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JTBC 드라마 ‘사생활’ 마지막회를 보고..


첫회와 마지막회가 괜찮다. 중간은 산만하고 루즈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뭐가 어떻게 진행됐는 지도 기억이 안 난다. 막 쫓고 쫓기고 운전하고 통화하는 장면들만 떠오른다. 개혁보수당(이하 개보당) 네이밍이나 전직 비리 대통령 설정이나 GK그룹의 상속 이슈나 혁신비전실의 존재나 개보당 후보가 당선된 엔딩 등등을 보면 꽤 오래 준비한 기획 같긴 하지만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뭔지는 몰라도 16부작은 무리였고 짧고 굵게 8부작 정도면 딱 적절했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은데 마지막회를 보고 나니 빌런 설정도 에러다. 고작 중간 관리자격인 김실장이 최종 빌런이라면 장장 16부작에 걸쳐서 펼쳐진 이 모든 난리 부르스들이 너무 허탈하지 않나? 막판에 이정환이 두 회장님들 앞으로 조르르 달려가 김실장의 실체를 고자질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나왔다. 우리 어진 임금님은 잘못이 없고 그 밑에 있는 신하들이 문제라는 결론은 이 드라마의 주제 의식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현철의 폴더폰에 대한 집착도 이상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폰을 찾겠다고 난리였던 이유가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디지털 사진 때문인 건데 그 사진들이 계속 그 폰 안에만 저장되어 있다고 여기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팩트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 이제는 팩트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설령 누군가 불법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팩트로 드러난다 해도 이건 다 거짓말이라고 퉁치거나 검찰, 사법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우기고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대충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경표와 서현, 김영민과 김효진의 케미가 근사했고 기존의 다른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면면과 로케 장소들도 나쁘지 않았기에 시청률 2.5%로 시작해 1.5%로 막을 내린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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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사생활’ 1~6회를 보고..


2020년 11월 26일 목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러드샷(blood shot)’을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오리지널 드라마에 비해 허접한 게 많아 어지간하면 안 보는데 빈 디젤이 나와서 봤다


그는 미군 특수 부대원인데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아내와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 정체불명의 적에게 납치되어 아내와 함께 살해당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기억만 없고 몸은 멀쩡하다.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혈액 속에 수많은 나노봇을 주입하는 최첨단 프로젝트 블러드샷을 통해 슈퍼 히어로로 부활했다. 하지만 제2의 인생에 적응은 쉽지 않다. 그를 도우려 보이는 여자 동료와 술을 마시던 중 아내와 함께 살해당했던 기억과 원수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라 복수를 위해 출동한다. 그리고 슈퍼 파워를 이용해 복수에 성공한다. 그의 슈퍼 파워는 엄청난 힘과 치유력이다. 하지만 또 다시 기억은 지워지고 새로운 인물이 아내의 원수로 기억 속에 저장된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조작된 기억. 설마 했는데 죽은 줄 알았던 아내는 아주 오래 전에 그를 떠나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그를 부활시킨 조직이 기억 조작을 통해 그를 킬러로 만든 것이다. 그는 천재 해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우롱한 조직을 파멸 시키고 유일한 그의 편이었던 여자 동료와 함께 새 출발을 한다. 해피엔딩.


얼마 전에 방영된 OCN드라마 루갈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확실히 미국에서 돈을 들여 제대로 만들어서인지 조잡하거나 허접한 구석이 없어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며 볼 수 있었다.


2020년 11월 25일 수요일

15만 일본 독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베스트셀러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읽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먼저 보고 여러모로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많아 에세이를 읽으면 이해가 될까 해서 읽었는데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고 오히려 늘기까지 했다. 드라마는 에세이를 거의 판박이 수준으로 옮긴 거였다. 에세이에 적힌 문장의 토씨 하나 까지 빼놓지 않고 드라마의 나레이션으로 옮겼을 정도로 굉장히 원작에 충실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는데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여주의 시골 친척 할머니가 마을 청년들의 성교육 담당이었다는 부분이다. 이건 사실이든 아니든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아닌가? 에세이에도 이 부분이 있는데 내가 놓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각색이 허용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작가가 에세이에는 적지 않았는데 드라마화 제안이 오자 그 부분도 마침 생각나서 제작진에게 이야기 해 준 걸까? 드라마와 원작 에세이를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여주가 다른 남자와는 잘 되는데 남편과만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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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드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를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파라메딕 앙헬(El practicante)’를 보고.. (스포주의)


응급 구조대원 앙헬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쓸 수 없게 된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는 앙헬을 떠날 조짐이 보인다. 앙헬은 안 그래도 인성이 별로였는데 교통사고를 당하고 여자 친구에 대한 집착이 의처증 수준으로 심해진다. 헌신적으로 앙헬을 위해주는 여자 친구에게 못 되게 굴고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을 거라 의심해 핸드폰에 감시 어플까지 설치한다. 결국 여자 친구에게 감시 어플을 설치한 걸 들켜 이별을 당한다. 여자 친구는 앙헬을 떠나 하필이면 앙헬의 동료를 만나고 그 사실을 안 앙헬은 분노 끝에 여자 친구에게 약물을 투여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집에 감금한다. 여자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앙헬에게 학대를 당하지만 외부와는 연락이 두절되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다 그녀의 남자 친구가 연락이 두절 된 그녀를 찾아 헤매다 앙헬의 집까지 찾아오고 앙헬은 그를 죽여 버린다. 그리고 앙헬의 집에 여자가 있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웃 역시 차례로 살해한다. 하지만 앙헬이 살인 행각을 벌이는 틈을 타 여자는 도주를 시도하고 그 와중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져 앙헬은 계단 밑으로 추락해 온 몸을 쓸 수 없게 된다. 얼마 뒤 여자는 앙헬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와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영화는 끝난다


