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없었지만 별 생각 없이 넷플릭스에 접속했다가 남미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검정색 SUV 수십여 대가 질주하는 예고편을 보고 있노라니 본 편을 안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밴 에플렉이 주인공으로 나와 극악무도한 마약 카르텔을 무찌르고 사상 최대의 현금을 탈취하는 이야기라고 하니 더 이상 볼까 말까 망설여지지가 않았다. 간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띵작 예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시카리오’ 같은 영화가 나온 줄 알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긴 했는데 기대에 비해 영화가 너무 무난하다. 밴 에플렉 빼면 캐스팅 무난하고 액션 무난하고 이야기 무난하고 스케일도 무난하고 엔딩 역시 허무할 정도로 무난했다. 고작 이러려고 그 먼 곳까지 가서 그 난리를 피웠다니.. 딱히 실망까진 아닌데 막 피가 끓을 정도로 너무 좋은 것도 없고 그럭저럭 볼만할 뿐이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생각보다 영화의 사이즈가 작았다는 것이다. 오프닝의 시가전은 박진감 넘쳐서 클라이막스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정작 정글 속에서 펼쳐진 마약 카르텔과의 일전은 별 볼 일 없이 후두룩 뚝딱 끝난다. 그 이후 돈 다발 짊어지고 산 넘고 물 건너는 이야기는 뜬금없었고.. 여러모로 크게 무리하지 않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스러웠다. 이지리스닝 팝송 듣듯이 별 생각 없이 즐기기엔 딱 좋다. 당연히 ‘시카리오’보단 별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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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7일 일요일
2019년 3월 3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모든 것'과 '더티 존'을 보고..
리뷰는 안 쓰면 안 쓸수록 점점 더 안 쓰게 된다. 한 달 전쯤 문득 리뷰 쓸 시간에 한 편이라도 더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리뷰 쓸 시간에 한 편이라도 더 챙겨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한 달 가까이 리뷰를 쉬고야 말았다. 왕년엔 하루에 한 편씩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래도 어지간하면 일주일에 한 편은 쓰려고 했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한 달이 아니라 한 분기도 쉴 수 있겠다.
오늘은 최근에 완주한 ‘너의 모든 것’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한 달 가까이 리뷰를 쉬었더니 도저히 손이 움직여지질 않아 리뷰 대신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대로 늘어놓고 있다. ‘너의 모든 것’은 멀끔하게 생긴 서점 직원이 죄 없는 여자들을 괴롭히다 스스로의 인생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이야기다. 처음엔 잘 해주지만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다가 마침내 폭발하는 과정이 뻔하면서도 묘하게 스릴 넘치는 구석이 있었다. ‘너의 모든 것’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추천해준 ‘더티존’을 봤다. 딱히 볼 생각은 없었는데 에릭 바나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1’의 코니 브리튼이 나오고 실화라고 해서 봤는데 역시나 뻔한 이야기였지만 실화라는 걸 알아서인지 ‘너의 모든 것’보다 훨씬 스릴 넘쳤다. ‘더티존’은 의사 흉내를 내고 다니는 약물 중독자가 죄없는 여자들을 괴롭히다 스스로 파멸하는 이야기다.
‘더티존’을 보는 내내 존 미핸의 실제 얼굴이 궁금했는데 마침 ‘더티존’이 끝나자마자 넷플릭스에서 ‘더티존’의 다큐 버전인 ‘더티존 더 더티 트루스’를 추천해줘서 연이어 봤다. 존 미핸은 예상보다 선한 이미지였다. 과연 저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의사를 사칭하고 다녔다면 그 누구라도 넘어갔을 법했다. 이야기는 시즌 하나로는 다 담아내기 버거운 엄청난 분량이었다. 작정하고 다루었다면 시즌 세 개 정도는 필요했을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약물 중독 때문이었다는 결말이 살짝 싱거웠지만 보는 내내 충분히 오싹할 수 있었다.
2019년 2월 4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벨벳 버즈소'를 보고..
