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22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샌드맨(The Sandman)'을 보고..



샌드맨? 디씨 코믹스? 그나마 마블 보다는 디씨가 낫지만 이건 또 무슨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슈퍼 히어로물이 새로 나왔나 싶어 안 보려다가 예고편의 분위기가 기존의 슈퍼 히어로물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혹시나 하고 봤는데 진짜 보길 잘 했다. 최고였다. 캐릭터, 세계관 그리고 비주얼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끝내줬다. 1화보고 잠깐 멈칫했는데 2화부터 빈지워치했다. 알고 보니 원작이 그래픽노블이고 시공사에서 무려 10권이나 정발이 됐던데 지금은 품절이라 그저 아쉬울 뿐이다. 중고로 지르려는 걸 꾹 참고 있긴 하지만.. 

캐릭터들이 운명, 죽음, , 파괴, 욕망, 절망, 망상 등등의 형이상학적 개념이어서 유치하거나 어려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영감이 차고 넘치는 드라마였다. 이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죽음이다. 트위터에서 본 건데 죽음이 이렇게 매력적인 이유는 원작자인 닐 게이먼 본인이 생을 마칠 때 만나고 싶은 죽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죽음은 샌드맨 시리즈가 아니라 죽음 디럭스 에디션으로 따로 정발 되어 있다. 시즌2도 기대된다.














2022년 8월 18일 목요일

시즈쿠이 슈스케의 '염원'을 읽고..


 
건축가 아빠, 번역가 엄마, 고등학생 아들, 중학생 딸로 구성된 4인 가족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고등학생 아들이 멍이 든 채 집에 돌아왔다가 며칠 후 가출해버리고 동네에선 아들 또래의 소년이 살해된 채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찰은 말도 없이 사라진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언론 역시 아들을 살인범이라는 전제 하에 취재를 시작하는데 얼마 뒤 가출한 아이들 중 한 명이 또 다시 시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빠는 아들이 살인범으로 밝혀진다면 타인의 시선과 민폐에 목숨을 거는 일본 사회의 특성상 자신은 건축 일을 못하게 되고 남은 가족들의 인생이 비참해지므로 차라리 아들이 피해자이길 바라고 엄마는 남편이 일을 못하게 되면 자신이 번역 일을 더 많이 하면 된다며 아들이 가해자여도 살아만 있어 주길 염원하는 가운데 시체의 신원이 밝혀지는데.. 추리 소설인줄 알고 봤지만 별다른 반전이나 미스터리는 없고 남은 가족들의 전전긍긍 묘사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할 이야기 없이 그저 아들이 가출하고 아들 친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다 끝나는 셈인데 엔딩은 슬프고도 허무하다

뭐 이런..


2022년 8월 17일 수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모범가족(model family)'를 보고..



 
재밌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려서 패스하려다가 역시나를 예상하고 혹시나 하고 봤는데 재밌어서 놀랐다. 대학교 시간 강사인 주인공이 우연히 돈 가방을 발견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돈 가방과 같이 있던 시체들 처리를 멍청하게 하는 바람에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다

불호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주인공인 정우는 심하게 무능 + 멍청하고 아내인 윤진서는 징징거리기만 하고 딸은 오토바이 타는 오빠를 좋아하는 사춘기다. 심장병이 있는 막내아들을 빼곤 온 가족이 무 매력이고 딱히 하는 일도 없어서 주인공 같지도 않다. 그러니까 이들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가족극으로 보면 불호일 수밖에 없는데 박희순이 주인공인 마약 조폭 범죄 장르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드라마가 달리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드쪽 장르물을 기대하면 너무 지루하고 기타노 타케시류의 일본쪽 야쿠자물을 기대하고 보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땐 그 둘을 한국식으로 잘 결합한 것 같은데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이유는 그냥 한드식으로 결합한 게 아니라 한국 독립영화 또는 예술영화 또는 다양성 영화 스타일로 결합했기 때문인 듯하다. 기타노 타케시랑 한국 독립영화 특유의 톤앤매너를 좋아한다면 괜찮게 볼 듯하다. 중후반에 등장하는 오광록이 압권이었다

주인공 선정이 잘못됐다. 박희순과 오광록을 메인으로 다뤘으면 훨 재밌었을 것 같다. 부디 시즌2에선 그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22년 8월 9일 화요일

야쿠마루 가쿠의 '우죄'를 읽고..