여자는 자원봉사를 빙자해 앙헬에게 당한 감금과 학대를 되갚아줄 심산 같다. 엔딩에서 여자가 앙헬을 찾아온 게 이해가 안 됐다. 굳이 다시 찾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찝찝한 뒷맛이 전형적인 스페인 스릴러였다. ‘나의 집으로슬립 타이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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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the occupant)’를 보고.. (스포주의)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의 집으로(the occupant)’를 보고.. (스포주의)


중년의 가장 하비에르는 잘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짤리고 잘 살고 있던 호화로운 아파트에서도 쫓겨난다.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주로 나이 탓에 번번히 실패하고 생활비가 없어 아끼던 차도 팔아버린다. 새로 이사한 집은 허름해서 마음에 안 든다. 아들의 학교도 비싼 사립에서 저렴한 공립으로 옮겨야 하고 아들이 비만이라 운동을 시키려 하지만 하비에르를 따르지 않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아파트에 갔다가 숨겨둔 열쇠를 발견하고 남 몰래 집에 들어가 본다. 이젠 남의 집이지만 내 집처럼 편안하다


비밀리에 조사해보니 새 주인 부부에겐 문제가 많다. 남편 토마스는 알콜 중독 치료 중이고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장인의 회사라 스트레스가 많다. 하비에르는 토마스가 다니는 알콜 중독자 모임에 들어가 그와 친해진다. 저녁 식사에도 초대받아 토마스의 아내와 딸과도 친해진다. 하비에르는 점점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집이라 믿고 토마스를 걸림돌로 여긴다. 또 다른 걸림돌은 아파트 관리인. 그는 하비에르가 토마스 집에 몰래 드나들었던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척 해 주는 조건으로 토마스 딸의 속옷을 훔쳐달라 명령한다. 하비에르는 소아성애증 관리인을 죽여 입을 영원히 막아버리고 토마스도 죽인 후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다행히 토마스의 아내는 하비에르를 좋아한다. 딸도 마찬가지. 하비에르는 토마스의 딸이 우상으로 여기는 운동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게 해 주었다(광고회사 중역 시절 연줄을 이용해서). 마침내 하비에르는 능력 있는 장인의 빽으로 광고 회사 중역으로 재취업에도 성공한다. 전처가 찾아와 니 비밀을 알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적당히 돈을 쥐여주고 입을 막는다. 하비에르는 전처가 신고 못 할 걸 알고 있다. 돈 줄이 끊기는 걸 원치 않을테니까.


스페인 스릴러가 은근히 스릴 넘친다. 예전 슬립 타이트도 스릴 넘쳤다


2020년 11월 19일 목요일

김호연 작가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고..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작가의 20년간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등 글만 써서 먹고 살아온 생존기다. 한국에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는 목차만 봐도 느낌이 온다. 이 산문집에는 생존기 외에도 작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비법과 공모전 합격 노하우 등 요긴한 정보도 들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귀인을 만나는 법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 스토리와 소설은 모르겠는데 영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정말 중요한 건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 시나리오만 써서 먹고 살아온 분들은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정말 극소수인데 그 분들에게는 업계 입문 초창기에 귀인을 만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쓰는 건 기본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는 시나리오로 먹고 살 수 없다. 시나리오로 먹고 살려면 결국엔 귀인을 만나야 한다. 키맨이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본인이 잘 쓰고 능력이 있어도 귀인을 못 만나면 시나리오로는 먹고 살 수 없다. 공모전 당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모전에 당선돼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에게 귀인이라면 보통 데뷔시켜준 사람을 일컫는데 그가 꼭 제작자여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구라도 귀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만인의 귀인이 나에게도 귀인이라는 법은 없다는 게 귀인을 만나는 일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귀인이 아니라 양아치 사기꾼 도둑놈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귀인이 될 수 있다. 나름 귀인을 만나는 법에 대한 노하우랄까 감 같은 걸 깨우쳤다는 생각에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간혹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사는 건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시나리오만으로 먹고 살려던 주변의 작가 지망생들은 지금은 대부분 생존해 있지 못하다. 그렇다고 죽은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든 뭐든 글은 그냥 블로그에 낙서처럼 끄적일 때가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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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2020년 11월 9일 월요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을 보고.. (스포주의)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스포일러가 될까?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란 불쌍하지만 아름다운 소녀가 알고 보니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 고아원의 청소부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된 후 세계 최고의 체스 강국인 소련에 건너가 소련 최고의 체스 선수들까지 제압한 후 미국과 소련을 통틀어 최고의 체스 선수가 되는 이야기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봐서 이 모든 게 다 실화인 줄 알고 역시 현실은 소설보다 드라마틱해! 감탄하며 손에 땀을 쥐고 봤는데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실화가 아니라서 김이 샜다. 


록키는 실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 봐도 김이 새지 않았는데 이건 왜 그랬을까? 체스라는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극 중에서 아무리 자기들끼리 이건 천재적인 묘수 신의 한 수라고 감탄해봤자 딱히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화였다면 게임에 대해선 잘 몰라도 주인공의 활약에 감동을 받겠는데 이게 다 꾸며낸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니 그저 허탈할 뿐이다. 청소부 할아버지와 새 엄마가 참 매력적이었는데; 그래도 보는 동안은 행복했다. 보기 드물게 웰메이드고 여배우인 안야 테일러 조이도 굉장했기 때문이다. 여배우를 처음 딱 보자마자 감탄한 건 킬링 이브의 조디 코머 이후 처음이다. 안야 테일러 조이가 96년생이고 조디 코머가 93년생이던데 90년대생이 오긴 왔나보다. 실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봐서 다행이다.


한국 드라마 시청률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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