역대급 걸작 ‘나이트크롤러’ 감독의 차기작이라서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대실망했다. 오프닝부터 뭔가 있을 것 같은 럭셔리 & 위트 넘치는 분위기에 감독의 전작에 대한 믿음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바람에 진짜로 뭔가 있을 줄 알고 쭉 봤는데 이렇게 뭔가 특별할 것 하나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물론 이 높은 기대치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값도 한 몫 했다. 톡 까놓고 말해서 LA미술계가 배경이 아니고 유명 배우들도 대거 캐스팅 되지 않았다면 일요일 아침에 mbc에서 해 주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나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다. 제이크 질렌할은 그러려니 해도 설마 존 말코비치 나오는 영화가 이렇게 허망할 줄 몰랐다. 예술이 주 소재지만 딱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트크롤러’만큼 업계를 본격적으로 신랄하게 파헤친 것도 아니다. 그냥 싱겁게 끝나는 한 맺힌 귀신 이야기다. 한 때 J호러에서 유행했던 귀신 붙은 유실물 영화라고 보면 된다. 헨리 다거를 연상케 하는 무명 화가의 유작을 손에 넣고 승승장구할 때까지만 좋았다. 그 다음부터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뻔하고 식상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반전 없이 싱겁게 끝난다. 설마 막판엔 뭔가 한 껀 해 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어찌 보면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일 수도 있겠다.
2019년 1월 27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폴라’를 보고..
매즈 미켈슨이 시원하게 벗었다. 연기도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 매즈 미켈슨 혼자만 고군분투한 게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남자가 봐도 멋있는 남자 중의 남자 매즈 미켈슨만큼이나 골져스한 매력을 자랑하는 조단역 여배우들도 애를 많이 썼다. 액션과 베드씬 모두 화끈해서 남자 관객과 여자 관객 모두에게 볼거리 하나는 확실히 제공한다. 때깔도 싼 티 안 나고 고급스럽다. 내일 모레 50세가 되는 은퇴 직전 킬러가 조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전개와 결론까지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주요 등장인물도 적고 이야기도 뻔하고 단순해서 그만큼 머리를 안 써도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러닝타임도 짧아서 부담도 적다. 최소 몇 달을 투자해야 끝을 볼 수 있는 시즌제 드라마에 지쳤다면 잠깐 쉬어가기 딱 좋다. 킬링타임용으로도 딱이다. 역시 넷플릭스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오로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유 하나로 잔뜩 기대하고 봤다가 실망하는 적도 많지만 그만큼 의외의 꿀잼작을 건지곤 한다. 비록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었지만 ‘지그라 불린 사나이’, ‘폭력의 역사’ 등의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폴라’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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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5일 금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1~3화 1/3을 보고..
넷플릭스와 김은희 작가의 이름값 때문에 기대치가 어마어마했다. NEW의 ‘창궐’보다는 압도적으로 재밌는 게 당연하고 마케팅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을 보아하니 잘하면 ‘워킹데드’를 능가하는 역대급 걸작 좀비 드라마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로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니까 뭔가 다르려니 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예전에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옥자’ 공개 직전에도 이랬던 것 같다. 그때도 오로지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의 이름값 때문에 돼지가 주인공인 전무후무한 역대급 걸작이 나온 줄 알았었다. 아마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기생충’도 ‘옥자’만큼 이슈몰이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암튼 ‘킹덤’은 아직 총 6화 중 3화의 1/3까지 밖에 못 봤지만 대충 반 정도 봤다 쳐도 될 것 같은데 지금까지 감상으로는 ‘창궐’의 드라마 버전 같다. 배경과 소재가 비슷해서인지 톤 앤 매너와 룩이 비스무리해서 가끔은 내가 지금 ‘창궐’을 보는 건지 ‘킹덤’을 보는 건지 헛갈리기도 했다. 특히나 주지훈-김상호 구도가 현빈-정만식 구도와 판에 박은 듯 똑같아 어쩐지 다음 화엔 현빈이나 정만식이 불쑥 등장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좀 과장하면 ‘물괴’의 김명민이나 김인권 커플이 등장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았다. 1화에서 좀비 등장 전 설명도 너무 길었다. 설명은 초반 10분 정도로 끊고 바로 달렸어야 했다. 요즘 트렌드로 봤을 때 10분도 길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얘기였는데 너무 구구절절 친절했다. 설상가상 좀비들의 무브먼트도 너무 익숙했다. 좀비 역 배우들이 나름 전문화돼서 두 탕 세 탕 뛰고 계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좀비 영화라는 게 이야기로 차별화를 주기가 쉽지가 않은 면이 있다. 장르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좀비 영화는 쓰지 말라는 글을 쓴 것이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는 법인데 그 예외가 ‘부산행’이었고 현재 스코어 연상호가 위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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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0일 일요일
덱스터 1,2,3,4,5,6,7,8시즌을 보고.. (스포주의)
작년 10월 중순에 시작해서 드디어 오늘 장장 3개월 만에 8시즌 끝을 보고야 말았다. 인생에서 뭔가 하나를 이룬 기분이다. 워낙에 남들이 다 봤고 걸작이라는 명성도 자자해서 안 보고 있던 걸 반성했다. 앞으론 남들이 좋다고 하면 어지간하면 봐야겠다. 1시즌 초반엔 고작 이거 갖고 그 난리였어? 하며 시큰둥했는데 중반부터 훅 빠져드는 바람에 4시즌까진 정말 숨도 안 쉬고 잠도 덜 자며 달렸다. 이제와 생각하면 4시즌이 화룡정점이었다. 5시즌은 4시즌보단 별로였지만 쉬어간다 생각하며 봤고 7시즌까진 리타와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봤고(리타의 아이들이 종종 등장할 땐 어찌나 반갑던지..) 8시즌은 이게 끝이라는 걸 알기에 덱스터와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며 봤다.
