‘고담’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 1월 2일이라는 걸 알고는 그 전까지는 볼 생각이 전혀 없다가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1월 2일까지 시즌5 마지막회까지 달려보려고 여가 시간 거의 전부를 ‘고담’ 감상에 몰빵하느라 다른 작품들은 거의 감상하지 못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1월 1일 현재스코어 ‘고담’은 시즌4 초반을 달리고 있는데 내일까지 시즌5 완주는 불가능할 것 같다. 배트맨 이야기인줄 알고 본 건데 배트맨 이야기가 아니어도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쇼러너가 영국인 같은데 내 취향은 확실히 영국 쪽이랑 잘 맞는 것 같다. 암튼 시즌5 완주엔 실패했지만 꼬마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거듭나는 순간까지는 목격했으니 미련은 없다. 그렇게 배트맨으로 완성되어가는 이야기겠지. 나중에 ‘더 배트맨’이나 볼까 한다. ‘고담’을 보고 나서인지 예전보다 훨씬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담’에서 하차한 후 뭐부터 볼까 고민하다 일단은 ‘아일랜드’와 ‘더 글로리’를 보기 시작했는데 ‘아일랜드’는 1회를 다 보긴 했지만 계속 볼 지는 모르겠고 ‘더 글로리’는 1회 중반까지 보다가 일단 쉬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교복 입고 막 욕하면서 또래들 괴롭히는 장면은 보고 있기가 힘들다. 뭔 이야기든 상관없고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식상하다. 주변엔 호평이 많아서 어떻게든 이 고비만 넘기면 ‘약한영웅’처럼 마지막 회까지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재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대략 1주일에 걸쳐 다 봤는데 전편보다 너무 못해서 실망스럽다. 그래도 미국 신흥 부자들 스케일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아 ‘카지노’가 있구나. 술 도박 얘기라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맛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편씩 공개는 지나치게 감질난다. 

일본 드라마의 희망 사일런트는 기대가 컸는데 2회까지가 최고였다. 확실히 작가가 어려서인지 긴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하더라.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도 크다. 당분간은 ‘카지노’, ‘아일랜드’, ‘더 글로리’를 볼 것 같다. ‘아바타: 물의 도시’를 보러 간만에 용아맥이나 남돌비 극장에 갈까 했는데 지나치게 길고 이야기도 영 별로라는 반응이 대다수라 극장 관람은 패스하기로 했다.

2022년 12월 24일 토요일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카지노' 1, 2, 3회를 보고..



인터넷 영화 게시판에 올드하다는 반응이 있어서 딱히 기대 없이 봤는데 은근히 재밌어서 최초 공개된 3회까지 논스톱으로 봤다. 주변에서도 괜찮다는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다. 

1회 초반까지 봤을 땐 반신반의 했다. 비주얼이나 연출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 등등 드라마가 여러모로 촌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최신 넷플릭스 드라마와 비교하면 수십년 전에 나온 드라마 같아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이야기의 힘과 배우의 연기력으로 극복해냈고 40대 이상 남자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할 만한 것들이 다 들어있다.

예전에 ‘범죄도시’와 ‘롱 리브 더 킹’을 봤을 때도 느낀 건데 강윤성 감독은 영화보다는 드라마 쪽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비주얼이나 한 줄 로그라인 등에서의 강력한 한 방 보다는 별 것 아닌 이야기를 구수하게 술술 넘어가면서도 은근슬쩍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최민식은 역시나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우면서도 세월의 흔적에 안쓰웠는데 그냥 카메라 앞에 와서 툭하고 대사 한 마디를 던지기만 해도 씬이 완성되더라. 감독과 배우의 조합이 나쁘지 않다. 

다만 3회 엔딩에서 학생 운동까지 건드린 걸 보니 판을 지나치게 크게 키우려는 것 같고 1주일에 한 편씩 공개도 감질나지만 적어도 시즌1인 8회까지는 달리게 될 것 같다.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을 보고..


고등학생들이 교복 입고 패싸움 하는 이야기는 못 보는 편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돼서 감을 잃었는지 사태가 저 지경이 될 때까지 주변의 선생님이랑 경찰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답답해서이다. ‘약한 영웅도 포스터를 보아하니 교복 입고 패싸움 하는 이야기 같아서 안 보려다가 재밌다는 입소문이 자자해서 혹시나 하고 봤는데 진짜 재밌어서 놀랐다.

‘D.P.’의 군대 묘사처럼 약한 영웅의 학교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되고 그냥 이 작품 속의 학교는 무협지의 강호 같은 곳이라 생각하고 보니 몰입도 잘 되고 즐거웠다. 2병 직전의 톤앤매너가 적절했고 배우들 감정선도 섬세하고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잘 찍고 잘 만들었다. O.S.T.도 좋더라. 크리에이터가 ‘D.P.’의 한준희 감독이던데 이젠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암튼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도대체 어쩌다 사태가 저 지경에 이른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결국엔 이게 다 인스타그램 때문이었다. 오범석이 안수호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 했는데 안수호는 끝내 맞팔을 안 해주니까 배신감과 서운함에 치를 떨다 결국 사고를 친 것이다. 그 놈의 인스타가 뭐라고.. 그나저나 안수호는 왜 오범석과 맞팔을 안 해준 걸까? 대충 이유가 짐작은 가지만 시즌2에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확실히 밝혀주면 좋겠다.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1,2,3회를 보고..



1회는 지루했고 2회는 짜릿했고 3회는 황당했다. 

