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걸작 ‘나이트크롤러’ 감독의 차기작이라서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 대실망했다. 오프닝부터 뭔가 있을 것 같은 럭셔리 & 위트 넘치는 분위기에 감독의 전작에 대한 믿음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바람에 진짜로 뭔가 있을 줄 알고 쭉 봤는데 이렇게 뭔가 특별할 것 하나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릴 줄은 몰랐다. 물론 이 높은 기대치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값도 한 몫 했다. 톡 까놓고 말해서 LA미술계가 배경이 아니고 유명 배우들도 대거 캐스팅 되지 않았다면 일요일 아침에 mbc에서 해 주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나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다. 제이크 질렌할은 그러려니 해도 설마 존 말코비치 나오는 영화가 이렇게 허망할 줄 몰랐다. 예술이 주 소재지만 딱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트크롤러’만큼 업계를 본격적으로 신랄하게 파헤친 것도 아니다. 그냥 싱겁게 끝나는 한 맺힌 귀신 이야기다. 한 때 J호러에서 유행했던 귀신 붙은 유실물 영화라고 보면 된다. 헨리 다거를 연상케 하는 무명 화가의 유작을 손에 넣고 승승장구할 때까지만 좋았다. 그 다음부터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뻔하고 식상하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반전 없이 싱겁게 끝난다. 설마 막판엔 뭔가 한 껀 해 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어찌 보면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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