2의 히가시노 게이고 후보가 여럿 있는데 지금으로선 야쿠마루 가쿠가 유력해 보인다. 2010년 데뷔 후 지금까지 총 16편을 출간했는데 집필 속도가 1년에 한 편 꼴이다. 어지간한 독자들의 연간 독서 속도보다 집필 속도가 빠른 것이다. 웹소설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속도가 가능한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기자 지망생이 주간지를 때려치운 후 기숙사가 딸린 공장에서 일하다 친구를 사귀는데 우연히 그가 어린 시절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지금까지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소년A’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기사를 써서 언론에 팔까 말까 고민하는 이야기다. 기사를 쓰면 그토록 바라던 기자의 꿈을 이룰 수 있지만 차마 친구를 배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가독성이 좋다는 것이다. 일단 첫 페이지를 펴면 마치 잔치국수를 먹듯 마지막 페이지까지 반나절 안에 후루룩 읽힌다. 다른 점이라면 작품들이 비스무리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다채롭진 않다. 최근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어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2의 히가시노 게이고 후보라고는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에 비하면 집필 속도도 한참 느리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데뷔해 2021년까지 대략 98권을 출간했다.

2022년 8월 8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carter)'를 보고..



하드코어 헨리를 베이스로 남북분단 배경에 깔고 좀비 코드 넣고 막판에 매드맥스찍은 것만으론 별 감흥이 없을 뻔했는데 오프닝에 주원의 이스턴 프라미스를 연상시키는 목욕탕 알몸 격투씬이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괜찮았을까? 같은 남자로서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됐다. 삼각팬티도 아니고 끈 팬티 같은 것만 걸치고 너무나 거칠고 활발한 액션을 펼치길래 설마 이스턴 프라미스처럼 완전 노출까지 감행한 건가 싶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양한 액션씬들을 즐길 수 있어 심심하진 않았다만 우리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이상의 성취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작정하고 킬링타임이어서인지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거의 없어서 1.5배속 시청에도 내용 이해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는데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외세를 물리치자는 이야기가 아닌 점이 의외였고 BGM으로 국악이 흘러 나올 땐 마치 종이의 집한국판 오프닝에서 BTS가 언급될 때만큼이나 뜬금없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프레이(prey)’를 보고..



인디언 소녀와 프레데터의 싸움이다

우락부락한 남자들은 물론이고 야생의 맹수들도 가볍게 제압하는 외계 전사 프레데터를 오빠들처럼 전사가 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한 인디언 소녀가 최첨단 무기도 없이 어떻게 이길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억지스럽다. 프레데터는 칼이나 화살이 안 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인 사냥꾼들의 총알도 안 먹히고 심지어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도 셀프 치료가 되는데 이걸 저 소녀가 어떻게 이기나

하지만 이기는데 아마 이 억지스러움이 이 영화가 극장으로 가지 못하고 온 가족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로 풀린 이유일 것이다. 소녀가 프레데터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덫으로 유인해 끝장을 본다는 엔딩인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프레데터가 소녀를 먼저 끝장낼 수 있는 기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프레데터를 끝장내는 최후의 한 방도 딱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구 생명체를 상대로 한 프레데터의 활약이 은근히 아기자기하고 볼 만했다. 프레데터의 최첨단 무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2022년 7월 30일 토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대런 스타의 '언커플드(uncoupled)' 1화를 보고.. (스포주의)



‘모던 패밀리’,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제작자 대런 스타의 신작이다. 이 셋 중 하나만 만들었어도 인생에서 뭔가 이룬 대단한 사람인 건데 이 셋을 모두 만든 제작자의 차기작이라니 도저히 안 볼 수가 없어서 올라오자마자 일단 1화를 봤다. 

주인공은 이제 막 50세가 된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 뉴욕의 40대 부동산 중개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남자친구가 아무 말도 없이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버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은 큰 충격과 상처를 받고는 도대체 왜 떠나버린 건지 이유를 알려달라 요구하며 재결합을 시도하지만 남자 친구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 재결합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오랜 연인의 무례함에 상처받고 배신감에 고통받고 버림 받은 이유를 알 수 없어 궁금함에 몸서리 치던 주인공은 자신을 떠난 남자친구가 평소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얄미운 라이벌과 새 살림을 차린 걸 베프의 입을 통해 전해 들으며 1화가 끝난다.

역시나다. 너무 재밌다. ‘모던 패밀리’ + ‘섹스 앤 더 시티’ +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 ‘셀링선셋’까지 추가된 느낌이랄까? ‘셀링선셋’ 뉴욕 버전의 볼거리, 대런 스타의 전매 특허인 매력적인 캐릭터 등등 모든 게 완벽한 1화였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나버린 남자친구에 대한 애증부터 연인의 마음이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줄도 모르고 혼자만 여전히 뜨겁다가 바보가 된 기분까지 캐릭터들의 감정이 생생하면서도 디테일하게 담겨 있어 별 이야기가 없는데도 박진감이 넘쳐 손에 땀을 쥐고 울고 웃으며 봤다. 

작품 소개를 보니 2화부턴 40대의 나이에 싱글이 되어 다시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 라는데 '섹스 앤 더 시티' 뺨 치는 모험이 펼쳐질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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