2회 막판에 이성민이 송중기에게 “니 혹시 미래를 아닌 거 아이가?” 물을 때가 최고였다. 또 하나의 역대급 한드 탄생 예감이었다. 그런데 3회는 보는 내내 작감이 바뀐 건가?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송중기가 영화사 대표인 아버지에게 ‘나 홀로 집에’를 추천했다고 할 때부터 싸했는데 뜬금없이 서태지 코스프레 남이 나오더니 미국으로 넘어가 ‘타이타닉’ 투자를 결정하는 장면 등에선 민망하고 오글거려서 하차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제와 차분히 생각해봐도 내가 본 3회가 1,2회와 같은 드라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는다. 확실히 1,2회와 3회는 작가가 다르거나 감독이 다른 게 분명하다. 금토일 주3회 편성은 야심찬 시도였으나 아마 금토나 토일 주2회 드라마였으면 지금쯤 1,2회에 대한 입소문과 3회에 대한 기대감에 전국에 ‘재벌집 막내아들’ 열풍이 불고 있었을 것이다. 10%였던 3회 시청률도 그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3회가 그렇게 나온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게 ‘재벌집 막내아들’ 원작 웹소설에서도 제일 재밌던 부분이 지금 드라마의 1,2부까지였던 것 같기 때문이다. 원작 웹소설을 재밌게 읽다가 하차했던 시점이 지금 드라마의 3부 쯤이었다. 과연 4,5,6회 시청률은 1,2,3회의 6%, 8%, 10% 같은 상승 곡선은 아닐 것 같다.


2022년 11월 16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7부작 드라마 ‘어둠 속의 감시자(the watcher)’를 보고..



평범한 4인 가족이 평화로운 교외에 위치한 저택에 이사를 온다.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서 이사를 왔건만 어째 이웃들 상태가 안 좋고 기분 나쁜 협박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경찰에 신고하고 사립 탐정까지 고용하지만 범인은 오리 무중이고 이웃들의 만행(?)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남편은 승진에 실패하고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딸은 대형 사고를 치고 설상가상 집에 얽힌 흉흉한 사연을 알게 된다.

생각만 해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이 엄청난 스토리가 실화라고 하니 결말이 너무나 궁금하고 고작 7부 완결이라 빈지워치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막상 결말까지 보고 나니 살짝 김이 빠지긴 했지만 워낙에 엄청난 스토리고 프로덕션 퀄리티도 뛰어나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제작자인 라이언 머피가 제작을 맡은 작품인데 확실히 이름값을 했다. 미국 저택 특유의 으스스함이 잘 표현되어 있어 과거에 이런 유의 작품을 만든 제작진의 작품 같았는데 역시나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4부작 드라마 '인사이드 맨(inside man)'을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짜증난 적이 있었던가? 이야기 전개 방식이 엄청 짜증나는 스타일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냥 평화롭게 멍 때리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툭치며 다가오더니 ! 아무개야~ 있잖아~ 그거 아는 지 모르겠는데~”면서 은근슬쩍 뜸을 들이며 말을 꺼내다가 내가 관심을 보이면 아니다. 됐다. 나중에 얘기해줄게.”면서 이야기를 끝내는 식이다

교도소에 감금된 사형수가 외부의 사건을 의뢰받아 해결해준다는 듣도 보도 못한 설정이 흥미로워서 봤는데 1회보다가 확 짜증이 밀려와서 하차하려고 했으나 그나마 전체가 4회밖에 안 되는 리미티드 시리즈여서 그냥 꾹 참고 봤는데 막상 다 보고 나니 그래도 뜸을 들일 만한 이야기였고 막판 엔딩의 반전(?)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의 탁월함이 있어서 용서가 됐다.

하지만 4부 내내 보는 이에게 쉴 틈 없이 고구마를 먹여대고 시청자의 지능을 테스트하고 우롱하는 기분이 들어 어지간한 인내심과 이해력 그리고 지적 호기심이 없으면 완주가 힘들 것 같다.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후지tv 일드 '사일런트' 2회를 보고..




1회를 보고 2회가 웨이브에 올라오길 기다리는 일주일 내내 1회가 너무 훌륭해서 반갑고 감사하면서도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올 겨울은 이 드라마와 함께 하기로 큰 마음 먹고 결정했는데 2화가 허접하면 또 다시 마음 두고 따라갈 드라마를 무한 검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찾다 보면 언젠간 나오긴 하겠지만 1회 만에 눈시울을 붉어지는 ‘러브레터’같은 드라마는 찾으려 한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어서 2회가 제발 실망스럽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러브레터’는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기본적으로 2시간으로 끝나는 영화다. ‘사일런트’는 최소 10부작 이상의 드라마인데다 주인공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만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나서 지지고 볶아야 하므로 ‘러브레터’같은 전개는 2회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 우려가 있었다. 

그렇다면 작가는 과연 무슨 이야기로 10회를 끌고 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1회의 명장면을 반복 시청하고 유튜브에서 ‘러브레터’ 명장면도 간만에 찾아보며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2회를 봤는데 아니 이게 왠 걸? 2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완벽한 기우였다. 1회가 ‘러브레터’였다면 2회는 ‘롱베케이션’이라고나 할까?

2회 중후반쯤 남녀 주인공이 차분히 카페에서 만나 8년 전의 오해를 정리하고 폭풍 오열로 감정을 정리하더니 엔딩 직전에 드라마가 갑자기 ‘롱베케이션’으로 바뀌어 버리는 게 아닌가. 90년대 일본 영화계의 어떤 정점에 ‘러브레터’가 있다면 일드엔 ‘롱베케이션’이 있다. 1회엔 ‘러브레터’ 2회엔 ‘롱베케이션’의 원투펀치를 연이어 맞고 나니 다음회가 별로면 어떡하나는 걱정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올 겨울은 ‘사일런트’와 함께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작가가 93년 생이던데 불과 2회 만에 90년대 걸작 일영과 일드를 소환해 재해석과 변주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대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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