5시즌부터 시리즈에 힘이 빠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1~4시즌 통틀어 가장 짜증나는 캐릭터였던 리타가 사라졌기 때문인 것 같다. 덱스터가 뭣 좀 하려고만 하면 전화해서 방해를 하거나 툭하면 별 것도 아닌 일로 징징대는 통에 제발 좀 헤어지거나 사라지길 바랐었는데 막상 사라지고 나니 덱스터가 그 어떤 일을 해도 뭔가 허전했고 극에 힘이 실리질 않았다. 리타는 계속 징징대고 덱스터는 그녀를 달래는 동시에 그녀의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지도 편달해 주는 이야기가 반드시 있었어야 했다. 아이들은 계속 자랄 것이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 거리들도 많았을 텐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
3개월을 함께 한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게 쉽진 않지만 이게 끝이 아니리라 믿는다. 정이 많이 들었다. 캐릭터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함께 한 시간이 2시간 정도라면 이 정도로 정이 들긴 어렵다. 최소 두 달 이상은 봐야 정이 들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영화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드라마만의 매력인 것 같다. 마이클 C. 홀의 덱스터 이후 필모그래피를 보니 다행히(?) 별 게 없다. 8시즌이 2013년이었으니 어쩐지 조만간 9시즌을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2018년 12월 23일 일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를 보다 말다 보다 말다가..
러닝 타임 13분쯤에 걸작이라는 느낌이 왔다. 어떤 영화든 보통 그 정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오는데 이건 진짜 의심할 나위 없는 걸작이었다. 롱테이크와 카메라 좌우 패닝이 압권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영화가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집에서 노트북으로 논스톱으로 끝까지 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거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1.0배속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더욱 미션 임파서블이다. 굳이 1.0배속으로 안 봐도 되겠다 싶은 건 재미에 따라 최소 1.3배속이나 3.3배속으로 보는데 이건 영화가 워낙에 느릿느릿하다보니 3.3배속으로 봐도 줄거리 이해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러닝 타임 13분쯤에 걸작이라는 확신이 들기까지 2분에 한 번꼴로 딴 짓을 했다. 넷플릭스 안에서만 시청중인 영화와 드라마가 각각 대여섯 편이 넘다보니 툭하면 딴 작품으로 넘어갔다 돌아오길 반복했고 툭하면 새 창을 열어 유튜브에 뭐 올라왔나 체크했고 트위터에 네이버 뉴스까지 읽다보니 영화에 집중력을 올인 할 수가 없었다. 나의 넷플릭스 세계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연쇄 살인마들을 사냥 중이고 누군가는 역대 최악의 테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누군가는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 조직을 운영 중이고 또 누군가는 입시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데 무슨 수로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평범한 가정집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거장의 걸작이라고 하니 웬만하면 올해 안에 엔드 크레딧을 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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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 칼럼과리뷰 2013. 7. 6. 03:15 누가 재밌다고 줘서 읽어봤는데 본문을 읽기도 전에 감동해버렸다 . 원래 본문보다는 ‘ 역자 후기 ’ 나 ‘ 작가의 말 ’ 을 먼저 읽는 편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